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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흔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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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
  • - 행사기간 : 시작 : 2026-11-03 - 종료 : 2026-1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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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소: 갤러리 헤세드
기 간: 2026.11.03.(화) ~ 2026.11.24.(화)
주 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58-6 네오빌딩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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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산수화는 오랫동안 직접 가지 않고도 산을 거니는 방법이었다. 몸이 닿지 못하는 산을 그림으로 곁에 두고 누워서도 노닌다는 와유(臥遊)가 그 오래된 감상법이다. 방진태의 산수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 전통 위에 있지만, 그가 그리는 산은 이름난 명산이 아니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조금만 시외로 나가도 보이는 낮고 수수한 산, 높지도 않고 눈에 띄는 바위도 없어 대개 스쳐 지나가는, 그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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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산수를 관찰하는 방법 가운데 <보보관(步步觀)>, 곧 걸음걸음마다 본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적는다. 북송의 곽희도 산의 모습은 걸음마다 달라진다(山形步步移)고 했다. 같은 산이라도 서 있는 자리와 거리에 따라 굴곡과 형체가 바뀌고, 계절과 바람, 물과 온도와 습도에 따라 날마다 다른 모습이 된다. 작가는 이것이 빠르게 스쳐 보아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산을 본다는 것은 직접 걸으며 자신의 시선과 보폭으로 감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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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걸으며 본 산은 채집의 형식으로 화면에 옮겨진다. 〈채집된 산수〉 연작에서 작가는 산의 전경을 펼치는 대신 봉우리 하나를 떼어다 놓은 듯한 화면을 만들어 왔다. 이번 신작에서도 산은 하늘과 땅, 원경과 근경의 맥락 없이 흰 한지 위에 하나의 덩어리로 놓여 있다. 아랫단이 평평하게 정리된 산은 표본 상자 속 채집물을 닮았고, 산의 형상을 닮은 돌을 곁에 두고 감상하는 수석(壽石)을 떠올리게도 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혼자 산과 그 주변을 배회하며 이 형상들을 모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채집해 소유하고 소장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그가 꾸준히 관심을 두어 온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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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던 작품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면 산은 훨씬 촘촘하다. 짙고 옅은 녹색으로 하나하나 그려 넣은 나무들 사이로 석록빛 봉우리가 솟고, 분홍과 흰 꽃나무가 군데군데 피어 있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흰 구름과 가늘게 떨어지는 폭포가 산의 높이와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동물들이 있다. 녹색 산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새하얀 백로 무리, 풀숲에 숨어 이쪽을 지켜보는 고양이와 바위 봉우리에 올라앉은 작은 호랑이, 무리 지어 날아가는 푸른 물까치, 산자락을 따라 달아나는 고라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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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업노트에 ‘이 시대에 가장 귀한 것은 예전엔 가장 흔했던 것들’이라는 스승의 말을 옮겨 적고는 그 문장을 그만의 작품 세계에 찬찬히 풀어내기 위해 고민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는 자신의 산수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그려 과장되지 않고 정직한 모습을 담는다. 백로와 고양이, 물까치와 고라니는 지금 이 땅의 산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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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랑이는 사정이 다르다. 한때 이 땅의 산에 흔하다고 여겨졌던 호랑이는 이제 옛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나 만날 수 있다. 흔했던 것이 귀해진다는 스승의 말을 이미 겪은 셈이다. 오늘 흔한 동물들 곁에 어제 흔했던 동물이 함께 있는 화면을 보고 있자면 문득, 지금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이나 동물들도 언젠가 귀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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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산》이라는 제목은 작업노트의 두 문장에서 왔다.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정직하게 담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누군가에게 귀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다. 이 바람은 그가 산을 보는 방식과도 이어진다. 빠르게 지나치면 볼 것 없어 보이는 산도 걸음걸음 다가가 보면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이번 전시의 산들도 관람객에게 그렇게 보여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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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갤러리 헤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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