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 갤러리는 6월 5일부터 7월 12일까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을 선도한 서승원 화백의 «The Interplay»를 개최한다. 2021년 동 갤러리에서의 작품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가 근래 추구하고 있는 미학과 조형적인 탐구가 집중 조명된다.
Suh Seung-Won, Simultaneity 23-617, 2023 © 작가, PKM 갤러리
Suh Seung-Won, Simultaneity 22-707, 2022 © 작가, PKM 갤러리
Suh Seung-Won, Simultaneity 22-802, 2022 © 작가, PKM 갤러리
서승원 화백은 1960년대부터 추상 화면에 한국의 미의식을 결합하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는 기하추상 그룹 ‘오리진Origin, 1962–’과 전위미술 단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1969-1975’의 창립 회원으로, 국내 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전후 한국 미술이 구습에서 벗어나 동시대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더불어, ‘동시성Simultaneity’이라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수립하고, 이를 꾸준히 전개하였다. ‘동시성’은 서 화백이 1967년경 시작하여 50여 년간 천착한 작업의 중심 개념으로, 보이지 않는 피안彼岸을 모든 것이 균등하게 공존하는 가시적인 세계로 드러나게 한다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The Interplay»에서는 빛과 색, 구성의 조화로 ‘동시성’ 개념을 더욱 발전시킨 서승원 화백의 최근작이 공개된다. 작품에서는 배면에서 스며 나온 듯한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깔이 경계 없는 사각의 형태로 화면 위를 부유하고, 서로 다른 색면들이 상호 침투하며 평면 안에서 공간감을 획득한다. 선, 면, 형, 색 등을 절대적인 구조로 집약한 기하추상으로 주목받은 서승원은, 1990년 무렵부터 점차 경계선이 사라지고 형상과 바탕이 상호 개방되어 확산하는 추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근간에 이르러 그가 손끝의 촉감으로 완성한 ‹동시성› 연작은 개혁기와 해체기를 지나,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접어든 대가의 무르익은 기량을 담백하게 드러낸다.
© 작가, PKM 갤러리
이와 같은 서승원 작품의 기저에는 작가가 나고 자란 한옥에서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격자 문양의 문창살은 기하학적인 구성의 토대가 되었고, 창호지 너머 어른거리던 햇볕과 달빛은 빛과 색이 진동하는 화면으로 승화하였다. 또한 그의 어머니가 다듬이질로 흰옷을 빨래하던 방식은 서 화백 특유의 ‘걸러진’ 색을 이끌어 냈는데, 실로 그가 초기작에서 사용한 오방색은 작가가 살아온 세월의 겹만큼 긴 시간 동안 걸러져 근래 작품에서 투명하고 맑은 빛으로 정제되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심미안과 현대의 추상, 시간과 공간 등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그의 최근 회화는 평면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 무한하고 자유로운 피안의 세계를 현시하고 있다.
본 개인전을 위해 물리적인 스케일보다 밀도와 깊이에 초점을 맞춘 100호 이하의 회화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화면과 화면, 작품과 공간이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 내는 전시장의 공기는 형상과 여백, 조화와 긴장으로 말미암은 서승원 회화의 율동감과 연동한다. 단순한 이미지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우주로서 공간 전체에 구현된 서 화백의 예술 세계는 관객의 내면에 깊은 사유와 울림을 전할 것이다.
서승원 화백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 전공으로 학·석사를 취득한 후, 한국,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지의 유수 미술기관 전시와 파리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의 국제 미술 행사에 다수 참가하였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도쿄화랑, 1975의 참여 작가였으며, 2023-2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LA 해머미술관에서 순회 개최된 단체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 초대되었다. 서 화백은 한국미술대상전 최우수상1978, 광주문화예술상 2013,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 예술가상2017 등을 수상하며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런던 대영박물관,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구겐하임 아부다비,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기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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