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68혁명 50주년 전시/ 퐁피두센터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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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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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68혁명 50주년 전시/ 퐁피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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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파리에서부터 긴급 귀국 조치를 취한 녹두는 포스팅 연재에 대한 책임감과 약간의 강박으로 인해 그간 다녀온 전시 아카이브를 뒤지다가 2018년 5월 퐁피두센터에서 했던 프랑스 68혁명 50주년 기념 전시를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2년 전의 전시이나 한국의 5월 광주 민주 운동 40주년을 맞아 프랑스 68혁명 기념 전시에 나왔던 포스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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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프랑스를 비롯하여 영국, 독일,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까지 학생들과 시민들의 반정부적 활동이 거셌다. 베트남 전쟁, 중국 문화혁명, 미국 흑인차별 철폐운동, 프라하의 봄 등 집회와 시위, 투쟁이 전세계적으로 바람을 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격렬하게 나타난 것이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운동이었다. 천만명 이상의 프랑스 시민과 학생 노동자들이 시위와 파업에 동참했는데 낭테르 대학의 학내 문제에서 출발한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에 대한 반기로 들불처럼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권위적 질서에 대한 항의에서 시작되어 계급적 인종적 성적 불평등,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번졌다. 


알제리 전쟁 이후 국가가 하는 일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프랑스 사람들이 국내 문제에 대한 성찰을 시작했고, 정치적 좌우를 따지기보다 실제로 인간들이 당하는 고통에 민감해졌던 것이다. 


이때 제기된 이슈들은 이후 세계가 변화하는 방향과 기준을 제시했고 이후 현실정치를 통해 제도화 되었으며 사람들의 의식체계를 바꾼 가히 혁명에 준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한편 68혁명은 과거의 여성 운동이 주로 제도적 변화에 초점을 두던 것에 비해 일상의 변화를 강조하게 되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연애, 임신, 육아 등도 사실은 사회구조의 영향을 받으며 이는 여성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었던 것도 68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의 희망과 분노의 시간들은 드골 정권을 교체하는데는 실패했다는 한계를 드러내긴 했으나 문화적으로는 성공한 혁명이라는 평가가 있다. 68혁명 이전을 모더니즘, 이후를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가르게 되었고 식민주의, 관료주의,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모더니즘의 시대는 끝나고 탈산업사회, 반식민사회, 문화다원주의, 양성평등주의, 생태주의 등 대안을 찾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대세가 되었다. -미술, 세상을 바꾸다(이태호 저)에서 발췌했음.



이번 전시에는 주로 당시의 혁명적 분위기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포스터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포스터라는 매체야말로 쉽게 전달되면서도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시 드골 정권이 장악한 기존의 매체들에게 맞서기 위해 학생들과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주제와 표어를 정해 포스터들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문자와 이미지가 강력한 시각적 효과와 함께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수 있었다.


 



사실 이 전시를 보게 된 계기는 말하긴 조금 부끄럽지만 퐁피두센터 2층에 있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너무 하기 싫어서 도망치듯 나와 배회하던 중 우연히 보았던 것이다. 불순한(?) 의도가 낳은  뜻밖의 수확이었다고나 할까 . 퐁피두 지하의 전시는 상설 전시 공간에 비해  방문객이 적어 늘 여유로운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인데  그 날도 역시 찬찬히 둘러 볼 수 있었다.  관람객의 대다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는데 아마도 당시 대학생으로  68혁명의 주역이었던 분들로  추정되었는데  모르긴 해도 자신들의 젊은 날을 회고하고 추억하는 듯  보였다. 전시와 별개로 68혁명에 대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이미  다큐멘터리까지 본 지라 내가 아는 혁명 포스터나 문구가 나올 때면 반갑기도 했고,  내가 여태껏 프랑스에서 헛 배운 것은 아니구나 싶어  뿌듯함 마저 들었다.  전시장에는 포스터들을 나열해놓고  캡션들을 달아 놓았는데  새로 알게 되는 부분도 많았고 관련 영상들을 상영하는 코너도 있어 단조로울 수 있는 전시에 생동감을 주었다. 게다가 팜플렛도 신문 크기 접이식으로 만들어 전시장 한쪽에 무료로 배치해 두었는데 혁명 당시의 현장감을 전해주는 듯 하였다.




68혁명의 대표적인 포스터 ‘모든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Il est interdit d'interdire)와 ‘어리다면 입을 다물어라 ( sois jeune et tais toi) ’라는 반항적 표어를 실제로 보니 혁명의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수많은 포스터 속에 담긴 메시지와 이미지를 보면서 예술이라는 것이 무조건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이상적인 것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시대적 요구에 철저히 부합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끝으로 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술, 세상을 바꾸다/이태호 저/미술문화>에 수록된 68혁명 당시의 포스터를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월급은 가벼워지고 탱크(국방비)는 무거워지고



민중의 대학/노동자의 상징인 프라이어와 학생의 상징인 책을 들고 있다



커서 실업자가 되겠지?



우리가 권력이다



68년 5월 장기전의 시작




투쟁은 계속 된다



순수미술이 닫히자 혁명미술이 태어났다/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패러디 총과 깃발 대신 팔레트와 붓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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