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다원예술 《숲》을 지난 5월 23일(금)부터 2026년 1월 25일(일)까지 서울관에서 진행중이다. 월별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간 진행하고 있는 다원예술 《숲》의 7월 프로그램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의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겐코-안 03062〉를 7월 14일(월)부터 8월 10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다원공간에서 선보인다.
다원예술《숲》 하이너 괴벨스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겐코-안 03062> ©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예술《숲》 하이너 괴벨스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겐코-안 03062> ©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예술《숲》 하이너 괴벨스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겐코-안 03062> ©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관 MMCA다원공간에서 약 한 달간 선보이는 하이너 괴벨스의 〈겐코-안 03062〉는 작가가 1992년 교토의 겐코안 사원을 방문했을 때 받은 영감에서 출발했다. 사원의 둥근 창과 사각형 창을 통해 같은 정원을 바라보며 받은 시각적 경험을 작가는 청각적이고 공감각적인 체험으로 전환했다. 이 시리즈는 이후 다양한 도시와 공간에 맞추어 새롭게 제작되었다. 베를린(2008), 다름슈타트(2012), 리옹(2014), 모스크바(2017), 보고타(2019) 등에서 각각의 장소적 특성을 반영한 버전들이 선보인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우편번호 ‘03062’를 제목에 포함한 이번 장소 특정적 작업은 작가가 선사하는 ‘소리와 목소리의 정원’으로 관객들에게 명상적이면서도 몰입적인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겐코-안 03062〉는 25 × 20 × 11㎡의 MMCA다원공간 전체를 특정적으로 활용한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이다. 관객은 다원공간에 들어서자마자 8채널 사운드와 빛, 어둠, 물결, 소리, 진동, 사물 등 공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위계 없이 공감각적으로 마주한다. 작품은 내러티브나 실연자가 없지만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언어의 의미는 인식하지 않은 채 작품에 몰입한다. 작가는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상상의 시적 공간을 열어 ‘사물들의 공연’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19세기 미국의 초월주의 철학자이자 자연주의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수필집 『월든』이다. 소로가 월든 호수 근처 숲에서 2년간 홀로 생활하며 기록한 자연에 대한 성찰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이 텍스트에 영향을 받아, 하이너 괴벨스는 작업을 구성했다. 작품에는 존 케이지가 소로의 텍스트를 예술적으로 해체한 《빈 단어들》(1974)의 소리와 하이너 괴벨스가 화가이자 조각가, 음악가인 로버트 루트먼과 협업해 만든 오케스트라 작품 《월든》(1998)이 포함된다. 여기에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민족학적 음성 기록들이 더해진다.
또한 존 케이지,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 소설가 알랭 로브그리예,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 등 다양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음악처럼 겹겹이 쌓인다. 관객들은 이러한 다성적(多聲的) 구조 속에서 언어의 의미보다는 소리 자체의 질감과 리듬을 경험하며,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하이너 괴벨스는 극장의 여러 장치와 요소들의 다층적인 목소리를 통해 관객의 감각을 열고, 사색을 촉발하며, 자신만의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작업했다. 그는 『월든』을 다시 언급하면서, “소로가 기차 소리, 새 소리, 나무 소리 등 서로 다른 소리 사이에 위계를 두지 않고 대하는 태도가 현재 예술이 가져야 할 중요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빛과 어둠, 형태와 리듬, 시와 노래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내는 거장 하이너 괴벨스의 몰입적인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하길 바란다”며 “다원예술 《숲》을 통해 인간과 자연, 예술이 만나는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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