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특집 1-카탈루냐 국립 미술관, 바르셀로나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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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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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특집 1-카탈루냐 국립 미술관,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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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Barcelona



온 가족이 함께하는 바르셀로나의 겨울 축제 <산타 에우랄리아 축제> 가 열리는 2월 12일에 바르셀로나 박물관들을 다녀왔다. 사실 이 축제를 염두에 둔 여행은 아니었는데 마침  운 좋게도 마을 축제를 구경하고 박물관도 무료 입장할 수 있었다. 

이 축제는 바르셀로나 시의 수호 성인인 산타 에우랄리아의 정의와 헌신을 기리고 감사를 표하면서 시민들의 연대 의식을 강조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온 가족을 위한 불꽃놀이, 달리기, 사르다나 춤,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는 도시의 여러 길목에서 등장하는 대형 마네킹들의  퍼레이드이다. 사람이 대형 마네킹 안에 들어가서 빙글빙글 돌고 그 뒤로 군악대 같은 음악 행렬이 이어지는데 예쁜 바비인형의 확대판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축제는 17세기 말부터 이 도시의 수호성인인 성 에우랄리아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바르셀로나의 전설에 따르면 4세기에 로마 황제 디오클레스가 제국의 모든 기독교인을 박해하자 바르셀로나의 많은 사람들이 숨거나 일부는 도망쳤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사리아의 한 집에 살던 13세 소녀 에우랄리아는 용감하게 로마 집정관 다키아에게 그러한 부당함에 항의해 투옥되고 처벌을 받았지만  이상을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강직함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때부터 소녀 에우랄리아는 연대와 정의 수호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축제를 즐기며 박물관들도 잘 구경하고 나왔기 때문에 평소 없던 신앙심도 생겨났다. 



바르셀로나 거리


카탈로니아 국립 미술관은 2014년 9월  현대 미술 전용 박물관 1층을 재개관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스타일과 이름의 연속을 피하고 조각과 회화, 소묘와 판화, 사진, 포스터 작업, 영화, 건축 및 장식 예술과 같은 시대의 모든 예술 작품을 포함하는 새롭고 비판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 또한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박물관은  바르셀로나와 카탈로니아의 사회적, 역사적, 예술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예술가의 사회참여와 국제적 연결을 강조하는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중세 고딕부터 인상주의 그리고 현대 예술까지 스페인의 거의 모든 예술사를 담고 있다보니 박물관의 규모가 굉장히 컸다. 나중에 사진첩을 보니  300장 넘게 찍었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있었는데 다 올릴 수는 없는 점이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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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 상설 전시는 현대 예술가의 부상, 모더니즘, 누센티즘, 예술과 남북 전쟁, 전후 시대의 아방가르드 부흥의 4개 섹션과 에필로그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  가우디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더 반가웠던 점은, 작년 봄 오르세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가우디 전시에서 보았던 작품이어서였다. 그 전시를 보면서 '나는 언제쯤  바르셀로나에 또 가보려나'  했는데 이렇게 금방 오게 되다니...역시 유럽에서 살고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현재 박물관은   스페인 내전(1936-1939) 기간 동안 생산된 예술품을 모아 둔 현대 미술 영구 컬렉션의 전시실 수를 확장 중이다. 회화, 소묘, 판화, 사진, 조각, 지폐 등 양측이 사용했던 삽화 출판물, 포스터, 포토몽타주, 영화 등 뉴미디어 등 총 108점이 전시된다. 



 새로운 전시는 다우 알 세트 운동(카탈로니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초의 예술 운동)을 포함하여 1950년대까지  진행된다. 전쟁 기간 동안 많은 예술가들은 중립을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예술은 양심을 일깨우고 지지자들을 정치적 명분으로 결집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고 한다. 상황의 극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동원은 현대 미술과 아방가르드의 발판이 되었다. 모티프로서의 전쟁은 전쟁 전선, 공중 폭격, 민간인 학살 및 대피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전체 도상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박물관의 동선에 따라 중세 종교 이야기부터 현대사의 갈등까지 따라 올라오다보니 정말 몇 백년을 훌쩍 뛰어 넘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박물관  큐레이팅의 디테일에 감탄했다.



Mey Rahola(León, 1897-Vaucresson, 1959)는 스페인 예술 사진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최초의 여성이다.. 1934년에서 1936년 사이의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전시회, 수상 및 출판물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다.  그녀는 가족 영역을 넘어 사진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제2공화국 기간 동안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새로운 역할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 전쟁과 망명으로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야심 찬 사진을 계속 찍어왔다.


그녀는 쇼와 대회에서 공개 프로젝션을 하는 현대 아마추어,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짧은 소명을 가진 전문가이자  대중의 빛에서 멀리 떨어진 휴머니스트 사진가였던 것이다. .


수년 동안 가족에게 분산되어 있었던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임으로써  선구적인 사진작가를 조명하고 있다고 하니, 처음 알게 된 작가긴 해도  선각자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같은 여성으로서 뭔가 경외심이 들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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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의 상설전을 관람한 후  지하로 내려오니   이 진행중이었다.  이 전시는 박물관의 현대 미술 컬렉션의 주인공 중 한 명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모순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을 다양한 아카이브를 통해 공개한다. 펠리우 엘리아스 (Feliu Elias, 1878-1948)는 여러 가명을 사용하며 활동했는데 화가로서는  Elias가 만화가로서는 Apa,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로서는 Joan Sacs, 심지어 그가 기술에 관한 기사에 서명할 때 그의 또 다른 가명 Dimoni Verd (녹색 악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마 자신에게 공존하는 여러가지  성격과 특징을 다양한 이름을 통해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마치 본 캐릭터 외에  여러 부캐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요즘 연예인들 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창작 활동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데  특히 미니어처 전구, 계란 후라이, 주이 캔버스, 엘리자베스 시대의 의자 또는 박격포 등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고양시키고 있다. 네덜란드 회화 발전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생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해 냉정하리 만큼  충실하게 물질 문화에 대한 선호를 추구한 회화 스타일이라고 한다.



산타 에우랄리아 축제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3시까지밖에 개관하지 않아서  빠르게 빠르게 작품들을 봐야해서 마음이 조급했지만, 스페인 작가로는  살바도르 달리, 가우디, 호안 미로와 같이 아주 유명한  작가들 말고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다양한 기획전 덕분에 스페인 미술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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