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젤리는 중립적인 동물 캐릭터를 통해 인종, 계급,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난 인간 군상을 은유적으로 표 현하는 크리스 미소 작가의 ‘Essential’전을 7월 15일부터 8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필수 노동자(Essential worker)’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기간동안, 우리는 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 해 꼭 필요한 존재인 필수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된 작가는 사회 계층에 따른 근무 환경의 격차를 느끼고, 그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노동을 이어오는 존재에 집중하 게 되었다. 필수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문제들이 여전히 이어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저마다 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짚어보고, 사회의 표면 아래 존재하는 ‘필수 노동자’에 대한 질문 들을 던지고자 한다.
크리스 미소, Bear Carpenter, 100 x 100 cm, Acrylic on Panel, 2025. © 작가, 이젤리
크리스 미소, Capybara Cinema Kiosk Clerk, 30 x 30 cm, Acrylics on Panel, 2023.© 작가, 이젤리
크리스 미소, Cormorant Electrician, 100 x 100 cm, acrylic on panel , 2025. © 작가, 이젤리
크리스 미소 작가는 유럽의 민화나 고전들의 풍자와 철학이 담긴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역사, 정치, 영화 등 다양한 주제들을 동물 캐릭터로 의인화하여 작품에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고양이, 개, 토끼 등과 같은 동물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하는데, 인간들의 다양한 직업군들을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관 람객으로부터 관심을 끌어내어 공감을 이끄는 매개체이자 서사를 이끌어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작 가는 인간을 모티브로 했을 때, 인종, 계급, 연령 등 누군가의 정체성이 투영되어 작가가 의도하고자 했 던 본질적인 의미가 왜곡되지 않고, 선입견 없이 작품의 스토리텔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동물들을 모티 브로 묘사해 오고 있다. 작가는 나무 판넬 위에 젯소칠과 샌딩 작업 된 여러 층의 레이어를 통해 작품 의 탄탄한 기반을 만들고, 아크릴 과슈와 아크릴 잉크로 작품의 밀도감과 디테일을 표현해 낸다. 최근 그의 작품에서는 작가, 공항 청소부, 낚시꾼, 플로리스트 등과 같이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직업 군들을 담아내며, 인간 사회의 복잡한 감정과 구조를 풍자와 공감이라는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팬데믹 이후 ‘필수 노동자’의 가치를 다시 조명해야 하는 현재 이 시점에서, 기술 발전의 이면에 있는 ‘인간 노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 레이버(David Graeber)의 ‘유령론(hauntology)’처럼 노동자 중심 사회라는 이상에 대한 향수인 동시에, AI·딥러닝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미래에 대한 경고 의식을 담아낸다. 작가는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우리 는 진정으로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사회가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할 “필수 노동 자”들의 서사를 작품에 녹여내며, 기술 중심 시대에 놓치기 쉬운 인간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다시 생 각하고자 한다. 작가는 의인화한 동물 캐릭터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를 재조명하고 사람 간의 관계와 역할, 계층적 현실을 우회적으로 내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각 작품의 캐릭터마다 담고 있는 다양한 서사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 길 바란다.
크리스 미소 작가는 1984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조형학부 유화과를 2009 년에 졸업하였다.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Analogue》를 포함해 총 세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2018년 태국에서 열린 《An Inspiring Pair》 전시와 《Art Jakarta 2024》를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국내외 다양한 아트페어와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현재는 부산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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