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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솔로이스츠 & 유리 바슈메트 2021 러시아시즌 한국 공식 개막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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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유리 바슈메트, 한국에서의 러시아시즌 개막공연서 녹슬지 않은 비올라 연주의 진면목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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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4일(수)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러시아 시즌의 하이라이트로서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스트라디바이우스 앙상블 내한공연이 예정되면서 다시 러시아시즌 공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휘계의 차르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로 평가받은 인물. 예술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1월24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정예의 수석단원들로 구성된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과 국내 최초 내한해 수석악장 로렌츠 나스투리카 헤르슈코비치등의 앙상블 단원들과 함께 광대하고 풍부한 러시아 사운드를 청중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11월24일 오후 2시에 열린 프로그램 1 공연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작품번호 19,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Op.40,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연주된다. 이어 8시 프로그램 II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과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L.86, 멘덴스존의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가 연주된다.
필자가 참석한 올해 한국에서의 러시아시즌 개막공연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 유리 바슈메트 2021 러시아시즌 한국 공식 개막공연>에선 비올라를 상징하는 독보적 연주가(演奏家) 유리 바슈메트의 비올라 연주는 녹슬지 않아 러시아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혔다.
 
구랍 지난달 10월2일 토요일 오후 5시 러시아 시즌 2021 한국 공식 개막공연으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 유리 바슈메트 내한공연에서 바슈메트는 후반부 첫곡으로 연주된 브람스-보드로프 비올라와 현악을 위한 아다지오에서 직접 비올라 연주자로 출연, 바슈메트의 진면목을 담았다. 단악장이지만 내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 이 아다지오곡은 중후한 색채를 연출해내는 바슈메트 특유의 색채감을 염두에 둔 곡으로서 고음으로 치닫지 않으며 고음과 저음의 중간을 지키는 비올라 특유의 중저음 매력을 십분 살려 현악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게 했다.
 
 
 
-바슈메트의 현악기 연주자로서 탁월한 연주력및 경험이 단원들에게 이번에도 어필
내가 유리 바슈메트 &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의 내한공연을 처음 본 것은 2013 서울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가진 8년전의 공연이다. 유리 바슈메트=비올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올라계에서 그야말로 이론의 여지 없는 초유명 비올리스트이자 비올라 발생 이래 최고의 연주자로 꼽히는 바슈메트의 은은하면서도 거부감 없는 비올라의 매력이 빛을 발하며 최고의 하이라이트이자 백미(白眉)였던 공연이었다.
 
당시 연주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도이치번호 821에선 따뜻하고 질감이 풍성한 첼로의 묵직한 사운드를 듣는듯 시작돼, 바슈메트의 현악기 연주자로서 탁월한 연주력및 경험이 단원들에게 어필되어 높은 음역대를 맡고 있는 바이올린과 저역대의 첼로군 사이에서 중간 음역대를 맡고 있는 비올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었다. 바슈메트는 오른손으로 지휘 스타트를 끊으며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했던 기돈 크레머처럼 자신이 직접, 바이올린보다는 두껍고 첼로보다는 얇은 비올라의 색다른 음색을 들려줬고 인상적인 피치카토로 전반부의 작품 연주를 마무리했었다.
 
파가니니의 비올라 협주곡 A단조는 청중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었으나 더욱 무르익는 바슈메트의 비올라 연주의 열기는 막을 수 없었고 1부 후반부와 2부 전반부의 잇따른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파가니니의 비올라 협주곡A단조의 연주는 타임지가 극찬한 현존하는 최고의 비올리스트로서의 바슈메트를 위한 자리여서 음악평론가 아오사와 다카키라가 평한 바 대로 마치 바슈메트가 그의 앙상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일사 분란하게 마치 하나의 거대한 비올라를 연주하는 듯 했던 기억이 난다.
 
 
-바슈메트의 비올라 기량보다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앙상블의 연주에 치우쳐진 느낌
올해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내한공연은 예전 이런 유리 바슈메트의 비올라 기량을 과시하긴 보단 베토벤-말러 현악4중주 11번 f단조 ‘세리오소’와 슈베르트-말러 현악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등의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앙상블의 연주에 더 비중이 주어져 솔로이스트들의 연주로 치우쳐진 느낌이다. 베토벤-말러 현악4중주 11번 ‘세리오소’는 말러가 편곡을 맡아 더블베이스와 첼로에 섬세한 가공을 더해 베토벤의 유산에 중후함과 묵직한 무게감을 더했다. 모스크바 솔로이스츠는 슈베르트-말러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가 결코 우울한 분위기에만 빠져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고전주의의 구조를 바탕으로 한 변화무쌍한 분위기와 선율이 등장하기 때문에 슈베르트의 낭만성을 좋아하는 이에게, 또 베토벤의 분위기에 익숙한 이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연주곡이 됐다.
 
그럼에도 내게는 바슈메트가 비올라 연주로 출연한 브람스-보드로프 비올라와 현악을 위한 아다지오 연주가 이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가 되어 1980년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 쿠즈마 보드로프가 음악사의 곳간을 뒤져 자신과 접목할 수 있는 작곡가의 양식과 요소를 찾아내 새로움을 도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부에서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협연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노 협주곡의 외형을 갖췄지만 알렉상드르 바티가 함께 하는 트럼펫의 비중이 높아 피아노와 트럼펫을 위한 2중 협주곡으로도 무방한 곡이었다.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의 전력을 다한 집중력 높은 연주가 빛을 발했던 기억의 연주력
비루투오시티와 인성, 지성을 두루 갖춘 유리 바슈메트의 음악인생은 비올라와 지휘, 러시아 음악계에 두루 영향을 끼쳐 펜데믹 시대에 그의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행운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이날 공연은 모스크바 솔로이스츠가 과거와 현재의 익숙하고 낯선 작품등 200곡이 넘는 레퍼토리로 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성격과 다양성을 말해주면서 BBC프롬스등 여러 음악제 무대를 빼어난 연주로 장식하는등 세계적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하나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다 차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참고로 1976년 뮌헨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바슈메트의 국제적 경력이 시작됐는데 이후 바슈메트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 로열 콘서트헤보우,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몬트리올 심포니,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그리고 런던 심포니등 세계 각지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고 지휘했다. 바슈메트는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비올라곡을 작곡할 영감을 선사했고 55곡 이상의 비올라 협주곡들이 바슈메트에게 헌정됐다.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의 설립자인 바슈메트는 1992년부터 이 앙상블과 전세계에서 지휘와 협연활동을 계속해왔는데 올해 러시아시즌 2021 한국 공식 개막공연에서도 모스크바 솔로이스츠는 내게 8년전의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에선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의 전력을 다한 집중력 높은 연주가 빛을 발했던 기억의 연주력을 보였다.
 
 
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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