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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자에 시인 박상천, 시인 정채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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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는 제33회 편운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박상천 시인과 정채원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박상천의 시집 ‘그녀를 그리다’와 정채원의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다. 시상식은 5월 20일(토) 오전 11시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소재 조병화문학관(관장 조진형)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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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박상천, 시인 정채원 



이번 제33회 편운문학상은 예비심사를 거처 본심에서 이근배(심사윈원장), 장경렬, 장석남 등 세 명의 문학평론가들이 심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박상천 시인과 정채원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에 대한 장석남 심사위원의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 정채원의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정채원의 이번 시집은 우선 젊다. 시집이 젊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시인의 생물학적 나이를 염두에 둔 수사는 아니다. 언어의 활력과 사고의 폭, 에너지가 펄펄 넘친다는 의미에서 ‘젊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일반적 의미의 ‘젊음’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통찰’ 또한 깊고 투명하다. 가령 ‘물질은 비물질을 껴안고 운다’ 같은 작품은 철학적 사유를 날것 그대로 전면에서 마주한다. 그 자세는 참으로 힘이 센 젊음에 속한다. “두개골 속 1.5킬로 고깃덩어리가/나는 누구인가/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도대체 사랑이란 게 있긴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어서 “다시 동굴로 들어가자/뇌가 평생 갇혀 사는 그곳으로, 살아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그곳에서/낡은 세포는 다 갈아치운 새 물질로/내일은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가 될지도 모른다”라고 물질로서의 삶의 끝점을 향해 치열하게 사유한 흔적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찰의 변주는 “나방은 경전 한 페이지에/날개가 끼여 말라 죽었다/금빛 몸 가루가 묻어 있는 곳/어디까지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지 /알 수 없다(‘모래 전야 前夜, 야전野戰’ 부분)” 등에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맥락 끝에 인간을 일종의 ‘걱정인형’(걱정 인형), ‘자동인형’(자동인형의 편지)으로 밀고 간다. 그 사유는 치열하고 전면적이어서 밍밍한 서정에 침잠된 시의 독자를 깨운다. 이 ‘깨운다’는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아름답지 않던가.

◇ 박상천의 시집 ‘그녀를 그리다’

박상천의 시집 ‘그녀를 그리다’는 상대적으로(시집에 ‘상대적으로’라는 말을 붙이다니) 같이 심사 대상에 오른 정채원의 시집과는 다른, 꼼꼼하고 내밀하고 집중된 세계를 보여준다.

서문에 밝히고 있듯이 결혼 30년을 한 해 앞두고 아내가 떠났다. 그 이별 이후 삶 여기저기에서 만나는 ‘아내’를 시로 그리고 있다. 그렇게 또 10년의 시간 동안 모아진 시들인 것이다. ‘이불’, ‘전화’, ‘식탁에서’, ‘단추’, ‘손톱을 깎으며’, ‘담금술’ 등의 제목에서 짐작하다시피 이 시집은 ‘생활’에 포개진 습자지 위의 그림과 그리움들이다. 결코 충돌하는 이미지 없이, 굳이 주장하는 바 없이 조용히 기억을 관조하는 세계가 ‘이별’에 저항하고 순응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아내’에 대한 노래는 자칫 시인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실은 한 객관적 삶의 주인공으로 이입해 본다면 우리들 대다수의 일상인의 감춰진 거울을 눈물겹게 대리한 셈이다. 이른바 지적 포즈로 점철된 ‘시와 해설들’에 어쩌면 이 시집은 저항하는 듯한 모습마저 감추고 있다. 두 분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어려운 과제에서 도망친다.

편운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큰 별 조병화(1921〜2003) 시인이 고희를 맞아 1990년 자신이 생전에 입은 많은 은혜를 보답하고, 후진을 격려하려는 뜻에서 제정했다. 이후 1991년부터 2021년까지 31회에 걸쳐 83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한국 시 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번 행사는 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조병화문학관이 주관하며, 안성시와 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한국문학관협회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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