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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여행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의 적통, 바딤 레핀 바이올린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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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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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 클라라 주미 강 협연 장면 2019 힉엣눙크
 
 
일시: 10월17일(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여전히 젊음의 현재진행형 보여준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의 적통 바딤 레핀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의 적통 바딤 레핀은 그의 올해 만 5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여전히 젊음의 현재진행형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10월17일 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에서 열리는 러시아 시즌(Russian Seasons in the Republic of Korea 2021)의 일환으로 열린 그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보고 나서 느낀 소감이다.
 
2015년 5월인가에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하기 위해 바딤 레핀이 차이콥스키의 명상 op.42 no.1, 멜로디 op.42 no.3, 왈츠스케르초 op.34, 그리고 라벨의 치간느를 연주한 콘서트를 담백하게 감상한 적이 있다. 21세기의 하이페츠로 불리는 바담 레핀은 불타는 열정과 완벽한 테크닉, 시적 감수성을 자랑하는데 당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바딤 레핀의 스탠다드 연주같은 느낌이 올해에도 같은 감상으로 다가왔다. 지나친 과시욕의 큰 보잉이나 연주에 흥분하는 타입이 아닌 차라리 냉정한(冷淨漢)에 가까웠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은 11세때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 17세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면서 클래식계 스타로 부상했고 사이먼 래틀, 발레리 게르기에프, 마리스 얀손스, 예후디 메뉴인, 유리 바슈메트, 페에르 블레즈, 리카르도 무티, 로스트로포비치, 제임스 레바인, 쿠르트 마주르, 정명훈등의 최정상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뉴욕필, 베를린필, 빈필, 보스톤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런던 심포니, 로열 콘체르트 헤보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국제적 경력을 쌓아왔는데 차라리 냉정한에 가까운 바이올린 소나타의 밤 연주를 러시아 시즌의 일환으로 이끈 것은 내게는 이례적이다.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이날 레핀 연주회의 하이라이트
 
천재성과 세월의 중후함이 스며든 바이올리니스트 라기보다 젊음의 현재진행형이라는 느낌은 이날 레핀이 연주한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연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전반부의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에선 바이올린과 피아노 단 두 대의 악기로 그간 여러 장르와 형식을 통해 실험한 그리그 사운드로 만든 현과 피아노의 작은 우주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레핀은 그만큼 기술적 정교함과 감성의 깊이감으로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빚어냈다.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정경화의 리사이틀 단골 메뉴로서도 국내 바이올린 연주회 애호가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한 작품인데 이날 바딤 레핀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했으며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중 렌스키 아리아, 차이콥스키 왈츠 스케르초, 퐁세의 에스트렐리타 (작은 별) 하이페츠 편곡 앵콕곡 3곡의 연주는 바딤 레핀 바이올린 연주의 특성인 시적 감수성을 현현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주들이었다. 바딤 레핀이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와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및 이중협주곡 음반을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자신을 실내악 연주자로 생각하고서 항상 대화라는 관점으로 임하는 레핀의 연주를 볼 수 있는데 이번 드뷔시, 그리그, 생상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들로만 꾸며진 바딤 레핀의 리사이틀은 바이올리니스트연주들 가운데 바이올린 소나타의 스탠다드적 연주의 특성을 들려준 인상으로 요약하고 싶다.
 
 
-바이올린 소나타의 스탠다드적 연주의 특성을 들려준 인상
 
올해 한국에서 열린 러시아 시즌은 지난 10월2일 토요일 오후 5시 러시아 시즌 2021 한국 공식 개막공연으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 유리 바슈메트 내한공연을 필두로 시작되었다. 이 개막공연을 통해 유리 바슈메트는 후반부 첫곡으로 연주된 브람스-보드로프 비올라와 현악을 위한 아다지오에서 직접 비올라 연주자로 출연, 바슈메트의 진면목을 담았다. 단악장이지만 내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 이 아다지오곡은 중후한 색채를 연출해내는 바슈메트 특유의 색채감을 염두에 둔 곡으로서 고음으로 치닫지 않으며 고음과 저음의 중간을지키는 비올라 특유의 중저음 매력을 십분 살려 현악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게 했다.
 
러시아 시즌은 외국인 관람객에게 러시아 문화를 알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러시아 연방정부와 러시아 문화부의 주최로 진행되며 매년 한 개 혹은 여러 국가에서 러시아의 극장과 박물관, 오케스트라와 무용단이 독창적이며 풍부하고 다양한 러시아의 문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목적으로 진행돼왔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에는 연극과 발레, 오페라와 교향악 및 민속음악콘서트, 아이스쇼와 영화제등이 포함되는데 러시아 시즌은 러시아 문화부 집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동안 총 1300만명이 넘는 관중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한국 무대에서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바딤 레핀의 바이올린 리사이틀로만 현재까지 러시아 시즌이 펼쳐진 것은 흥행면에서 다소 초라해보이는 것이 사실이어서 지난 10월2일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개막공연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무대나 바딤 레핀의 무대 모두 관객수는 러시아 시즌의 열기를 보여줄 만큼 꽉꽉 찬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러시아 발레단과 러시아 오케스트라단, 오페라단, 무용단까지 대거 내한해 진정한 러시아 시즌의 열띤 흥행을 펼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국내에서의 올해 2021 러시아 시즌이다.
 
 
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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