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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홍일의 클래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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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의 깊은 울림, 《싱 로우 앤 소프트》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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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이 들려주는 고요한 울림!”

저음이 들려주는 고요한 울림-싱 로우 앤 소프트 공연(8월23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파파로티, 도밍고, 카레라스등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각광을 받았던 과거 쓰리 테너에 대칭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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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 로우 앤 소프트 공연 장면


공연기획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묵직한 울림의 향연’으로 이번 ‘싱 로우 앤 소프트’ 공연의 특징을 정의했는데 실제로 ‘연광철 X 사무엘 윤 X 김기훈 <싱 로우 앤 소프트>는 일주일전 독일 리트 가곡 리사이틀을 갖기도 했던 베이스의 연광철을 필두로 한 3인 성악가의 개성이 두드러진 저음의 풍성한 울림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어우러진 공연이라 할 만 했다.

낮고 부드럽게 노래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속삭이듯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이번 공연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3인의 대표 저음가수들의 중후한 목소리속의 유연하고 안정된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세 성악가들의 특징과 강점, 개성 고스란히 드러나!”

국제 성악계 관록상 베이스 연광철이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바리톤 김기훈이 국제 무대에서 쌓은 성악실력을 뽐내는 형국으로 공연은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레퍼토리의 소화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배역의 특징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세 성악가들이 부르는 모차르트와 베르디, 바그너,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아리아들에서 이들의 특징과 강점,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우선 독일 정통 예술가곡 ‘리트’의 거장이기도 한 베이스 연광철의 경우 슈베르트의 야상곡이나 700회 이상의 무대에서 폭넓은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소화한 경력을 갖고 있는 연광철은 오페라 <돈 카를로>중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중 ‘아가야, 이방인을 환영해다오’에서 이런 관록의 성악을 선보였다.

연광철은 독일 정통 예술가곡 ‘리트’의 거장이기도 한데 청중과의 감정적 이런 공감을 유도하는 예술적 표현에서 일가견을 보인 자신의 독일 가곡 리사이틀을 이끌었던 점이 일주일전 독일가곡 리트 리사이틀에서 인상깊었는데 이런 연장선상의 공연이 펼쳐져 이채를 띠었다.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꾸준한 러브콜을 받기는 마찬가지인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역시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중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나 바그너 오페라 <라인의 황금>중 ‘나는 이제 자유인가’에서 2012년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베이스 바리톤의 성량을 보여줬다.

막내 바리톤 김기훈은 최근 세계 유수의 극장을 다니고 있는 그의 경력을 반영하듯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중 ‘나의 마지막 날’,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중 ‘저녁별의 노래’등으로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 성악을 보여줬는데 2021년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주최하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겁 없는 신예 성악가의 무대가 느껴졌다.


“‘싱 로우 앤 소프트’, 성악공연의 틈새시장 개척 케이스!”

저음의 미학과 깊이, 그리고 넓게를 보여준 이번 ‘싱 로우 앤 소프트’는 성악공연의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처럼 내게는 비쳐진다. 서두에서 언급한 세계 클래식계 무대에서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의 쓰리 테너의 탄생처럼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도 저음역 성악의 예술성으로 성악계의 새로운 브랜드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으로 이번 공연에 많은 기대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시장의 공략은 8월초 있었던 올해 제22회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도 내게 주목의 대상이었다. 폐막공연 직전에 열렸던 소프라노 에일리시 티넌 &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슈트로세-모든 길은 귀향길 공연에서 올해 처음 한국무대를 찾았다는 아일랜드계 소프라노 에일리시 티넌의 얘기를 들으면서, 또 그녀가 들려주는 대니 보이등 아일랜드 관련 가곡들을 들으면서 교향곡과 오페라, 체임버오케스트라들의 연주 향연속에서 틈새시장(niche market)의 발굴을 느꼈던 것이다.

이어 저녁 8시에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펼쳐질 홍석원 지휘 드보르작 신세계교향곡 제9번이나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아키코 스와나이가 출연할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틈바구니 속에서 에일리시 티넌의 무대는 앙꼬 찐빵처럼 열흘 넘게 열린 올해의 평창대관령 여름음악축제에서 틈새시장(niche market)의 한 전형을 펼쳐보인 무대로 내게 다가왔다.

한편 베이스 연광철은 독일 가곡 리트등이 클래식 장르에서 비인기의 전형이란 편견을 잠재우는 독일가곡 리사이틀을 일주일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Dichterlied같은 독일 가곡 리사이틀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과 관심도는 교향악단들의 교향곡 연주들이나 오페라 공연의 호응들에 비해 공연장르상 인기면에서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 8월17일 일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베이스 연광철 가곡 리사이틀도 1층 객석들만 관객들로 채워 2,3층 및 합창석은 비운채 진행돼 독일 가곡 리사이틀에 대한 이런 비인기의 한 단면을 노출했다.

그럼에도 이날 바이로트가 사랑한 성악가로 명성높은 베이스 연광철은 슈베르트와 브람스, 휴고 볼프와 슈트라우스의 독일 가곡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매우 수준높은 공연으로 교향곡 연주와 오페라 공연들 사이에서 찐빵속의 앙꼬 같은 귀중한 시간을 관객들에게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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