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에이치플럭스(H-flux)갤러리는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고태화 작가의 개인전 “Good Luck, Babe!”를 전시중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에서 15년 만에 개최하는 두 번째 개인전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기억과 감각, 상상이 교차하는 판화설치작업을 통해 내면의 정원을 시각화한다.
고태화 개인전 《Good Luck, Babe!》 전시전경 © 작가, 에이치플럭스(H-flux)갤러리
고태화 개인전 《Good Luck, Babe!》 전시전경 © 작가, 에이치플럭스(H-flux)갤러리
고태화 개인전 《Good Luck, Babe!》 전시전경 © 작가, 에이치플럭스(H-flux)갤러리
고태화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판화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판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작가는 한지나 얇고 투명한 종이질의 부직포 펠런(Pellon) 위에 판화를 찍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찍어낸 여러장의 판화를 자르고, 접고, 겹치는 과정을 통해 입체로 된 페이퍼조각을 만든다. 그리고 일상에서 수집한 오브제들과 조합하여 전시장 공간안에 마치 정원을 조성하듯이 유기적으로 배치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서, “일상과 여행에서 마주치는 평범하지만 나에겐 의미 있는 식물들을 통해, 자연이 가진 유기적 흐름과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 사이의 긴장, 그리고 삶의 경험 속에 축적된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들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작가노트)”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딸을 위해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니다 찾지 못해 대신 직접 만들어주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자연의 형상들을 닮아있지만, 실재로 존재하는 자연은 아니다. 이는 작가의 기억 속에 저장된 자연의 이미지들이 감각적으로 재배치되고 재구성된 내면의 생태정원이다. 이는 단순히 판타지한 공간이 아니라, 딸에게 행운을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감정이 살아 숨쉬는 상상의 공간이자 새로운 현실과 감각을 생성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매릴랜드로 이주한 이후 낯선 환경에서 매일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다가 만나는 꽃과 나무들에서 큰 감흥을 받았다. 그리고 어릴 적 아버지가 컬랙션하였던 동양의 산수화를 보며 풍경속에 동화같은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의 영향 등이 종합되어 환타지한 설치 작업이 나오게 된 것이다. 특히 이국적인 분위기와 ‘사탕 같은’ 색감은 인공적으로 현실보다 더 달콤한 환상을 포착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설치 작업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내면 풍경이자, 일상의 기억이 만들어낸 환타지한 종이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뒤뜰에 꽃이 피는 일상적 순간이 우리 삶에 더 깊은 통찰을 줄 수 있음을 경험하도록 초대한다(작가노트)”라고 말한다. 판타지가 환상적인 이미지 너머의 감정과 기억,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은 공간이 되기도 하듯이, 작가의 종이정원은 현실과 비현실, 자연과 인공, 그리고 친숙함과 낯섬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경계의 모호함을 경험하고 본질을 성찰하게 된다.
고태화작가는 2007년부터 뉴욕과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Art Mora(NJ), Target Gallery(VA), NARS Foundation(NY), AHL Foundation(NY), 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DC), Gallery Aferro, Children’s Museum of Manhattan 등에서 열린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전시는 오는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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