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그라프는 2025년 8월 6일부터 8월 30일까지 이여름과 차푸름 두 작가가 참여하는 2인전 《Bitter Sweet》를 개최한다. 달콤함은 오래 머물지 않기에 더 절실하고,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이다. 《BITTER SWEET》은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감정의 모순에서 출발해, 두 작가가 감정의 모순에 대응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8월 12일(화)에는 도슨트 투어와 오프닝 리셉션을 진행한다. 도슨트 투어는 구글폼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달콤함은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하고 쉽게 녹아내리기에 더 간절하다. 그러나 그 사라짐을 알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마음은 오히려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언제나 즐겁고 완벽하진 않다고 말한다.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삶의 모순에 흔 들림을 인정하며 그 안에서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니체는 ‘위버멘쉬(Übermensch)’ 라고 불 렀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달콤함은 위버멘쉬의 태도와 닮아있다. 고통과 상실을 지우려 하지 않고, 흔들림을 부정하지 않으며, 회피 하지 않는 두 작가의 시도을 마주하게 된다. 이여름은 아이스크림, 하리 보 젤리 등을 매개로 감정을 미각처럼 환기시키고 아픈 기억조차 달콤한 표현으로 감싸 안는다. 반면 차 푸름은 고래라는 상징을 통해 자유와 생존 사이에서 부유하는 존재를 그려내며 결핍과 긴장 속에서도 유 머와 회복의 가능성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담고 있다.
이여름, Life in Ice Cream Circle, colored epoxy resin, miniature, acrylic, wood, 100 x 100x 8.5 cm,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이여름은 달콤함의 모순을 작업에 포착한다. 대표 연작인 ‘아이스크림 시리즈’는 흘러가버리는 감정과 기 억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단단한 레진으로 만든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속에 봉인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다. 그 안에는 관계의 온기, 작별의 정서, 사라지지 않는 순간들이 고스란히 새겨진다. 2011년부터 지속된 ‘SWEETCH (Sweet+Switch)’ 시리즈는 작가 특유의 기억 저장법이다. 달고나, 하리보, 아이스크림 같 은 감각적 오브제를 통해 작가는 감정을 맛으로 환기시키고 때로는 아픈 기억조차 달콤한 표면으로 감싸 안는다. 이화여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한 이여름 작가는 최근 자카르타에서 진행된 개인전을 비 롯해 서울, 부산, 도쿄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차푸름, 무수히 많은 나_OKINAWA, 캔버스위에 혼합재료, 162x112cm,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차푸름은 어류의 상체와 인간의 하반식이 결합된 ‘고래’ 캐릭터를 통하여 평면작업과 공예의 다양한 기 법과 소재를 활용해 정체성과 생존, 자유의 양가적 감정을 탐색한다. ‘무수히 많은 나’ 연작은 다양한 사 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고래의 모습을 통해 불완전한 자유와 다층적인 정체성의 문제를 드 러낸다. 특히 《세상은 불타고 있다》 시리즈는 욕망과 분노, 무지로 가득 찬 세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 려는 고래의 몸짓을 담고 있다.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몸짓은 사라진 달콤함을 다시 붙잡고자 하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차푸름 작가는 2024 화랑미술제 등 아트페어를 비롯해 울 산 아트스페이스 그루에서 개인전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Bitter Sweet>전시는 감정을 없애거나 견디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사라지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붙잡고 싶은 마음,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 상실을 기억하고 사라져가는 감정을 지켜내면 서도 새로운 감각을 구체화해나가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붙들고 있는가, 무엇을 지 켜야 하는가. 한편 갤러리 그라프는 오는 9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KIAF)에 참가하며 더 넓은 무대 에서 관람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 작가, 갤러리 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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