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림 개인전 《Earth Palimpsest》 개최 > 이주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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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박예림 개인전 《Earth Palimpsest》 개최

김리아갤러리, 2026. 10. 8. -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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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아갤러리는 2026년 10월 8일부터 11월 7일까지 박예림 개인전 《Earth Palimpsest》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Palimpsest’는 이전의 기록을 지워낸 표면 위에 새로운 기록을 덧쓰는 고대 필사 방식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박예림은 이를 지구와 풍경, 시간에 대한 감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시냇물과 폭포, 안개와 파도, 동굴과 불의 흔적처럼 인간이 오래도록 마주해온 자연의 단서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가 겹쳐지는 회화적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얇은 한지 위에 흐르는 듯 남겨진 먹의 획은 물과 안개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고, 모래를 여러 차례 붙이고 털어내며 만들어낸 두터운 표면은 시간이 쌓이고 풍화된 지층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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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림, Ground Remembering, 한지에 모래, 분채, 건식재료, 140 x 140 cm, 2026 


박예림은 한지와 모래, 먹이라는 서로 다른 물성을 활용해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를 시간의 기록으로 전환한다. 과거 마주한 자연의 형상을 떠올려 투명한 판 위에 획을 긋고 이를 화선지에 전사한 뒤, 장지에 배접한 한지 위에 모래를 붙이고 털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최초의 획은 모래에 덮여 점차 희미해지고, 다시 먹을 더하며 일부의 흔적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하나의 화면 안에 여러 기록이 축적된다. 얇은 한지와 거친 모래의 대비 속에서 하나의 획은 물길의 흔적에서 암벽에 남은 기록으로 그 의미를 달리한다.

이러한 회화적 구조는 전시장 전체로 이어지며, 공간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자 시간의 흐름을 이룬다. 빛을 받아 흐릿하게 드러나는 한지 작업에서 시작해 모래와 그을음이 축적된 화면, 폭포처럼 떨어지는 빛의 장면, 불의 흔적을 머금은 목재와 재의 잔재를 지나 전시장 가장 깊숙한 곳의 침전된 화면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재료와 장면은 공간의 구조와 동선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관람자의 이동과 함께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흐르는 것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퇴적되어 마침내 흔적으로 남는다. 《Earth Palimpsest》를 통해 관람객은 지워지고 쌓이는 회화의 표면을 따라 기억 속 풍경이 변화하는 과정과, 그 풍경이 전시장 안에서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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