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사진 기획전 《진동하는 사물들(Objects in Oscillation)》 개최 > 이주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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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구본창 사진 기획전 《진동하는 사물들(Objects in Oscillation)》 개최

국제갤러리 K1, K2, 2026. 6. 9. –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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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6월 9일부터 7월 19일까지 K1과 K2에서 사진 기획전 《진동하는 사물들(Objects in Oscillation)》을 개최한다. 동시대 한국 사진작가 9인의 정물 사진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사진 매체 고유의 표현을 탐색하는 동시에 어떻게 사물과 마주하고 관계 맺을 것인지를 질문한다. 디지털 이미지 기술이 나날이 진화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시대에, 참여작가들은 과도한 디지털 후보정이나 인공지능(AI) 기반의 이미지 생성 및 교정을 경유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눈과 감각, 그리고 카메라의 광학적 기술만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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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b. 1953)〈컬렉션 18〉2019, Archival pigment print
124 x 93 cm © 작가, 국제갤러리


 
전시는 사진작가이자 기획자, 그리고 교육자로서 사진이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구본창 작가의 기획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동료 사진가들을 한자리에 초대하는 한편, 자신의 정물 작업 또한 함께 선보인다. K1 뒤쪽 전시장에 자리한 〈오브제〉 연작은 새틴 천 안감의 빈 상자들을 모아 촬영한 작품이다. 기존의 내용물이 빠져나간 자리를 음각으로 간직한 이 상자들은 존재와 부재, 주연과 조연의 관계를 되묻는다. 간과되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은 〈컬렉션〉 연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우연히 마주한 사물들을 수집하고 응시하며, 이를 단순한 배경과 조명 아래에서 촬영함으로써 각각의 사물이 스스로 고유한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다.

같은 공간에 자리한 정희승 작가에게 사진이란 우연한 순간과 이를 필연적 이미지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시도 사이에서의 망설임이다. 그는 새로운 연작 〈병렬투영〉(2026)에서 19세기 프랑스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의 시집 『주사위 던지기』(1897)를 사진적으로 번역하며 사진 매체의 존재론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다. 우연이라는 절대적 심연에 대한 수학적 탐구를 시적 언어에서 이미지로 번안하며, 정희승은 시의 다층적 상징성과 불가해성에 대한 사유를 촉발하는 오브제들을 소재로 삼는다. 나아가 원본 텍스트의 개념과 사진 이미지를 어느 한 소실점에서도 만나지 않고 평행하게 나아가는 병렬의 관계에 놓기 위해, 소실점을 발생시키지 않는 투시도법인 ‘병렬 투영(parallel projection)’¹의 구도를 취하고, ‘아이소메트릭(isometric)’² 그리드 위에 사물을 배치한다. 우연과 필연 사이를 ‘진동’하는 그의 사진적 성좌는 사진 매체의 고유성과 형이상학적 사유를 정교하게 연결한다.

한편, 사진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존재들과 교감하며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도 선보인다. K1 앞쪽 전시장에 자리한 조성연 작가의 〈사라지지 않고 무언가의 일부가 된다〉,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연작은 도시의 주변부에서 채집한 콘크리트 조각, 철근, 전선, 기계 부품, 식물의 잔해 등을 재조합해 그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포착한다. 이 장면들은 계산된 연출의 결과라기보다 작가가 사물과 함께한 시간과 인연이 빚어낸 산물에 가깝다. 그 일시적인 균형 속에서, 사물들은 새로운 가능성과 생명력을 발현한다.

K2 1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에서 김수강 작가는 일상의 모퉁이에 놓인 사물들에 시선을 돌린다. 작가는 돌, 병, 종이 가방 등 주변에 무심히 존재하는 대상들을 명상하듯 오래 들여다보며 그 안에 깃든 아우라를 담아낸다. 특히 작가는 작업에 고유의 질감을 부여하는 ‘검프린트(gum print)’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종이에 물감을 넣은 용액을 바르고 빛을 쬐어 물 속에서 현상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색조를 구현하는 정교한 수작업이다. 이를 통해 회화적인 물성을 입은 그의 사진은 가장 적당한 무게로 사물의 비가시적인 내면을 비춘다.

