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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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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 라셰즈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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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metière du Père Lachaise 


지난 포스팅에서 <자드킨 미술관>을 소개하면서, 몽파르나쓰 묘지를 언급했던 일이 생각나 파리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인  <페르 라셰즈 묘지> 를 다녀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프랑스에 사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가보려고 했지만, 내가 사는 동네와도 멀고 바쁘다는 이런저런 핑계로 안 가고 있다가 작정하고 다녀 왔다. 나의  한 줄 평은  ‘왜 이 좋은 곳을 아직까지 안 왔던 것일까 ?’ 이다. 도심 속 자연을 느끼게끔  공기도 좋고, 고요하고, 산자와 죽은자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찾아와주고 나를 기억해준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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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묘지" (Cimetière de l’Est) 라고도 알려진 페르 라셰즈 묘지는 파리에서 가장 큰 묘지이며 면적은 43헥타르이다. 사실 더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의 무덤들이 많이 있었는데 너무 넓고 길 찾기가 헷갈려서 적당히 보고 다음에 또 와야겠다고 생각 했다. 아예  다음 번에는 프랑스 현지에서 진행하는 '무덤 투어' 를 참관할 예정이다. 규모도 엄청나고 초행길이다 보니 동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체력을 낭비하는 바람에 좀 힘들었다.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데 하필 4시 반쯤에 도착을 해서 마음도 급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페르 라셰즈는 파리 시청이 관리하는 공원과 정원의 일부이고 돌과 초목의 미로를 여행하며 예술, 문화, 역사가 깃든 사색과 공상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기도 하다. 산책로를 거닐며 유명인들의 무덤을 찾아보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기 적격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3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이 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그래서 무덤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내 부스가 있고 그곳에서 지도도 나눠주며 가 볼 만한 인물들의 무덤들을 알려주고 있다. 뭔가 길을 잃은 것 같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면 된다. 그 곳이 바로 유명한 사람이 묻혀있는 곳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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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름의 유래는 이 묘지에는 루이 14세의 사제 고해 사제였던 페르 라셰즈(Père Lachaise)로 알려진 François d'Aix de La Chaise에서 왔다. 총 70,000개의 매장지가 있는데, 예술가, 문학가, 가수 등등 많은 인물들이 있으며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는 장소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장 드 라 퐁텐, 오스카 와일드, 콜레트, 뮈세, 기욤 아폴리네르, 몰리에르, 피에르 부르디외, 쇼팽, 로시니 그리고 올 초에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 또한 잠들어 있다. 공교롭게도 울리엘의 죽음은 지난번 입생로랑 전시회를 비롯해서 계속 언급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묘지만큼이나 세상을 떠난 사람이 걸어온 발자취와 그의  흔적을 온전히 안고 있는 곳도 없는 것 같다. 이 기나긴 우주의 세월에서 유한 필멸의  삶을 살았던 인간이 잠들어 있음에 인생무상을 느끼는 반면  그 짧은 생 동안 만들어낸 걸작들을 통해서 살아있는 사람이 떠난 자들을 기억하고 기리며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메두사 호의 뗏목 »을 그린 제리코의 무덤에는 그가 그렸던 그림이 돌로 새겨져 있고, 이집트학자 샹폴리옹의 오벨리스크 형태의 무덤 그리고 유명한 문인들은 그들의 글귀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나도 먼 훗날 내 무덤에 자신있게 무언가를 새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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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팅을 위해 9월 26일에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제리코의 작품을 찍고 뒤늦게 추가해보았다.




원래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나름 문학 컨셉으로 잡아서, 내가 알고 배웠던 작가들에 대해 말해보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자니 그런 것들이 중요한게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페르 라셰즈에 가게 될 기회가 있을 거 같으니 그때는 원래의 컨셉대로 글을 써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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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공동묘지의 음산하고 싸늘한 편견만을 가지고 이 장소에 가보지 않는다는 것은 사탕이 몸에 안좋다고 그 달콤함을 맛 보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파리의 길 지명과 지하철 이름으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명한 사람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고 무덤 내부에는 예배당과 산책로가 잘 조성이 되어있어서 꼭 한 번 가볼만 하다.   


광대한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인간의 인생은 찰나에 지나지 않음을 이 곳에서 새삼 깨달으며  세상 모든 것에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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