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베르디 ‘아이다’로 대작 제작 역량 증명… “이제는 연간 공연 확대가 과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11월 16일 공연 …스펙터클 무대 연출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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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 11월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베르디의 명작 오페라 ‘아이다’를 선보이며 오랜만에 대형 프로덕션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올해 4월 ‘파우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무대로, “대작의 무게감을 온전히 구현한 완성도 높은 무대”라는 관람객들의 호평과 함께 “향후 연간 공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무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장면 전환은 빠르고 유기적으로 이어져 극의 긴장감을 유지했으며, 웅장한 세트는 작품의 장대한 서사를 한층 강화했다. 오페라 평론가와 관람객들은 “대극장의 스케일이 대작 오페라에 최적화되어 있었다”며 한목소리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베르디 *‘아이다’*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의 비극적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익숙한 ‘개선행진곡(Triumphal March)’ 외에도 다양한 이중창·중창에서 가수들의 기량이 두드러지는 매력적인 오페라로 꼽힌다.
1막 아리아 ‘Celeste Aida’를 부른 테너 국윤종(라다메스)은 당당함 속에 연인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내면의 긴장을 안정적으로 풀어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어 아이다·라다메스·암네리스의 3중창 ‘Vieni, o diletta, appressati’에서는 각 인물의 대비되는 감정과 비극적 운명이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무대의 중심은 단연 아이다 역의 소프라노 조선형이었다. 1막의 ‘Ritorna vincitor’와 ‘Numi, pietà del mio soffrir!’에서 보여준 섬세한 내면 연기는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이다의 감정을 청명한 음색과 밀도 높은 호흡으로 그려내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한편, 서울시오페라단의 연간 공연 횟수는 오랫동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필자는 2023년 ‘마술피리’이후 한 클래식 잡지를 통해 관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오페라단의 연간 일정은 ‘마술피리’(3월), ‘투란도트’(10월), 오페라 갈라(12월) 등 제한적이었다. 같은 시기 국립오페라단은 ‘맥베스’,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나부코’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활발한 제작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비교 속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은 공연 편수는 물론 기획·제작 추진력에서도 뒤처졌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웠다.
202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서울시오페라단의 모차르트 ‘마술피리’ 역시 높은 관심 속에 1층 객석을 가득 채웠다. 밤의 여왕 아리아를 비롯해 타미노, 파파게노, 파미나의 다양한 아리아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며 서울 시민들의 오페라 향유 욕구가 높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무대였다.
그렇기에 이번 *‘아이다’*는 서울시오페라단이 대작을 완성도 있게 구현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세종문화회관의 무대 운용 능력 또한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남은 것은 양적 확대”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서울 시민을 위한 대표 공공 오페라단을 자임한다면,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연간 공연 횟수를 늘려 관객과의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아이다’가 서울시오페라단의 활동 영역을 한 단계 넓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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