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은 2023년 4월 13일(목)부터 4월 16일(일)까지 서울 COEX에서 개최하는 화랑미술제 2023 (Korea Galleries Art Fair 2023. 4. 13 - 16 / 4. 12 VIP Preview)에 참가한다. 박서보, 이 배, 윤종숙, 안지산, 안더스 크리사르(Anders Krisár) 작가의 작품을 출품하며, 박서보의 묘법 회화, 이 배의 Landscape(풍경), 윤종숙의 Asia의 풍경을 담아낸 회화, 안지산의 신작 사냥 시리즈, 안더스 크리사르의 조각을 비롯하여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내 거장들을 비롯하여 역량 있는 젊은 작가와 유망 해외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서보, Ecriture No.130429, 2013. Acrylic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230x170cm.
이배, Landscape b-2, 2003.Charcoal on canvas, 162x130cm.
윤종숙, Asia, 2022.Oil on canvas, 202x184cm.
안지산 , 눈보라, 사냥꾼 김씨, 2023.Oil on canvas, 53x45.5cm.
안더스 크리사르, Untitled, 2012.Polyester resin, polyurethane, oil paint, and clothes | Edition 2/3, 13.5x35x35.5cm.
박서보 작가는 한국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며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오고 있다. 묘법(描法)이란 ‘그린 것처럼 긋는 방법'이라고 풀이되며, 프랑스어 Ecriture는 ‘쓰기’란 의미를 지닌다. 제목과 같이 묘법(猫法), Ecriture은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캔버스를 물감으로 뒤덮고 그것이 새 마르기도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또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다시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과정과 결과가 바로 작품이다. 여러 겹의 축축한 한지를 젤 미디움을 써서 캔버스에 정착시킨 뒤, 표면을 다시 수성안료로 촉촉하게 만든 후, 손이나 막대기로 수차례 긋는다. 손이나 막대기로 수차례 그어 내려간 한지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한지 특유의 질감이 자연스럽고 우연적으로 나타나 있다. 회회의 행위성이 끝나면서 작품도 끝난다는 서구의 방법론을 넘어 시간이 개입되면서 변화의 과정을 거친뒤에야 완성에 이른다는 동양 회화의 세계를 잘담아냈다.
이 배 작가는 30년 가까이 '숯'이라는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며, 가장 '동양적인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작가는 1990년 도불 이후 서양 미술재료 대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재료인 숯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품에는 숯이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순환과 나눔 등의 태생적 관념 위에 작가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진다. 작가는 숯을 이용해 드로잉, 캔버스, 설치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해오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 시켜왔다.
캔버스 위에 절단한 숲 조각들을 빽빽하게 놓고 접합한 후 표면을 연마해낸 Issu du feu(불로부터), 숯가루를 짓이겨 미디엄을 사용해 화면에 두껍게 안착시킨 Landscape(풍경)과 목탄에서 추출한 검은 안료로 캔버스 위에 형태를 그리고 밀랍 같은 두꺼운 재료를 여러 번 덮은 작업인 Acrylic meidum (아크릴미디움), 숫가루가 섞인 먹물로 다양한 형태의 붓질 그대로를 보여주는 Brushstroke(붓질), 숯 자체 또는 브론즈로 보여주는 조각 시리즈 등이 있다. 이 배는 2018년 프랑스 ‘문화예술 기사장'을 수상하였고, 캐나다 몬트리올 PHI 파운데이션에서 대규모 설치 작품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최근에는 조현화랑 전시에서 바닥에 붓질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숯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 안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윤종숙 작가 그림에서 언뜻 보이는 산등성이, 굽이진 길, 정자와 같이 눈에 익은 풍경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작가가 그려내는 풍경으로 한국 전통 수묵화와 독일 추상표현주의를 동시에 연상시킨다. 동양의 서예나 수묵화에서 느껴지는 붓 터치와 같은 선은 작가의 독특한 회화 언어로 자리 잡게 된다. 작가는 작품 속의 여러 형태를 팔림프세스트로 표현한다. 팔림프세스트는 종이가 귀하던 과거에 기록되어 있는 양피지를 재사용하고자 도구를 이용해서 그 내용을 갈아내거나 닦은 후 다시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작가는 캔버스에 색을 칠하고 닦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전의 흔적들을 축적하면서 기록한다. 또한, 여러 작품을 한 번에 시작해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 제목은 자연을 이루는 구성들인 산, 구름, 바다, 호수 등으로 독일어와 영어이다. 작가가 그리는 풍경은 어떠한 과장이나 희곡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순수하고 감성적인 회화의 표현 그대로이다. 윤종숙 작가는 최근 100 년 전통 독일 '케스트너 게젤샤프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9월 조현화랑(달맞이)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가졌다.
안지산 작가는 실험적인 태도와 폭넓은 상상력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 중인 영페인터이다. 그는 현재 인간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철학적 주제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끝없이 연구 중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어떠한 대상, 현상들에 대해 작가 스스로 재해석하고, 이를 자신의 작업실에서 '재현', '연출'이라는 과정인 "네러티브 콜라쥬"를 거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본 사건의 주인공 또는 목격자가 되어 다양한 시점에서 페인팅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회화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지이자 생산지이다. 이 곳에서 그는 심리, 기억, 경험, 트라우마의 세계 사이에서 회화라는 자신만의 무대의 연출가가 된다. 즉,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 또 다른 내용과 시간을 덧입히고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현장 속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기도, 매우 먼 거리에서 바라본 현장의 모습을 마치 목격자 입장에서 묘사하기도 한다. 작가는 거친 표현을 위해 붓, 나이프 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것들(비닐, 장갑, 노끈, 손, 나뭇가지 등등...)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고 어설픔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 신작은 눈 폭풍 속의 사냥과 채집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도록 이끈 회화 작품이다.
안더스 크리사르(Anders Krisár) 작가는 독학으로 예술을 공부하여 20대 후반에 작가가 된 안더스 크리사르는 신체 일부의 조형 또는 사진을 통해 자서전적 이야기를 다룬다. 날카로운 사실적 묘사와 절단과 같은 표현으로 인간의 몸체를 분석하는 그의 작품은 변형된 재현을 통해 숨김과 드러냄을 반복하며,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관람객의 마음에서 이어나간다. 두 조각으로 분할된 어린아이의 형상이나, 어른의 손바닥 형상이 남은 상반신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철저하게 고전적이고 구성적인 형태로 재현되어 기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폭력이라는 주제를 초현실적인 미감으로 다루는 안더스 크리사르 작가는 자신의 완벽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고동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안더스 크리사르는 뉴욕의 갤러리 르롱, 스톡홀름의 국립 해양 박물관, 아틀란타의 주커먼 미술관, 비엔나의 돔 박물관, 미시간의 프레드릭 마이어 가든 & 조각 공원, 스톡홀름의 스벤 헤리스 미술관, 밀워키 미술대학, 로스앤젤리스의 미저리코디아, 프리즘, 켄터키 루이스빌의 21c 박물관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스톡홀름의 포토그라피스카 박물관, 보니어 컬렉션, 웁살라 미술관, 비스테로스 미술관, 예테보리의 핫셀블라드 센터, 카네기 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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