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언어의 힘 > 해우의 《Time of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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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의 Time of sea

[문화ㆍ예술이야기] 미야자키 하야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언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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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제52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과 더불어 제75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을 거머쥔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찬사받는다. 


영화는 치히로라는 소녀가 신비로운 터널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터널로 지나온 세계에선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 돼지가 되어버린 부모님. 신비로운 용의 소년 하쿠. 무시무시한 온천장의 주인 유바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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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 ⓒStudio Ghibli


 

시대 배경은 일본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이다. 이때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찬란했던 경제 상황이 한순간에 꺽여 침체가 20년 동안 지속됐다. 치히로의 아빠가 “이건 테마파크의 잔해야. 90년대 초에 우후죽순으로 생기더니 거품 경제 때문에 전부 망했지.”라는 영화 초입 대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테마파크의 잔해는 버블경제의 몰락을, 온천장은 일본의 풍속 산업의 붉은 얼굴을 의미한다. 


화려한 온천장에서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다. 모두 자신의 정체성(이름)을 잊어버린 채 물질에 사로잡힌 노예로 욕망을 탐닉하는 삶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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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한 장면 ⓒStudio Ghibli 


가오나시는 외롭고 공허한 현대인의 쓸쓸한 단면이다. 무색무취(無色無臭). 표정도 개성도 없는 히키코모리를 뜻하는 현대인. 동시에 끝없는 욕망으로 인한 파멸이다. 


늪의 바닥 역으로 가는 기차에는 희미한 검은 형상을 한 인물들이 가득하다. 버블 경제와 연관 짓는다면, 빚으로 인해 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에 있는 수 많은 사람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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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한 장면 ⓒStudio Ghibli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을 통해 ‘언어의 힘’에 대해서 역설한다. 이것은 단순한 소녀의 성장 스토리가 아니다. 치히로가 세상 전체를 마주한 것을 뜻하며, 자신의 언어를 통해 내재된 힘을 발현한다. 기상천외한 여정의 중심에는 조력자 하쿠가 있다. 두 존재가 서로의 이름을 찾아주는 아름다운 연출은 흰 꽃봉오리를 터트리 듯, 서정성의 절정을 피워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특유의 정서가 두드러지는 영화이나, 전 세계를 매혹시켰다. 이는 붉은 인간 욕망의 현을 건드린 동시에 미야자키 하야오만의 깊은 심연의 언어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글ㆍ사진_이은서 ㅣ 에디터
회화를 전공 후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공공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바다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인 《Time of sea》를 작품으로 그리는 작가이다. 아트앤컬처-문화예술신문[www.art-culture.co.kr]에 글을 연재 중이다.
Blog : https://m.blog.naver.com/haewoo__00 ... Instagram : @haewoo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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