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장식미술관 : <시몬 플랑> & <티에리 뮈글러> &<모두를 위한 디자인> & <까르띠에와 이슬람의 예술>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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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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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장식미술관 : <시몬 플랑> & <티에리 뮈글러> &<모두를 위한 디자인> &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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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MONE PHEULPIN, PLIEUSE DE TEMPS> &<THIERRY MUGLER, COUTURISSIME>& <LE DESIGN POUR TOUS : DE PRISUNIC À MONOPRIX, UNE AVENTURE FRANÇAISE> & <CARTIER ET LES ARTS DE L’ISLAM. AUX SOURCES DE LA MODERNITÉ>  Le Musée des Arts Décoratifs 


장식 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은 루브르 박물관과 이어져 튈르리 정원을 끼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이 박물관의 존재와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왠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미 본 장식품들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가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마침, 시몬 플랑이라는 프랑스에서 아주 유명하고 독특한 작가의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시 종료 1주일전에 가게 되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관람객들이 입장전부터 매우 많았다. 최근에 가 본 전시들 중 역대급의 인기였다. 이 전시들의 인기 만큼 여유있는 관람을 하긴 힘들겠구나라는 걱정이 앞섰다. 예상대로 박물관 내부에도 엄청난 인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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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몬 플랑, 타임 벤더>


장식 미술관이 2021년 시몬 플랑의 8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경의를 표하는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40개 이상의 작품이 박물관의 역사적 컬렉션 사이사이에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전시되었다. 물론 작품의 크기나 독특함 덕분에 그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 새로운 작품들이 눈길을 강력하게 사로잡긴 하지만 이 전시장의 상설전들 또한 아주 화려하고 다양해서 볼 거리가 끊이질 않았다. 역사적 인물들의 방을 고증해놓거나 식기류 가구 악세서리 등과 같은 박물관 이름에 걸맞게 수 많은 장식품들이 있었다. 이 전시장만 다 보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옛날 가구들이지만 갖고 싶은 것들이 꽤 많이 보였다. ㅎㅎ 특히 바이올린을 켤 줄도 모르면서 악기 보관함을 집에 장만해 두고 싶었고 예쁜 찻잔을 가져다 우리집서 티타임을 갖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반면에 루이 14세가 잘 것만 같은 침실은 공짜로 이 방을 제공해준다 해도 무서워서 못 잘 것같았다. 뭔가 음산하고 유령이라도 나올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왕은 하라도 해도 못 할 것 같다.



전시 제목에 나타난, « 타임 벤더 »는 시간을 접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층, 결점, 결로로 구성된 그녀의 면 작품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며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자연과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습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독특한 개인 기법을 기반으로 하며 접기를 통해 무한한 질감의 유기 조각을 형성한다. 



처음 Simone Pheulpin의 작품을 보았을 땐 분명 천으로 된 작품인걸 알고 있음에도 하얀 돌 조각품 같이 보여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본 것도 아닌데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신기하고 의외였다. 흰색 순면 천 조각을 쌓고, 감고, 조이는 세심한 작업을 통해 매우 단순한 재료가 산호, 조개, 이끼, 나무 껍질, 돌, 상아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뛰어난 조각 작업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2. <티에리 뮈글러, COUTURISSIME> (꾸뛰히짐..아마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단어라 마땅한 의역을 할 수 없어요..)



이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패션 디자이너이자 선구적인 예술가, 사진작가, 향수 발명가이자 화려한 감독인 티에리 뮈글러의 작업과 접근 방식을 발견하도록 한다. 1973년부터 2014년까지 제작된 기성복 및 오뜨꾸뛰르 실루엣과 액세서리, 무대 의상, 사진, 비디오 창작자의 매혹적인 세계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그의 다양한 예술성을 보여준다. 1990년대에 그는 자신의 컬렉션과 가장 상징적인 모델들과 함께 화려한 캣워크와 장엄한 사진을 연출하는 감각을 통해 오뜨꾸뛰르 르네상스에 강력한 공헌을 했다. 파리가 패션의 본고장임을 새삼 알게 하는 전시이다.



