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기획전/두 땅의 파라오 - 나파타 왕의 아프리카 서사시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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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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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기획전/두 땅의 파라오 - 나파타 왕의 아프리카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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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 Pharaon des deux terres – L’épopée africaine des rois de Napata 



<파라오 전>은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샹폴리옹의 나라 다운 기획전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샹폴리옹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문자를 해독해 낸 프랑스의 고고학자로  로제타 스톤을 해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래부터  프랑스는 자신들이 집대성한  이집트학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나라다. 그만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더 나아가,  프랑스를 이집트학의 탄생지라고 공언하기도 한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으로 시작된 고대 이집트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투탕카멘 무덤 발굴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양의 이집트 유물을 밀반출해왔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의 문화재 약탈로 이어졌다. 물론 합법적인 방법을 거쳐 가져온 것들도 있지만 그렇게 시작된 이집트  연구는  서구 열강의 횡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의 전시에서는 그 부분을 배제하고 이집트 연구에 대한 프랑스의 열정만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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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현재 수단 북부에 위치한 광대한 쿠시 왕국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이집트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수단 땅에 존재했던 이집트의  문화적 우수함을 보여준다. 수단에 대한 이집트 문명의 강력한 영향을 강조하지만 그래도 쿠시 전통의 지속성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또한 이 시기 이집트와 수단 모두에서 예술 창작 분야가 얼마나 풍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루브르 박물관 소장 작품 외에도 런던, 베를린, 뉴욕, 하르툼의 박물관에 보관된 컬렉션들도 출장(?)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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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벽면에는 흑백사진의 이집트 배경이 깔리고 있어서 마치 고대 이집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원래 전시를 보고 난 후  다음 일정이 빠듯하게 있어 재빨리 관람을 마쳐야 했음에도  약속에 조금 지각하는 선택을 할 만큼 매혹적인 전시였다.  루브르의 이집트 관 밖에서 이집트 전시를 본 것은 처음이라 새로운 볼거리들이 넘쳤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임에도 제대로 이집트에 대해 알지 못해  엄청난 작품들을 무심코 지나친거 같아 미안한 맘이 들었다. 심지어 중학교때 이집트를 직접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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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어린이용 책자와 전시관 곳곳에 아이들이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어린시절부터 세계인들이 와보고 싶어하는 이  루브르에서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프랑스 아이들이 정말 부러웠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 많은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얼마나 넓을까 ? 나도 얼른얼른 분발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8세부터 12세까지 초등학생 용으로 나온 책자도 한 권 챙겼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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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석한 샹폴리옹의 나라답게 상형문자를 해독해놓은 캡션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나름 샹폴리옹으로 빙의해서 나만의 해석을 해 본 후에 전시 설명문 들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지금 현대인의 시각으로도 샹폴리옹은 대단한 사람같다.  그 고대 문자를 해독해 낸 샹폴리옹도 대단하지만 그 옛날 그 고대 문명이 이렇게나 발전했고 기록과 함께 섬세한 조각품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지금 이렇게 좋은 기술력과 상황 속에서 난 뭘 하고 있나 라는 약간의 자괴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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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쭉한 숫양 조각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가짜 수염을 쓰고 권력의 휘장을 손에 들고 있는 오시리스의 의상을 입은 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조각 주변의 긴 비문은 왕이 쿠시 왕조의 아메노피스 3세임을 나타내고 30년의 통치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쿠시 왕조는 고대 이집트의 제25왕조를 뜻하고 그 파라오들은 나일 삼각주에서 백나일과 청나일의 합류점에 이르는 지점의 왕국을 50년 이상 통치했다. (물론 그 파라오들 중 가장 유명한 왕은 의심할 여지없이 타하르카라고 한다.) 나파타의 왕들은 숫양을 수도의 주요 성소인 제벨 바르칼에 있는 거대한 아문 신전으로 옮겼고, 오늘날에도 부분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이 사원은 수단에 건설된 가장 중요한 이집트 성소라고 한다. 이는 신제국의 파라오와 그들의 신들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연결고리를 상징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계승자라고 선언하는 새로운 힘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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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때 영국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이집트 관에 들어갔을 때 무척이나 지루해하던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르는 전시였다.   피곤한데 왜 부모님은 이런 옛날 것들을  보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이 귀한 유물들을 보면서도 사전 지식이 없어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집트 역사는 너무 길고 복잡해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사실 엄두가 안나지만  이번 <파라오 전>같은 전시들을 하나씩 꼼꼼히 챙겨보는 것으로 이집트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야겠다는 약간은 얄팍한 생각을 하게 된 전시였다. 게으른 학생이지만 지적 호기심 만큼은  넘치는 편인 파리 통신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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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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