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콜베 미술관(베를린) : 토마스 쉬테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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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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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콜베 미술관(베를린) : 토마스 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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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 Kolbe Museum : Thomas Schütte



이번 <봉주르 파리>는 제72회 베를린 영화제 방문 기념, 베를린 발 전시 리포트로 대신하는데 아침에는 미술관, 저녁에는 영화관을 넘나들며 베를린 영화제를 즐기고 왔다.



토마스 쉬테 전시가 있는 Georg Kolbe 뮤지엄은 베를린 시내 중심부를 살짝 벗어난 외곽에 있었는데 날씨가 좋고 평온한 유럽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어 가는 길이 즐거웠다. 도중에 길도 잃었는데 친절한 독일 아저씨께서 선뜻 나서서 길을 알려주고 미술관 직원 언니도 아주 친절하게 영어 버전 미술관 팜플렛과 특별전 설명 프린트물까지 챙겨 주었다. 베를린은 2019년에 온 이후 두번째 방문인데 이전에 뮌헨, 프랑크푸르트, 카셀 등 여러 독일 도시들을 방문할 때마다 독일인들의 남녀불문 건장한 체구를 보면서 무언가 건조하고 차가운 사람들이라는 나의 선입견과 편견이 조금씩 깨지는 것을 느낀다. 이럴 때면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는 오만과 편견의 명대사가 떠오르면서 어떤 대상이든 제대로 알지 못 할 때 편견이 생긴다는 것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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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 Kolbe Museum 컬렉션의 중심에는 Georg Kolbe의 조각과 그림이 있다. 200여 개의 조각상 중 대부분이 청동으로 된 조각상이 독특하다. Ernst Barlach, Rudolf Belling, Hermann Blumenthal, Ernesto de Fiori, August Gaul, Wilhelm Lehmbruck, Gerhard Marcks 및 Renée Sintenis 와 같은 20세기 전반부 조각가들의 작품이 많다. 1950년에 Kolbe의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설립된 이 곳은 오늘날 문화 교류와 연구의 장소가 되었다. 이 미술관에서 기획전을 할 때 첫번째 선정기준은 Georg Kolbe와 동시대 사람들의 작업을 시간과 관련하여 해석함으로써 작업의 특정 측면에 전념하고 있느냐이며 두 번째 선정기준은 중심 주제가 현재의 조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현대 조각의 형태와 한계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리는 곳이다.

 


토마스 쉬테(Thomas Schutte)는 2019년 파리 조폐국(Monnais de Paris) 에서도 전시를 한 작가인데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로 황금사자상을 받음으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조각이 그의 주종목(?)이지만 그림, 설치, 건축 등에서도 활발한 창작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1954년 독일에서 태어난 조각가로 이번 전시회에는 2021년에 만들어진 작품을 포함하여 약 30개의 조각과 수많은 종이 작품이 포함된다. 유기적 비유적이든 공간 형성적이든 추상적이든, Schütte의 모든 작품은 문화역사적 역학, 담론 및 재현 방식의 복잡성을 인식하는 도전으로 해석해야 한다. 인체에 대한 섬세한 탐구를 통한 그의 작품은 독특한 형상과 유형에서 그 모티프를 찾는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재료, 스케일 및 치수를 테스트하면서 반복해서 조정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그 결과 조형물에 새 생명을 불어 넣고 현재의 존재 목적을 보여주는 광범위하고 정교한 일련의 작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뮤지엄측 설명이다. 절망하고 괴로워하는 듯한 흉상들이 많아서 약간 무섭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 안타까움과 슬픔이 전율로 다가왔다. 그동안 많은 조각을 보았지만 작품의 감정이 와 닿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인간의 심연을 움직이는데 있어서 역시 보기 좋고 예쁜 것만이 예술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또한 다른 전시장에는 얼굴들의 표정이 평온하고 담담해 보여서 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토마스 쉬테는 이번에 처음 직접 접한 작가인데 격정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감성을 담아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되니 더욱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져 금세 팬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한 줄기가 비춰주는 작품은 따사로움과 차분함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토마스 쉬테 미술관은 전시장외에도 정원과 카페가 있었는데 정원에 전시된 조각상들을 자연에서 느낄 수 있게 되어있어 탁 트인 개방감과 상쾌함이 작품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 같았다. 전시장 안에 갇혀 있기만한 작품들이 아니어서 조각들의 동작들이 더 생동감을 준다. 이 안뜰의 역사를 찾아보니, 1928년 5월, 게오르크 콜베가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벤자민이 묻힌 헤어슈트라세 공동묘지와 가까운 베를린-베스텐트(Berlin-Westend)의 Sensburger Allee에 있는 숲을 구입한 후, 베를린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바젤 건축가 에른스트 렌취(Ernst Rentsch, 1876-1952)를 고용하여 새로운 주거 및 스튜디오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했다고 한다. 또한 이 내부 정원에 아내를 생각나게 하는 Madonna, Turk's cap lily, 야생 장미, 등나무 등의 식물을 심어 소중히 가꾸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사랑꾼 남편이라니! 게다가 자연을 스튜디오 및 생활 공간과 직접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조각가가 공부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작품을 배치하는 조각 정원을 꾸민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알고 나니 작품들에 생명력이 부여될 수 밖에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이 크거나 많은 양의 작품이 있지는 않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문제가 없었다. 뮤지엄 샵은 샵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방 한 칸이었지만 이 곳에서 보이는 맞은편 집들이 영화 속 유럽 겨울의 한 컷 같아 아름다웠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여행에서 얻은 의외의 큰 수확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지식의 확장을 이룰 수 있어 아주 뿌듯하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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