티에리 뮐러의 Couturissime은 무용수, 무대 맨, 사진작가, 디자이너, 미래지향적이고 우아한 조각적 형태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패션에 혁명을 일으킨 이 종합적인 예술가를 발견하고 재발견할 수 있다.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패션을 초월했으며 오늘날까지 여러 세대의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오늘 처음 알게된 디자이너인데 그의 작업물들을 보면 말 그대로 획기적이고 독창적이라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감탄도 하게되고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마 나만 오늘 본 디자이너였는지, 이 전시장이 제일 인기가 많고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3. <모두를 위한 디자인: 프리수닉에서 모노프리까지, 프랑스 모험>


장식박물관은 디자인을 대중화한 두 개의 가장 큰 일상용품 소매업체인 Prisunic과 Monoprix를 통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역사를 보여준다. 프리수닉은 1930년대 프랑스 대표 마트였는데 90년대 후반에 모노프리에 의해 인수 되었다고 한다. 모노프리는 우리나라의 이마트나 홈플러스같이 매우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마트이기 때문에 나도 매번 이 곳에서 장을 본다. 이 전시회는 500개 이상의 작품(가구, 오브제, 광고 포스터)을 통해 1960년대에 Prisunic이 시작하고 Monoprix가 계속해서 Terence Conran, Marc Held, India Mahdavi, Constance Guisset 또는 Ionna Vautrin과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공동 작업한 성과물들을 되돌아본다. 



이 전시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니라, 평소에도 모노프리의 회원카드나 전단지 등의 디자인이 특이하고 장바구니가 특히 예쁘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진짜 예술가들과 작업했을 줄이야 싶어 놀라게 된 전시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제의 모노프리가 오늘은 현대미술’이 된 것으로 보아 역시 현대미술은 우리 주위에 널리 퍼져있고 함께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냐에 따라 그냥 물건에서 작품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그냥 쓰레기로 버렸던 모노프리의 상품들이 오늘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니 평소 친근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기도했다.



이 전시에는 장 뒤뷔페와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과 르 코르뷔지에 외의 여러 건축가들의 의자들도 전시되어 있었고 무려 9층까지 전시장이 이어져있었다. 물론 프랑스의 9층 건물은 올라갈수록 다락방 느낌이라 엄청 넓은 전시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규모가 전시 시작은 3층, 다시 이어지는 전시는 5층부터 9층까지였다. 분명 좋은 작품들이 많았겠지만 약간 지친 상태였다. 



4.< 까르띠에와 이슬람의 예술. 현대의 근원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협력과 메종 까르띠에의 지원으로 장식미술관이 제작한 이 전시회는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석 및 귀중품 생산에 이슬람 예술이 미친 영향을 알려준다. 메종 까르띠에의 장신구와 오브제, 이슬람 예술의 걸작, 드로잉, 책, 사진, 기록 보관 문서 등 500개 이상의 작품이 동양 모티브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원래 이 전시를 가장 먼저 보았는데, 위에서 소개한 세 전시들에 비해 임팩트가 약해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긴 했지만 이 전시 또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보석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보석 전시는 큰 흥미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보면 예쁘다고 착용해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그보다는 괴도 루팡이 이런 목걸이를 훔쳐 갈 계획을 세우는 드라마를 좋아해서 그런지 도난 당하진 않을까 괜한 걱정이 든다.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시간에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이로울 텐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ㅎㅎ



어쩌다보니 요즘 전시 포스팅이 한번에 여러 전시들을 다녀와 모음집 형태로 올리고 있는데 양으로 승부하느라 퀄리티가 떨어지진 않을까 살짝 걱정이긴다. 그러나 다양한 전시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개강 전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 만큼은 독자들께서 이해주시면 좋겠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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