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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여행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작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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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연주일시와 공연장: 10월13일(수) 저녁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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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창작곡들은 계속 창작돼야 하고 연주되어야 한다”
 
베토벤이나 브람스, 말러나 브루쿠너 같은 서구 클래식 연주곡들에 비해 국내 작곡가들에 의한 신작 창작곡들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기도 하고 재미가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오작교 프로젝트’로 선정돼 지원을 통해 제작된 작품을 연주한 지난 10월13일(수)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작교 프로젝트 ‘광개토대왕’은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의 양 사이드만 일부 관객을 채웠을 뿐 신작 창작곡들의 가치와 매력을 인지하고 신작 창작곡들의 진수를 아는 일부 청중만 일부 모인 것 같은 이날 오작교 프로젝트 연주회는 그래도 신작 창작곡들은 계속 창작돼야 하고 연주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필자에게 일깨우게 했다.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오작교 프로젝트 ‘광개토대왕’ 연주회는 관객에게도 현대 창작곡 연주의 좋은 체험이 되었다고 보며 일부 소수 관심있는 이들만의 몫으로 남아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신작 창작곡의 감상도 안목이 있어야 점차 흥미가 생기는 것이니까 저변확대가 관건인 것 같다.
 
 
-신작 창작곡들, 흥미와 관심 확산시킬 저변확대 관건
 
이날 공연예술창작산실 ‘오작교 프로젝트’의 연주회는 전반부에 작곡가 김대성의 “님을 위한 행진곡 주제에 의한 교향시 ‘민주’”, 가야금 협주곡 <비취단장:, 전속작곡가 이성현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마법사의 제자>’를 피아노 연주단체 “클랑”을 창단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 박선민이 연주했다. 2부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노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래의 노래>, 오케스트라를 위한 <영락>, 오케스트라를 위한 <프롤로그>, 오케스트라를 위한 <재앙의 카니발>,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춤과 제례>의 여섯 개 릴레이 연주곡으로 연주됐다.
 
첫 연주곡 님을 위한 행진곡 주제에 의한 교향시 ‘민주’는 김종률의 ‘님을 위한 행진곡’을 곡의 주제선율로 사용한 것이었는데 작곡가 김대성은 “곡을 쓰는 내내 난 망자와 산자들의 원한과 분노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들의 원혼을 부르고 그들의 아픔을 산자들 앞에 다시 깨어나게 하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현 전남대 국악학과 강사인 가야금 연주자 성보나가 연주한 가야금 협주곡 <비취단장>은 역시 작곡가 김대성이 경주의 월지와 ‘신석초’의 시 ‘비취단장’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김대성 작곡가가 그동안 작곡했던 가야금 곡들의 단편을 협주곡이란 틀에서 녹여낸 곡이었다.
 
전속작곡가 이성현이 작곡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마법사의 제자>’는 괴테의 시 <마법사의 제자>를 주제로 쓰여진 것인데 피아니스트 박선민이 광개토대왕의 마술적인 힘, 그리고 그 용병(제자)들의 강인함에 빗댄 은유적인 음향들과 음색들을 피아노로 빚어냈다.
 
-오케스트라 여섯 개 릴레이 연주곡, 6개의 곡들로 이뤄진 하나의 교향시
후반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릴레이 연주곡은 6개의 곡들로 이뤄진 하나의 교향시 같은 느낌을 내게 주었는데 먼저 연주된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노래>에 대해 전속작곡가 이성현은 빛과 그 움직임에 관련된 작품들을 꾸준히 써오고 있으면서 특히 이 작품에선 단순한 협화와 투명하고 빛나는, 금속성의 소리들로 이루어진 선율들로 독특한 서정성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전한다.
 
두 번째 연주곡 설수지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노래>는 신작 창작곡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내 개인적으로 받았는데 성경의 아가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서 이 구절의 특징은 전체가 희곡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등장인물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친구들이 등장하여 사랑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연주곡 이선조 작곡가의 ‘오케스트라의 <영락>’은 고구려 광개토 대왕때 사용된 연호로 ‘영원한 즐거움’으로 직역할 수 있으며 ‘광개토 대왕’이 아닌 ‘담덕’으로서 겪어왔을 광개토 대왕의 심리를 묘사하며 그에 대한 존경을 담고자 한 작품이라고 작곡가는 밝히고 있다.
 
네 번째 연주곡 ‘오케스트라를 위한 <프롤로그>’에선 작곡가 전다빈이 연극에서 주로 배우가 연극 시작전에 작자의 대변자로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짧게 해설하는 용어 ‘프롤로그’의 형태를 인용하여 광개토대왕의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곡이며 대국을 만들기까지 여러 상황들을 음악적으로 담아내 보고자 하였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재앙의 카니발>’, 최연소 작곡가의 작품치곤 저력과 비중
 
다섯 번째 연주곡 ‘오케스트라를 위한 <재앙의 카니발>’은 서울대 작곡과 학사과정에 재학중인 작곡가 주시열의 작품인데 여섯 개의 릴레이 연주곡들 가운데서 내게는 최연소 작곡가의 작품치곤 저력과 비중을 느끼게 하는 연주곡이었다. 본 작품은 광개토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Carnival'인 동시에 전쟁을 기억하는, 그리고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곡가 주시열은 “승패만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그 상황속 사람들이 겪은 ’대재앙‘적 혼돈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광개토대왕의 역사이자 이야기가 아닐까?”하고 관객들에게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여섯 번째 곡 전속작곡가 이성현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춤과 제례>’는 서양 오케스트라로 동양적, 원시적인 힘을 가진 춤과 제례적, 민속적 성향을 가진 음향을 만들고자 작곡된 곡이다.
 
이날 연주가 끝나자 5명의 작곡가들은 모두 무대에 나와 관객들에 인사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는데 이들의 간략한 이력을 살펴보면 전속작곡가 이성현은 2009년 진은숙과의 만남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2020년 대한민국 작곡상 신인상등을 수상했다. 작곡가 설수지는 현재 서울대 음악대학원 작곡가 석사과정에 재학중으로 고전음악 연구와 연주법에도 관심이 많다. 작곡가 이선조는 소리를 통해서 청자들이 직접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장면, 나아가 하나의 서사시를 상상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며 현재 서울대 대학원 작곡과에 재학중이다.
 
작곡가 전다빈은 한예종 음악원 작곡과를 졸업했고 2020 경기아트스테이지-베토벤 음악극 ‘Es muss sein'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여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업하였다. 작곡가 주시열은 서울대 작곡과 학사과정에 재학중이며 창작뮤지컬 ’MOMENT'에서 작곡과 연출로 참여했고 현재 현대음악창작단체 ‘꾼’ 대표로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시니어급에 속하는 작곡가 김대성은 2000년 뮤지컬 작곡 대상(태풍)을 필두로 2020년 아창제 공모 3회 당선(윤회, 슬픔의 강, 비천도), 대금 가야금을 위한 2중협주곡 “잃어버린 마을” 위촉작곡(양악관현악)을 맡았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오작교 프로젝트’는 대중들이 무수히 많은 연주회들을 통해 들어온 앞서 언급한 바대로 베토벤이나 브람스, 말러와 브르쿠너 차이콥스키등 인기 서구 클래식 연주곡들에 비해 국내 관객들의 흥미도는 현재 낮으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등의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한편으론 계속 신작 창작곡들이 창작돼야 하고 저변확산을 위해 연주돼야 한다는 역설을 낳았다. 신작 창작곡들이 자주 많이 연주되고 관객들이 많이 듣게 되면 서양 클래식처럼 진짜 클래식 음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리라.
 
 
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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