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 개최 > 이주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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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 개최

국제갤러리 한옥, 2026. 6. 9. –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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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오는 6월 9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옥에서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1946–1989)의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을 개최한다. 메이플소프는 20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초상화, 정물화, 누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장르와 사디즘과 마조히즘 등 당대 뉴욕의 도발적인 하위문화를 결합하여 사진 매체의 경계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실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가 섹슈얼리티를 탐구한 사진부터 유명 인사의 초상, 탐미적인 정물 사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그만의 서사성을 중심으로 소개했다면,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주제나 장르를 떠나 그의 사진을 관통하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둔다. 무엇보다도 본 전시는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과의 협력으로 작가의 실험정신과 현대의 사진 기술을 접목한 새 오버사이즈 연작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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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Thomas〉, 1987, Silver gelatin

50.8 x 40.6 cm (20 x 16 in.) © 작가,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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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Orchid〉, 1987Silver gelatin

50.8 x 40.6 cm (20 x 16 in.) © 작가,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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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Ken and Tyler〉, 1985, Silver gelatin
50.8 x 40.6 cm (20 x 16 in.) © 작가, 국제갤러리



한옥의 절제된 공간감 안에서 펼쳐지는 《형태의 시학》은 메이플소프 특유의 연극적 긴장이 고요하고 통제된 실내 공간과 대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주제 면에서 그가 주로 다루었던 인물, 여성 및 남성의 누드, 고전 조각, 꽃, 그리고 풍경 이미지들을 아우르는데, 특히 작가의 정제된 형식미가 돋보이는 이미지들에 중점을 둔다. 이번 전시작은 형식적으로 크게 두 개의 작품군으로 구성된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Hasselblad 500) 카메라로 구현한 대표적인 젤라틴 흑백사진, 그리고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에서 최근 작가 생전의 염원을 실현하고자 54 x 54 인치(137.2 x 137.2 센티미터)의 사이즈로 인쇄한 오버사이즈 젤라틴 흑백사진이다.

“사진은 말하자면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다”¹라는 메이플소프의 말에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발견된’ 이미지의 연장선에서 인식되던 사진을 조각이나 회화처럼 '순수 예술(fine art)’로 격상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뿐만 아니라 그가 사진 매체와 맺고 있던 관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개입을 허용하는 ‘찰나의 미학’ 대신, 계산된 채광이나 완벽한 구도에 천착하는 ‘극한의 미학’을 추구했던 그의 사진은 실제로 그리스·로마 조각상의 고전적인 조형미나 비례감, 구성 원리를 충실히 반영한다. 그는 빛과 그림자를 매우 치밀하게 통제해 인물, 꽃, 오브제 등을 마치 고전 조각처럼 보이게 만든다. 또한 흑백과 그 중간의 여러 회색 톤들이 부여하는 섬세하면서도 강한 콘트라스트 역시 형태를 또렷하게 부각시키면서, 사진을 평면 이미지라기보다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한몫한다.

1960년대에 브루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회화와 조각,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메이플소프가 사진 콜라주를 활용한 오브제 작업을 통해서 사진이라는 매체에 깊이 매료되었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에게 예술은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마땅한 것이었기에, 이후 사진과 조각을 유연하게 오갈 만큼 줄곧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이 ‘새로움’의 추구는 형식뿐만 아니라 대상이나 주제에도 적용되어, 그는 남성 누드 자체가 금기시되던 시대에 흑인 남성 누드를 찍고 미지의 영역이던 ‘죽음과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워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덕분에 메이플소프는 사회적 논쟁과 예술 검열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그는 이러한 주제를 다룰 때조차도 꽃과 오브제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경우와 동일한, 극도로 정제된 형식미와 정교한 질서를 고수했다. 흑인 남성의 누드 사진에서 화병의 견고한 형식미가 느껴지고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꽃이 의인화된 신체의 확장으로 보이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탐미주의와 급진성이 긴장 관계를 이루는 양가성은 메이플소프 작업의 핵심적 특징을 이룬다.

사진의 조형성과 형태에 대한 작가의 탐구는 매체와 작품 크기를 둘러싼 실험으로도 이어졌다. 메이플소프가 회화보다 사진에 더한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콜라주, 폴라로이드, 젤라틴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dye-transfer) 기법의 컬러사진, 실크스크린, 석판 인쇄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캔버스 위에 플래티넘 기법으로 인화하여 사진 표면에 캔버스의 질감이 그대로 표현되도록 하기도 했고, 1985년에는 다양한 프린팅 기법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메이플소프가 이러한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던 근간에는 사진이 회화나 조각과 마찬가지로 작품으로서의 고유성과 희소성을 갖기를 지향하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1988년 『BOMB』 매거진에 실린 게리 인디애나(Gary Indiana)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것이 사진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그간 해온 작업의 크기와 규모로 보자면, 내 작업은 사진의 맥락에서 볼 수 없다”라고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크기의 문제는 메이플소프에게 사진 매체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생전에 메이플소프는 30 x 30 인치(76.2 x 76.2 센티미터)부터 40 x 50 인치(101.6 x 127 센티미터)에 이르는 오버사이즈 젤라틴 흑백사진 에디션을 120여 점 제작했다. 최근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은 사진의 디테일과 퀄리티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오늘날의 기술 환경에서 확장하고자, 현재 실버 젤라틴 종이로 인쇄 가능한 최대 크기로 제작한 ‘모던 오버사이즈’ 연작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이 연작 가운데 국제갤러리와 재단의 협력하에 구현된 세 점을 국내외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화이트큐브의 맥락이 지워진 한옥 공간에서, 혼돈의 시대를 정교한 질서로 탐색하고 매체 실험을 통해 새로운 사진 미학을 열어온 메이플소프의 작품 세계와 그 형식미를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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