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립 미술관 :오스카 코코슈카 - 비엔나의 야수// 조 레너드 – 강으로 // 프란시스코 트로파 - 폐와 심장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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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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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립 미술관 :오스카 코코슈카 - 비엔나의 야수// 조 레너드 – 강으로 // 프란시스코 트로파 - 폐와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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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Art Moderne de Paris : 

Oskar Kokoschka - Un fauve à Vienne 2022년 9월 23일 ~ 2023년 2월 12일 

Zoe Leonard - Al río / To the River 2022년 10월 15일 ~ 2023년 1월 29일

Francisco Tropa - Le Poumon et le cœur 2022년 10월 15일 ~ 2023년 1월 29일


 


드디어 <봉주르 파리>의 100회 포스팅이다! 사실 자축의 의미로  어떤 의미 있는 전시를 다녀와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평소처럼 늘 하던 대로 글을 쓰며 소소하게 보내기로 했다. 그저 늘 꾸준하고 끈기 있게 포스팅을 해 온 나 자신을 스스로 기특해 하며 프랑스를 떠나기 전에 1000회를 작성을 목표로 세웠다. 2022년의 포스팅이 거의 50회인걸 감안하면 아마 십년은 넘게 프랑스에 살아야 할 것 같긴 하지만… ㅋㅋ 최대한 오래 이 곳에서의 삶을 즐기다 떠나겠다는 의미이다. 오랜만에 시립미술관을 다녀왔는데 요즘은 게을러져서 전시회를 보고 와도 주말이나 쉬는 날까지 미뤘다가 글을 썼는데 오늘은 100회 특집을 맞아 전시 본 당일 글을  올리며 초심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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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립 미술관은(파리 현대 미술관이라고도 불림) 오스트리아 예술가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 1886-1980)에게 헌정된 최초의 파리 회고전을 선보인다. 70여 년에 걸친 회화 작업을 되돌아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독창성을 반영하고, 관람객들이 유럽의 20세기를 건너도록 유도 한다. 화가이자 작가, 극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오스카 코코슈카는 20세기 초 비엔나의 예술적, 지적 격변을 주도한 예술가이다. 



당시 시대 분위기의 강렬함을 표현하려는 열망과 도발에 대한 재능으로 그는 1908년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돌프 로스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비엔나의 Enfant terrible이 ("무서운 아이"라는 의미로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신인을 일컬음) 되었다고 한다. 비엔나 사회의 초상화 화가인 코코슈가는 에곤 쉴레를 연상시킬 정도로 모델의 내면을 강조하고 있다. 에곤 쉴레에 대한 짧은 내용은 <봉주르파리> 벨베데레 미술관 편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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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슈카는 드레스덴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가르쳤고 그곳에서 표현주의, 새로운 객관성, 추상화와 같은 현대적 운동에 대항하여 새로운 형태의 회화적 표현을 연구했다.  “나는 삶을 표현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표현주의자입니다.” (« Je suis expressionniste parce que je ne sais pas faire autre chose qu’exprimer la vie »)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가 보여준 헌신은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반영되며,  시대와 그 변화에 대한 본질적인 증인이 된다.  그리고 파리는 그 시대 예술가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 되는 도시였는지, 코코슈카 또한 파리에서 활동한 경력을 볼 수 있었는데 100년전 프랑스인들에게도 이미 인정받는 화가였다니 더 관심이 생겼다.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잡자 유럽의 예술적 전위 예술가들은 파시스트들로부터 현대 사회의 퇴폐에 가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중 코코슈카의 작품이 주 타겟이 되었는데,  1932년에 그의 그림 중 5점이 드레스덴 박물관에서 압수당하고 히틀러가 집권한 후 그의 모든 작품은 공공 컬렉션에서  제거되었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악당들은 확실히 찔리는게 많아 입맛에 안맞는 창작은 싹부터 자른 듯하다.  그는 자신의 주제가 '사회' 라고 말하면서 극도로 자유분방한 우화를 그렸고, 1937년 히틀러 정권의 현대 미술에 반대하는 "퇴폐된 예술가로서의 자화상" 를 통해 독립을 유지하려는 결의를 다졌다. 그의 삶의 한가운데,  가장 위험한 시기에 그린 이 그림은 예술가의 자기 인식에 대한 평화롭고 안정된 정체성을 표현한다니 현실에 대한 관조가 느껴져 좋았다.



