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오는 7월 31일부터 9월 19일까지 전시 《뉴홉(Another New Hop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 〈금천미술벨트〉 연계 전시로 진행된다. 2026 <금천 미술벨트>는 서울 서남권 금천구에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예술의 자산을 시민과 공유하는 첫번째 프로젝트로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을 중심으로 금천구청, 금천문화재단, 범일운수 Tiger1,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이 함께 한다. 지역 전체를 살아 있는 예술 현장으로 변화시키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의 연계 기획전 뉴홉으로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는 백현주, 여다함, 이창훈, 임흥순, 정정주, 차재민이 참여하며,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한국의 독특한 모더니즘이 남긴 풍경을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뉴홉》 전시 포스터
《뉴홉》, 전시전경, ⓒ 작가, 아트센터예술의시간

《뉴홉》, 전시전경, ⓒ 작가,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전시 《뉴홉》은 산업화 시대가 약속했던 '새로운 희망'을 다시 질문한다. 한국 사회는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과 풍요만큼이나 노동의 희생, 공동체의 해체, 삶의 속도, 경쟁과 성과 중심의 가치관 또한 함께 축적되었다. 전시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오늘날 우리의 삶과 감각 속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살펴본다. 전시의 배경이 되는 금천 지역은 오래된 산업의 흔적과 새로운 도시 풍경이 중첩된 채 공존하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장소성을 출발점으로 노동과 기억, 도시의 변화, 그리고 개인의 삶을 사진, 영상, 설치의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백현주의 영상작업 〈Factory Camp〉(2011)는 금천구 봉제공장의 노동 현장을 담은 영상과 함께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라디오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작업이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소리를 병치하며 반복되는 노동의 시간과 산업화의 이면을 조명한다. 차재민의 〈보초 서는 사람〉(2018)은 보안과 요양보호 노동을 통해 보호와 감시, 돌봄과 관리가 교차하는 현실을 탐구한다. 시스템이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삶의 불확실성과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 책임을 드러낸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정정주의 〈Luminous City26-01〉(2026)은 서울과 금천 지역의 건축물을 소재로 모니터와 거울을 결합한 설치 작업이다. 산업화를 상징하는 건축물과 교차 설치된 거울을 통해 관객의 모습을 반사한다. 작품은 도시의 표면 아래 축적된 공간의 기억과 결핍을 관객 스스로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여다함은 두 점의 영상을 선보인다.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2015, 2019년 재편집)과 〈Ballroom (0&1)〉(2024)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얼음에 매달린 풍선에서 바람과 함께하는 풍선의 변화는 사회적 규범을 넘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은유한다. 설치, 사진, 영상 작업을 선보이는 이창훈은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2026), 사진 연작 〈한강〉(2024), 〈미완의 프로젝트: 두물머리〉(2017)를 통해 산업화와 개발이 약속한 이상향을 질문한다. 반복되는 성장의 서사와 끝내 완결되지 않는 현실을 다양한 매체로 드러낸다. 임흥순의 〈위로공단〉(2014/2015)은 산업화 과정에서 지워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작품이다. 성장의 역사 뒤에 가려졌던 개인들의 기억과 서사를 복원하며 늦게 도착한 위로와 애도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산업화의 성취를 단순히 긍정하거나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잘 살아보자'는 시대적 구호가 만들어낸 풍경과 그 이면을 함께 바라보며, 우리가 성장의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질문한다. 더 나아가 공동의 이상향을 잃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희망'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전시 《뉴홉》은 성장과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새희망’은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전시는 9월 19일까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