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한 조각의 진실에 갇혀버린 당신에게 > 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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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화실

[6강] 한 조각의 진실에 갇혀버린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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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유림 (비작(주) 대표 / 작가, 예술교육콘텐츠 기획자)


오늘의 그림책: 에드 영, 『일곱 마리 눈먼 생쥐』 (시공주니어)

우리는 때때로 손끝에 닿은 작은 조각 하나를 붙잡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믿어버립니다.
누군가의 짧은 말투 하나, 예상보다 늦어진 답장 하나, 무심하게 지나간 표정 하나가 마음속에서 점점 커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그것은 실제로 내가 보고 들은 장면인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면은 하나의 결론이 되어버립니다.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이번 일은 완전히 실패한 거야.’
‘나는 결국 이런 사람밖에 안 되는구나.’

마음이 불안할수록 우리는 전체를 보기보다 한 부분에 매달립니다. 상처받은 말 한마디, 차갑게 느껴진 표정 하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 순간 하나가 마치 삶 전체를 설명하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붙잡고 있는 그 한 조각이 진실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에드 영의 그림책 『일곱 마리 눈먼 생쥐』는 바로 그 성급한 확신의 마음을 아주 단순하고도 깊은 우화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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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츌처: 『리디아의 정원』 (시공주니어)



부분만 만지고 전체를 안다고 말할 때

어느 날, 일곱 마리 눈먼 생쥐들이 연못가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생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모두 앞을 볼 수 없기에, 하루에 한 마리씩 다가가 직접 만져보고 돌아와 자신이 알아낸 것을 말하기로 합니다.

월요일, 빨간 생쥐가 먼저 다가갑니다. 그는 커다랗고 단단한 다리를 만지고 돌아와 말합니다. “그것은 기둥이야.”화요일, 초록 생쥐는 길고 꿈틀거리는 코를 만지고 말합니다. “아니야, 그것은 뱀이야.”수요일, 노란 생쥐는 날카로운 상아를 만지고 “창이야”라고 하고, 목요일, 보라 생쥐는 넓은 몸통을 만지고 “절벽이야”라고 말합니다. 금요일에는 주황 생쥐가 커다란 귀를 만지고 “부채야”라고 하고, 토요일에는 파란 생쥐가 가느다란 꼬리를 만지고 “밧줄이야”라고 하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 생쥐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각자가 만진 감각 안에서는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리는 정말 기둥처럼 느껴졌을 것이고, 코는 뱀처럼 느껴졌을 것이며, 귀는 부채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문제는 자신이 만진 것이 전체가 아니라 일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것을 전부라고 믿어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도 종종 이 생쥐들과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의 한 모습만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고, 관계의 한 장면만 보고 마음의 결론을 내려버립니다. 내 안에서 일어난 하나의 감정만 붙잡고, 그것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믿어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삶은 언제나 우리가 만진 부분보다 훨씬 크고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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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믿고 싶을 때

우리는 왜 이렇게 쉽게 확신하게 될까요? 어쩌면 불확실함을 견디는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알 수 없는 상태로 오래 머무는 것은 불안합니다. 차라리 어떤 결론이든 내려버리면, 마음은 잠시라도 덜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래서 우리는 자주 단정합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이번 일은 망한 일이라고. 나는 늘 이렇게 될 운명이라고.

하지만 단정은 때로 우리를 보호하는 듯 보이면서도, 동시에 더 좁은 감옥 안에 가둡니다. 더 볼 수 있는 가능성, 더 들을 수 있는 사정, 더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스스로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빨간 생쥐가 끝까지 “그것은 기둥이야”라고만 믿었다면, 그는 결코 코끼리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한 마음은 한 조각을 붙잡고 전체라고 말합니다. 상처받은 마음은 가장 아팠던 장면 하나를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화가 난 마음은 상대의 잘못만 크게 확대하고, 두려운 마음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이미 벌어진 일처럼 믿게 만듭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확신이 아니라, 조금 더 넓게 만져보려는 용기입니다. 내가 느낀 것이 틀렸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이 전체 중 어느 한 부분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흰 생쥐가 보여준 지혜

마지막으로 일요일, 흰 생쥐가 나섭니다. 흰 생쥐는 한 부분만 만지고 돌아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살펴봅니다. 기둥 같은 다리도 만지고, 뱀 같은 코도 만지고, 창 같은 상아와 절벽 같은 몸통, 부채 같은 귀와 밧줄 같은 꼬리까지 모두 경험합니다. 

그제야 흰 생쥐는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코끼리야.”

흰 생쥐가 특별한 이유는 더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한 부분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만진 조각 하나를 전부라고 고집하지 않고, 여러 조각을 이어 하나의 전체로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지혜란 어쩌면 가장 먼저 결론 내리는 능력이 아니라, 결론을 조금 늦출 수 있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장면을 만집니다. 누군가의 다정한 모습도 만지고, 차가운 모습도 만집니다. 나 자신의 능력도 만지고, 부족함도 만집니다. 성공했던 순간도 있고, 무너졌던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어느 하나만 붙잡고 “이게 전부야”라고 말하면, 우리는 쉽게 사람도, 관계도, 나 자신도 오해하게 됩니다.

한 사람은 한 번의 실수보다 크고, 한 관계는 한 번의 오해보다 깊으며, 한 삶은 한 시절의 실패보다 훨씬 넓습니다. 흰 생쥐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전체를 보기 전까지, 너무 빨리 누군가를 단정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너무 성급하게 정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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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마음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각자의 생쥐들을 데리고 살아갑니다. 불안한 생쥐, 화난 생쥐, 서운한 생쥐, 겁먹은 생쥐, 인정받고 싶은 생쥐. 그 생쥐들은 저마다 자신이 만진 것을 들고 와 크게 말합니다.

“이건 위험한 일이야.”. “저 사람은 믿을 수 없어.”. “넌 또 실패할 거야.”, “아무도 너를 이해하지 않아.” 그 목소리들은 완전히 거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진실의 조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 하나가 내 마음 전체의 결론이 되어버릴 때, 우리는 자기 삶을 너무 좁게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니 마음속 한 생쥐가 큰소리로 결론을 내리려 할 때, 잠시만 멈춰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것은 코끼리의 어느 부분일까. 내가 아직 만져보지 못한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 이 사람에게, 이 사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다른 이야기는 없을까.

전체를 본다는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아직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때 우리는 조금 덜 단정하고,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습니다. 나를 향해서도, 타인을 향해서도 말입니다.

살다 보면 한 조각의 진실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실패 하나가 내 인생 전체처럼 느껴지고, 거절 한 번이 나의 가치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그 한 장면보다 훨씬 넓은 사람입니다. 당신의 삶은 지금 손끝에 닿은 이 한 조각보다 훨씬 큰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걸어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급한 결론을 내려놓고, 아직 만져보지 못한 마음의 다른 부분들을 향해 손을 뻗어보는 겁니다. 어쩌면 그 끝에서 우리는 전혀 다른 이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당신이 붙잡고 있는 한 조각의 진실을 떠올려볼까요?당신은 지금 무엇을 전부라고 믿고 있나요?그리고 아직 만져보지 못한 당신 삶의 코끼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글ㆍ사진_최유림 (비작(주) 대표)
임상미술치료 연구 및 예술교육 기획자.
그림책의 미학적 가치를 심리회복와 결합하여, 어린이와 성인의 마음 성장을 돕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웹: bejak.co.kr / 인스타그램: @i_be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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