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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 클래식계에 새로운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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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0일(일) 오후 5시, 서울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클래식 공연이 펼쳐졌다.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가 선보인 모리스 라벨 전곡 시리즈는 실험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증명하며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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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 (사진: 고잉홈프로젝트)


지휘자 없는 고잉홈프로젝트 연착륙의 행보!

지휘자 없는 playdirect 형태의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는 계속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잉홈프로젝트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대한민국 출신의 음악가들과 한국을 제2의 집으로 삼은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악단이다.

Artistic leader인 전 서울시향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가 지휘자 역할의 대행체제인 play-direct 역할을 무대에서 소화해내 클래식계의 이단아(異端兒) 내지 지휘자 없이 교향악 연주를 감행하는 클래식의 실험을 계속 이끌고 있다.

2022년 6일간의 창단 연주 ‘더 고잉홈위크’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하고 악단의 주자들이 협연자가 되는 기악 갈라 콘서트 ‘볼레로’등 총천연색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데뷔한 고잉홈프로젝트의 최근 3년간의 연주행보는 2025, 고잉홈프로젝트가 고양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로 선정되어 고양아람누리를 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연착륙의 수순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스베틀린 루세브의 리더십,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착륙 견인!

필자는 지난 7월20일 일요일 오후 올 상반기 고잉홈프로젝트의 마지막 연주회였던 SAC콘서트홀에서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과 라벨의 볼레로 연주를 함께 했는데 이런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착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7번은 쇼스타코비치의 일곱 번째 교향곡으로 그의 교향곡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소련 내에서의 입지는 그야말로 국민 영웅이 되었다.

작품성에 대해서는 발표 이후부터 논란이 있어왔지만, 적어도 이 교향곡이 절망에 빠진 소련 인민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심어주었고 전세계에 소련의 항전 의지를 내보이는 예술 작품으로서 반향을 일으켰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작곡 과정에서의 숱한 우여곡절과 에피소드로 인해 오늘날까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는 교향곡으로서 굉장히 인기가 높다.

이런 이미지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을 playdirect로서 이끄는 불가리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전 서울시향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의 무대에서의 리드를 지켜보면서 그의 리더십이 없으면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 자체를 무대에 올리는 것 조차 힘들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해보게 된다.

이날 후반부에 연주된 라벨의 ‘볼레로’는 '단순한 재료로 최상의 효과를 구현하는' 곡의 대명사가 되어있는 관현악곡이다. 볼레로 곡의 구조는 매우 단순한데, 마지막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338마디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네어드럼의 스페인풍의 볼레로 리듬 위에서 두 가지 선율이 악기를 바꿔가며 계속 반복되고, 가장 작은 음량에서 가장 큰 음량까지 온갖 악기들이 추가되며 점진적으로 커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라벨과 쇼스타코비치의 이 두 작곡가는 각각 유럽의 서쪽 끝, 동쪽 끝에서 나고 자라 격동의 시기를 살았다고 고잉홈프로젝트측은 밝힌다. 2025년 모리스 라벨의 탄생 150주년과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이들이 살아냈던 100년 동안의 지난한 역사가 이 두 사람과 우리 모두에게 어떤 자국들을 남겼는지 상기해보고자 한다는 것이 고잉홈프로젝트측의 이번 연주의 기획의도였다. 


클래식계의 이단아, 고잉홈프로젝트의 클래식계 실험 계속될 것인가!

2022년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회 Going Home Week' 연주의 특징은 자율성과 자유로움으로 꼽고 싶은 연주회였다. 지휘자의 지휘에 좌지우지되는 통상적 연주회 형태가 아니라 또 당분간은 음악감독, 상임지휘자, 솔리스트 등 특정음악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오케스트라 각 자리에 앉은 음악가들이 모두 주목받고 함께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연주회 형태를 지향한 것이다.

필자는 어쩌다가 2년전인 2023년의 고잉홈 프로젝트의 연주회의 경우엔 8월 1-3일 사흘에 걸친 고잉홈 프로젝트 전 공연을 다 감상하게 됐는데 같은 시기에 겹쳐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흡사 축소판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는 고잉홈 프로젝트가 해외교향악단등에 많이 나가 진출해있는 우리 연주자들의 흡사 국내 무대로의 귀환 고잉홈 연주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의 실질적 주체가 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음악감독이었던 손열음과 바이올린 스베틀린 루세브의 기획과 playdirect등에 많이 영향받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흘의 공연이 끝나자 평창대관령음악제처럼 2주간 공연의 기획을 중앙 무대에서 해도 괜찮을 만큼의 서울에서 열리는 고잉홈 프로젝트 여름음악축제가 좀더 연주 날짜를 늘려 확대돼 진정한 음악축제의 승자를 겨뤄보는 축제로 열려도 좋은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생각도 해봤을 만큼 3일간 고잉홈 프로젝트 연주내용이 알찼었다.

2022년 8월초 창단연주회를 가졌던 고잉홈프로젝트가 2023년 8월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두 번째 시즌 2탄 연주이후 베토벤 전곡시리즈 I 교향곡들의 연주로 다시 관객품으로 돌아온 것은 2023년 12월 초 무렵이다. 

베토벤 교향곡 1,2,3번을 연주한 고잉홈프로젝트의  무대는 고잉홈 프로젝트의 양면성을 다 보여준 무대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즉 어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한쪽 측면과 지휘자의 구심점이 없는 앙상블의 노정 등 양면성을 보여준 것으로 느껴졌다.

지휘자의 대타형태인 play-direct를 맡은 오케스트라 리더 스베틀린 루세브의 재치 있는 큰 발걸음 쿵쿵과 함께 합을 맞추며 시작된 베토벤 교향곡 3번!의 연주 시발을 알린 것은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이런 자유로움의 정점으로 받아들여질 만 했다. 반면 베토벤 교향곡 1번 연주의 출발은 지휘자의 구심점이 없는 앙상블을 노정하는 것으로 내게 다가와 역시나 조금은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필요한 느낌을 주기는 했다는 다수 클래식애호가들의 의견들에 경청하게 된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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