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제770회 정기연주회 요엘 레비의 백조의 호수 > 여홍일의 클래식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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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여행

KBS교향악단 제770회 정기연주회 요엘 레비의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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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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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빛이 바랜 요엘 레비의 귀환무대
 
요엘 레비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역임했지만 이런 오랜 재임기간에 비해 지휘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내게는 빛을 보지못한 면이 많은 지휘자에 속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현재의 KBS교향악단이 요엘 레비가 음악감독을 떠난 이후 계속 객원지휘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요엘 레비 재임 시절의 안정화를 기했던 시기와는 많이 대비되는 면이 많다. 그런 면에서 지난 9월17일 추석 직전 KBS교향악단 제770 정기연주회 요엘 레비의 귀환 무대로서 “요엘 레비의 백조의 호수”가 열렸던 것은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 시절 그의 공과를 되쇄기는 계기가 됐다.
 
잘 알려졌다시피 요엘 레비는 1978년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후 6년간 로린 마젤의 어시스턴트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상주지휘자로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무려 12년간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했는데 세계 유수의 음반 레이블에서 다양한 곡으로 40장 이상의 음반을 발매한 것중 30장의 음반 앨범은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텔라크에서 발매했다.
 
요엘 레비가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2001-2007), 2005년에는 일 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이스라엘인 최초로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역임한 이력을 감안하면 방대한 레퍼토리와 열정적인 무대, 유려한 곡 해석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지휘자의 명망을 받을 만 하다.
 
 
-암보에 의한 유려한 곡 해석의 지휘를 볼 수 있는 예전의 향수 제공
 
KBS교향악단과 함께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말러 9번 교향곡을 실황 녹음하기도 해서 요엘 레비의 귀환 무대 치고는 프로그램이 다소 빈약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요엘 레비의 <백조의 호수> 발췌곡 지휘연주는 그의 예전 KBS교향악단과의 정기연주회에서의 거의 모든 곡 지휘에서 암보에 의한 유려한 곡 해석의 지휘를 볼 수 있는 예전의 향수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추석 전야라서 그런지 요엘 레비의 귀환 무대 치고는 관객이 적었고 직전 769회 정기연주회 개릭 올슨이 슈만피아노협주곡을 협연했던 정명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무대보다도 열기가 적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I. Scene 연주는 요엘 레비의 귀환무대의 레퍼토리 성격상 비중이 떨어지는 곡이 선정된 것 같아서 아쉬움을 주었고 II. Valse는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이 투박하다면 라이벌 서울시향의 연주는 정교하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싶은 연주였다. III. Danse des cygnes 연주는 성큼 연말이 다가온 느낌을 줬고 IV. Scene은 백조의 호수 발레 무대가 그려졌다. 요엘 레비의 귀환 무대에 어울리게 VIII. Mazurka 연주가 그랬던 것처럼 떠들썩하게 앵콜곡도 화려하게 연주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요엘 레비의 귀환 무대는 앵콜곡없이 다소 싱겁게 끝났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선율을 바딤 글루즈만이 흡사 바이올린 선율로 대신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
 
같은 동향(同鄕)의 이스라엘인 출신으로 이번 무대에 올랐던 바딤 글루즈만 역시 당대 최고의 연주자중 한명으로 손꼽히며 특히 찬란했던 19, 20세기 바이올린 연주의 전통을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다.
 
바딤 글루즈만이 협연한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은 쇼스타코비치가 살던 시절의 어두운 시대상을 반영하듯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선율을 바딤 글루즈만이 흡사 바이올린 선율로 대신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나는 가졌다. 특히 3악장 후반의 매우 길고 화려한 카덴차는 여러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서도 매우 어려운 카덴차로 손꼽힌다고 하는데 듣는 청자에게 글루즈만의 이 카덴차는 한껏 고양된 감정을 경험하게 했고 느린 3악장에서 빠르고 강렬한 4악장을 연결해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의 4악장에서도 카덴차를 통해 감정이 극대화하는 순간 빠른 4악장 ‘부를레스크(Burlesque)로 이어지며 오케스트라의 폭발적인 연주가 터져나온다. 건반 타악기 실로폰이 가세하면서 리듬의 활력은 더욱 강조되고 4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템포는 프레스토로 매우 빠르게 변하여 음악의 역동성은 극에 달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의 막바지 고양감은 볼만했다.
 
바딤 글루즈만을 더 이해하기 위해 들어본 최근 발매된 BIS 레이블의 글루즈만이 루체른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베토벤과 슈니트케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앨범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에선 앨범녹음이 잘되어있어 예각을 세우는 듯한 글루즈만의 날카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돋보인 반면 슈니트케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연주는 슈니트케가 대표적 포스트 모더니즘 작곡가의 한사람인 만큼 베토벤과는 분위기가 다른 현대작곡가의 포스트 모더니즘 선율이었다.
 
거의 1년9개월여의 펜데믹이 지속돼오면서 KBS교향악단도 외국의 유명 교향악단들이 내한할 수 없는 반사효과를 어느 정도 누리면서 그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나 롯데콘서트홀등의 자신의 연주회에 국내 관객들을 흡수한 측면들이 없지않아 있다. 그런 면에서 2021 시즌의 화려한 피날레의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면서 KBS교향악단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티켓 오픈의 라인업은 2022년부터 시작될 핀란드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 상임지휘자의 본격 취임에 앞서 다시 한번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을 평가할 시금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10월29일에 있게될 뉴욕필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 지휘의 제771회 정기연주회 베토벤 교향곡 제5번과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5번, 11월19일에 있게 될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지휘의 차이콥스기 교향곡 제5번과 알리스사라 오트 피아노협연의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 연주회들의 KBS교향악단 2021년 4분기 연주회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글: 여 홍일(칼럼니스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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