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는 오는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메세 바젤(Messe Basel)에서 개최되는 ‘아트 바젤(Art Basel) 2025’에 참가한다. 전 세계 42개국 289개의 갤러리가 참가하는 이번 페어는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 이외에도 총 67개의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언리미티드(Unlimited)’, 도심 속 장소 특정적 공공 설치작업 20점을 소개하는 ‘파쿠어스(Parcours)’, 참여 갤러리의 메인 부스 내에 특정 테마의 또 다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는 ‘캐비닛(Kabinett)’ 등을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건축 및 프로젝트 총괄 큐레이터를 맡고 있는 나탈리아 그라보브스카(Natalia Grabowska)와 저명한 독일 작가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가 함께 메세 바젤이 위치한 메세플라츠(Messeplatz)를 다채롭게 변모시키며 “새로운 발견과 연결의 최종 목적지”로서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아트 바젤의 위상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아트 바젤 어워드(Art Basel Awards)’가 신설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가와 큐레이터 뿐만 아니라 후원자와 기관인 등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활약 중인 인물 36인을 선정, 페어 기간에 맞춰 메달을 수여하는 형식이다. 이는 아트 바젤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확장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에 발맞춰 예술과 문화 전반의 방향성과 접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강서경(1977–2025)〈모라 58 × 78 #07〉2018–2024
Hanji paper mounted on canvas, ink, gouache, thread
78 x 58.2 x 5.5 cm © 작가, 국제갤러리
김용익(b. 1947)〈물감 소진 프로젝트: 명(冥) ㅡ3〉
2023Acrylic on canvas, wood, brass and iron ornament, wire mesh,
45 x 36 x 6.5 cm © 작가, 국제갤러리
김윤신(b. 1935)〈내 영혼의 노래 2009-272〉2009,
Oil on canvas, 20 x 30 cm © 작가,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올해 아트 바젤에서 근현대 미술사를 아우르는 국내외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는 ‘색채묘법’ 작품인 〈Écriture No. 230101〉(2023)을 선보인다. 세라믹의 표면 위에 새빨갛게 불타는 듯한 강렬한 붉은색을 옮겨온 이 작품은 자연에서 영감 받은 박서보의 후기 작업을 잘 나타낸다.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기반을 다진 하종현의 푸른색 〈접합〉 신작 〈Conjunction 24-58〉(2024)은 캔버스의 뒤에서 앞으로 유화를 밀어낸 후 다시 그 캔버스의 앞면에 다채로운 붓질을 가하며 ‘배압법(背押法)’의 변주를 보여준다. 하종현은 올 6월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 위치한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에서 개인전 《Ha Chong-Hyun: Light into Color》를 앞두고 있다.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소품 회화 〈내 영혼의 노래 2009-272〉(2009)는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닌 ‘합일(合一)’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바탕으로, 영원한 삶의 나눔, 생명력의 본질을 자유분방한 색상, 선, 그리고 면으로 표현한다. ‘여백의 화가’ 이우환의 〈Dialogue〉(2021)도 함께 출품된다. 캔버스의 여백과 한 획으로 그어진 그라데이션의 붓질은 작품 표면 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그리고 여백 너머의 공간까지 사유하도록 관람객을 이끈다.
모더니즘적 관행에 균열을 내는 작업을 지속해온 개념미술가 김용익은 〈물감 소진 프로젝트: 명(冥) ㅡ3〉(2023)을 선보인다. 다양한 색상이 덧입혀진 원과 사각형의 한 가운데에 ‘어두울 명(冥)’ 한자가 자리한 이 작품은 음과 양, 하늘과 땅, 삶과 죽음, 높고 낮음 등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현상과 원리에 대한 동양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교토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인 현대미술가 최재은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2025)도 소개된다. 작가가 길가에서 만난 들꽃들에 각각의 이름을 적어둔 작업으로, 각 존재를 호명하는 행위를 통해 일상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이치와 순환을 되새긴다. 부스에 함께 설치될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신작 〈황홀봉헌탑등恍惚奉獻塔燈 – 서리 홍련 이계화二界花〉(2025)는 지역 축제 문화, 종교적 전통, 그리고 장례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본의 백색 사누키 제등(提燈)에 영감 받은 작품으로, 종이라는 재료에 담긴 치유와 정화, 그리고 염원을 통해 물질과 정신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양혜규는 오는 8월 24일까지 네덜란드의 쿤스트할 로테르담(Kunsthal Rotterdam)에서 열리는 순회전 《양혜규: 윤년》과 9월 7일까지 대만 신베이시미술관(New Taipei City Art Museum)에서 개최되는 단체전 《Reimagining Radical Cities》에 참가 중이다. 강서경의 〈모라 58 × 78 #07〉(2018–2024)은 언어학에서 짧은 시간의 최소 단위를 뜻하는 개념 ‘모라’에 착안한 작품이다. 캔버스를 수평으로 눕혀놓고 과슈를 칠해 구현된 추상적 화면은 물감의 본질에 의해 축적되는 시간성과 서사를 담고 있다. 문성식의 장미 연작 중 하나인 〈그냥 삶〉(2024–2025)은 매일의 풍경에서 마주하는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동양화의 구도로 포착한다. 작가는 스크래치 기법으로 계절의 순환, 삶과 죽음 등 우주의 순환적인 원리를 담아내어 일상적인 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부스에는 해외 작가의 작품도 함께 설치된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오목 디스크 연작 중 〈Organic Green to Clear〉(2016)는 거울처럼 왜곡된 근경과 원경을 동시에 비춘다. 작가는 이러한 양면적 현상이 야기하는 일종의 혼돈에 큰 관심을 두며 조각의 물질적인 특성과 왜곡되어 반사되는 비물질적인 특성을 대비시킨다. 한편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이면화 〈Untitled (HCBNMTLIR)〉(2025)과 〈Untitled (BFWTFA)〉(2025)는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아폴로를 서구 제국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혹은 유사과학과 인종 위계 속에서 형성된 미의 전형으로 바라보고, 유럽 중심의 분류 체계가 균열된 지금 다양한 관점의 복수성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7월 20일까지 서울점 K1과 K3에서 단체전 《Next Painting: As We Ar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한 작가들의 이미지 경험과 물질로서의 회화가 만나는 지점을 조명하며 나아가 느린 감각 경험과 물질적 실체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회화 이후의 회화’, 즉 ‘다음 회화’를 제안한다. 같은 기간에 한옥에서는 박찬경 작가가 기획한 《아득한 오늘》이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지속 및 변화되는지 질문하며, 과거의 유산들이 현대의 예술언어와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탐색한다. 부산점에서는 정연두 작가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이 7월 20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블루스 음악과 발효의 리듬을 교차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살아내는 유머와 염원의 태도를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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