그리고 두번째 전시로는 조 레너드의 <강으로> 라는 사진전을 보러 갔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은 이 작가는 국제 무대에서 최고의 사진 작가라고 한다. 나름 나도 한국 건축가협회 사진공모전에서 3등 입상을 해 본 사람으로서 (ㅋㅋ) 사진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사진전도 주드폼 미술관처럼 흑백 사진으로 채워졌다. 사실 흑백사진은 재미가 없다고 느껴져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진전을 보면서 확실히 흑백 사진이 주는 따뜻한 감성과 왠지 모르게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작가이자 영화 감독인 조 레너드(1961년 미국 출생)는 1980년대 말부터 개념적이고 헌신적인 작업을 한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그녀는 처음부터 흑백 필름을 좋아했고, 그녀에게 영화는 일종의 저항, 기억의 작업, 이미지의 물질성에 대한 집착을 반영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있는 곳에서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보는가?’ 를 자문하며 사진 매체는 우리의 경험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표시하는 강을 따라 가는 여행길에 우리를 초대한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레너드는 리오 그란데(Rio Grande) 또는 리오 브라보(Rio Bravo)라고 불리는 강둑을 걷는다. 국경 마을에서 강이 끝나는 지점인 멕시코 만 입구까지 풍경이 펼쳐지는데, 작가는 이로부터 발생하는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 경제적 문제를 상기시킨다.  무엇보다도 강의 초상이지만 또한 강이 건너는 영토와 인구의 초상이기 때문이다. 주로 흑백 사진 300개 이상이 수면, 해류 및 소용돌이라는 강도에 따른 3개의 시퀀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강 주변에서 보여지는 서사적이면서 비극적인 시각을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하 상설전에 위치한, 포르투갈계의 거장인 프란시스코 트로파의 <폐와 심장> 전시회를 보러갔다. 프란시스코 트로파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사진 또는 영화 이미지가 종종 연관되는 조각을 지향한다. 고대, 과학 및 기술, 심지어 예술의 역사에 대한 언급이 얽혀 있다.  생명, 세계 및 존재의 작동을 정의하는 창조적 원리에 형태를 부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전시였지만 그래도 조금 난해하긴 했다.



개념적 사고와 전통적 노하우 사이의 균형점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프란시스코 트로파의 작업에서 어떤 낯설음이 나타난다. 장식은 형이상학적이고 꿈 같은 풍경으로 설정되어 세계를 건너 자신의 강점을 확인하게 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되풀이되는 반영을 구성하는 움직임과 시간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기 개념, 지구와 천체의 역학, 아이디어를 원근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들른 김에 상설전도 보고 가려고 별 생각 없이 보러갔는데, 새로운 컬렉션이 많이 생겨서 안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ㅋㅋ <상설 컬렉션 발견을 위한 새로운 여정>이 진행 중이었는데, 거의 또는 한번도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과 함께 박물관의 주요 작품을 볼 수 있는 영구 컬렉션의 새로운 경로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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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웠던 새 작가는 지난 여름 루이비통 재단에서 처음 보았던 니엘레 토로니 (Niele Toroni)였다. 27세에 니엘레 토로니는 그의 작품의 바탕으로 모든 유형의 평평한 표면에 30cm의 일정한 간격으로 사각형을 그리는 전제를 설정했다. 캔버스, 종이, 면, 유포, 벽, 바닥 등 모든 가능한 지지대와 엄격한 수단 경제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작업한다. 그래서 매번 작가가 '회화'라는 이름으로 지정하는 새로운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였는데 이렇게 보니 새삼 친근하게 다가왔다.


<봉주르 파리> 전시회 포스팅은 문화생활을 하며 현실로부터 나를 자유롭고 즐겁게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와 현대 예술 작품 사이에 연결 고리가 형성되는 것 같다. 꾸준히 열심히 글을 써가며 나에게는 완전성과 자유를 갖게 하고 독자들에게는 예술과의 친밀함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알렉산더 칼더의 미니 모빌은 언젠간 살 것이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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