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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행의 사진소묘

[이건행의 사진소묘] 비정상이 정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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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pixabay.com



비정상이 정상일지도

거장 도스토예프스키의 광기는 곧 정상?


 

거장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인간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들이 숱하게 깔려있다. 실제「카르마조프가의 형제」는 마치 심리학 교과서 같다. 밑줄을 쳐야할 경구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이상하고도 놀라운 것은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 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인간과 같은 야만적이고 짓궂은 동물의 머리에 떠올랐다는 점이야.”

 

“내가 생각하기에는 만약 악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창조해냈다고 한다면, 인간은 자기 모습과 비슷하게 그걸 만들어 냈을 거야.”

 

“이성(理性)의 눈에는 오욕으로 보이는 것이 감정의 눈에는 아름다운 미로 보인다.”

 

“양심이란 이미 후회를 뜻하는 것입니다.…절망과 후회, 이 두 가지는 전혀 상이한 것입니다. 절망은 때론 증오에 넘쳐 있어서 절대로 타협을 허용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서 심리에 관한 많은 힌트를 얻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 정도로 그는 대단한 작가였다. 그러나 대문호인 그의 일상은 엉망이었다. 여느 예술가들처럼 술이나, 여자에 탐닉해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그가 도박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파리나 빈으로 원정가서 도박을 일삼곤 했다. 돈이 급하면 출판사로 전화해서 돈을 미리 당겨다 쓰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쫓기는 생활은 죽는 날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아마 그는 살아있을 때 행복이란 걸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돈에 쫓겨서 내갈긴(?) 원고는 소설이 되어서 지상의 모든 인간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었다.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모순적 인간이 낳은 위대한 작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있다. 인간사에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이 한편으로 보면 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게 된다.

 

미국의 자연과학자로는 드물게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등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친 토머스 쿤의 말은 이럴 때 빛이 난다.

 

“불연속, 단절, 역접이,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현상이다.”    



이건행
한양대 국문학과를 나와 일간지와 시사주간지 등에서 사건, 미술, 증권 담당기자로 일했다. 장편소설 <세상 끝에 선 여자>(임권택 감독의 <창>으로 영화화)를 출간했으며 현재는 시창작에 몰두하면서 분당 서현에서 인문학 카페인 '봄언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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