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미감을 통해 시적인 울림을 전해온 구현모 작가의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이 PKM 갤러리에서 6월 18일 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한 달간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철학적 사유가 엮인 세라믹, 행잉 및 스탠딩 조각, 페인팅, 드로잉 등 다채로운 신작 28점이 하나의 서사적인 구조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Koo Hyunmo, rock on the wall, 2025. Ceramic, 23.5 x 20.5 x 17 cm. © 작가, PKM 갤러리
Koo Hyunmo, rock on the wall, 2025. Ceramic, 31 x 34 x 20 cm. © 작가, PKM 갤러리
Koo Hyunmo, forest Island, 2024. Brass, wood, stainless steel, Dimensions variable.. © 작가, PKM 갤러리
Koo Hyunmo, top view, 2024. Acrylic on wood panel, 31.3 x 37 cm. © 작가, PKM 갤러리
구현모 작가는 재료가 지닌 물성과 결의 흐름에 깊이 귀 기울이며, 각각의 밀도, 리듬, 감각, 균형을 탐색해왔다. 촉감과 시각, 실재와 개념,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섬세하게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관람객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번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은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조형적 사유의 조각들이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외부로 확장되는 의미 있는 자리다. 전시장 곳곳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Echoes)'는 작가의 사적인 작업실이자 아이디어 저장소인 '캐비닛(Cabinet)'에서 비롯된 기억과 감각, 사색의 파편들을 은유한다. 마치 숲을 이루는 수풀과 나무들처럼, 천장, 벽, 바닥에 놓인 다양한 작품들은 유기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거닐며 질서와 무질서가 동시에 진동하는 미묘한 감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을 따라 조화롭게 설치된 세라믹 조각 연작과 평면 작업이 보이고, 공간을 유영하듯 위와 아래에 걸리거나 놓인 행잉 및 스탠딩 조각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공중에 떠 있는 조각들은 금속과 자연물, 무게감과 가벼움의 경계를 흐리며 공간 내부의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세라믹 조각은 재료 고유의 밀도와 질감을 간직한 채 유연한 곡선과 구조를 통해 긴장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형태를 드러낸다. 평면 작업은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드로잉이자 각 작품들의 틈새를 잇는 매개로서, 전환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개별 작업은 독립적인 조형 언어를 지니면서도 서로의 흐름을 반영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손끝에서 비롯된 조형성과 공간 안의 구조적인 리듬이 만나 생성된 일련의 장면들은 마치 깊은 숲속에서 문득 마주친 낯선 향기나 바람결에 실려오는 익숙한 풀 내음처럼 조용히 감각을 일깨우고, 내면 깊은 곳에 잔잔한 일렁임을 남기게 할 것이다.
구현모 작가는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독일 드레스덴 예술학교(Dresden Academy of Fine Art)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틴 호너트 교수(Prof. Martin Honert)에게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르코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성곡미술관, 뮤지엄 산, 아트센터 나비 등 유수 미술기관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서울, 파리, 베를린,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노벨수상자들의 산지이자 다학제 간 연구를 장려하는 막스플랑크연구소(MPI-CBG)에서 미술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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