김수강이 고전적인 유제 기법으로 사진 매체의 가능성을 다룬다면, 김경태 작가는 사진을 중첩하고 합성하며 렌즈 초점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가는 피사체에 점진적으로 접근해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한 후, 각 사진에서 초점이 가장 선명하게 맞는 부분들만 합성하는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 기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화면의 모든 지점에 고르게 초점이 맞는 선명한 이미지가 탄생한다. 이렇게 완성된 연작 〈Brass Hex Nut〉(2016)은 너트 표면의 질감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전시장에서는 세 점을 나란히 배치하여 시선과 초점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찬우 작가 역시 중첩의 기법을 활용하지만, 그의 목적은 경험이 축적되며 남는 기억의 흔적을 드러내기 위함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선시대 ‘책거리’ 형식을 차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책거리가 당대의 지식과 취향, 가치관을 진열하기 위해 가장 ‘좋은’ 물건들을 그려 넣은 회화의 한 장르였다면, 박찬우는 ‘좋음’의 기준을 상품성이나 물질 자체의 특성이 아닌 경험의 축적으로 바라보고, 그의 책장에 사용 흔적이 묻은 일상 용품들을 병치한다. 이 사물들은 다시점(多視點) 방식으로 중첩 촬영되어 하나의 고정된 위계나 관점을 거부한다. 과거의 형식을 빌려 현재의 가치 체계를 질문하는 그의 작업은 경험과 기억이 덧대어지며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함께 자리한 구성연 작가의 〈설탕〉 연작은 설탕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보물과 장식을 담아낸다. 작가는 가변적인 소재로 오브제를 제작하고 이를 정물화의 구도로 배치해 촬영하는데, 사진 매체는 이 모사물을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그 간극을 드러내며 보는 이의 판단을 유예시킨다. 달콤하고 반짝이지만 이내 사라질 운명을 지닌 설탕 오브제 사진은 실제와 가상, 영원과 순간, 이상과 허상의 경계에서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다.

한편, K2의 2층에서는 ‘사라짐’에 대한 성찰이 담긴 작품들이 전시된다. 정정호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노무자였던 할아버지의 삶을 추적하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작업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부족한 자료와 접근이 제한된 장소들에 맞닥뜨린 작가는 사라진 역사를 외부의 정보로 메우기보다 현재 자신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작가는 탄피, 철사, 끈, 아카이브 문서, 아버지의 군대 사진 등 수집한 오브제들을 재구성해 촬영함으로써 전쟁 속 잊힌 개인의 작은 역사를 복원한다. 조사, 수집, 조합을 거치는 긴 작업 과정은 지워져 버린 존재들과 연결되어 이들을 사유하는 시간이며, 최종 결과물인 사진은 그 모든 행위의 증표로 남는다.

조선희 작가의 사진은 부재와 소멸을 탐구한다. 〈Black Imago〉(2024–2025) 연작은 시들어가는 꽃의 외피에 화장의 재를 연상시키는 검은 안료를 입혀 촬영한 작업이다. 검게 뒤덮인 꽃은 생명력과 기능이 휘발된 채 무기질의 고요한 질감으로 응축되며, 사진은 이 마지막 모습을 물질적 기록으로 붙든다. 〈Planet〉(2024–2025) 연작은 부패하며 형태를 잃어가는 과일들을 작은 행성처럼 포착한 작업이다. 작가는 생의 기능을 다한 이후에도 지속되는 물질의 상태를 조명하며, 죽음을 끝이 아닌 또 다른 미학적 상태로 전이되는 순간으로 기록한다.

이렇듯 《진동하는 사물들》의 참여작가들은 정지된 듯 고요하지만 저마다의 내밀한 울림으로 맥동하는 사물의 시적 잔향을 포착한다. 관찰과 응시, 어루만짐의 시간이 응축된 이들의 사진 속에서 사물들이 간직해온 고유의 시간이 다시금 펼쳐진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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