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갤러리는 3월 5일부터 28일까지 사이먼 고 작가의 개인전 《Voices》를 개최한다. 사이먼 고는 오랜 시간 관계의 형성과 그 내면을 탐구해왔다. 그의 회화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친밀성과 단절, 가까워지려는 움직임과 다시 멀어지는 거리,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공간에 머무는 미묘한 거리감이나 기다림과 같은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왔다. 그가 지속적으로 응시해온 것은 사건의 서사라기보다, 서로를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완전히 겹쳐질 수 없는 존재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긴장과 균형의 상태이다. 지난 파이프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 《Soul to Soul》은 두 인물 사이의 관계와 그 관계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결을 주요한 주제로 삼았으며, 관계를 가시적인 인물들의 교차와 시선의 교환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낸 전시였다.
사이먼 고 개인전《Voices》포스터 © 작가, 파이프갤러리

사이먼 고 개인전《Voices》전시전경 © 작가, 파이프갤러리
이번 개인전 《Voices》에서 그가 다루는 관계는 보다 비가시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제 관계는 더 이상 인물과 인물 사이의 상호작용에 머물지 않고, 화면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존재와 개인 사이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긴장으로 이동한다. 작가는 특정한 형상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설명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감각되는 기척을 화면 위에 남긴다. 인물들은 눈을 감거나 멈춰 서 있으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자세를 취한다. 해변을 걷는 남자의 곁에 남겨진 또 다른 발자국, 숲속에서 새를 품은 인물, 망가진 기타를 끌어안은 몸짓은 구체적인 사건을 서술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시선과 몸의 방향은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열려 있으며, 그 자리에 존재할지도 모를 타자의 가능성을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사건은 제시되지 않지만, 관계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암시된다.
《Voices》에서 ‘목소리’는 발화된 언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형상을 갖추지 않았지만 이미 감지되는 존재감, 말 이전의 상태로 머무는 어떤 울림에 가깝다. 인물들은 무엇인가를 주장하기보다,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엇에 몸을 기울인다. 이는 발화되기 이전의 목소리가 서서히 응집되는 순간이자, 언어로 환원되기 전의 감응을 붙드는 태도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보이지 않는 차원의 움직임, 다시 말해 비가시적 현존에 대한 감각을 화면 위에 머무르게 한다. 그것은 외부에서 돌발적으로 침입하는 소리라기보다, 이미 주변에 스며들어 있으나 아직 명명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감응에 가깝다.
그러나 이 감응은 끝내 명확한 형상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인물들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은 관람자에게 직접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며, 인물 또한 그것을 완전히 포착하지 못한다. 화면 안팎에는 물리적·인지적 거리가 존재한다. 이 거리는 단절이나 결핍이라기보다,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 필요한 구조적 간극에 가깝다.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완전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는 닫히지 않은 채 지속된다. 공백처럼 보이는 영역은 의미의 부재가 아니라, 의미가 고정되지 않도록 열려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결국 《Voices》는 무엇을 명확히 설명하기보다, 하나의 상태 안에 머무르게 한다. 화면 앞에 선 관람자는 인물들과 유사한 방향성을 공유하며, 그들이 향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지점을 함께 응시하게 된다. 아직 분명히 들리지는 않지만 이미 곁에 와 있는 것, 명확히 서술되지는 않았으나 감각되는 어떤 존재를 향해. 이 전시는 관람자를 그러한 감각의 문턱 위에 세움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과 관계 맺는 태도 자체를 사유하도록 요청한다.
사이먼 고는 미국 쿠퍼 유니언 미술대학에서 학사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2025《 Dreams Apart 》(Nathalie Karg, 뉴욕, 미국), 2023《 Sparks 》(Nathalie Karg, 뉴욕, 미국), 2023《 Stay, Rainbow 》(Long Story Short, 로스앤젤레스, 미국) 등이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2025《 Dreams Remember Us 》(갤러리 Dengyun, 상하이, 중국), 2022《 Sarang: Conversations on Love 》(Wellcome Collective, 뉴욕, 미국), 2019《 Enfolding Bloom 》 (갤러리 Dengyun, 상하이, 중국) 등이 있으며, 2012년 미국 존슨의 The Vermont Studio Center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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