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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사이먼 고 개인전 《Mellow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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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5일부터 4월 21일까지 사이먼 고의 개인전 《Mellow Island》가 서정아트에서 진행된다. 사이먼 고(b. 1988)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랑, 신뢰, 우울, 기다림 등 다양한 감정을 포착하며, 작가만의 표현 방식으로 ‘멜로우 아일랜드’ 라는 가상의 섬을 향해 항해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200호의 대작과 설치 작품을 통해 사랑과 관계를 더 깊이 있게 표현함으로써 전시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작가의 모든 작품은 색감, 질감, 그림 속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감정을 표출한다. 작가 본인도 2022년 서정아트 부산에서 선보였던 첫 개인전 보다 작품세계가 깊어 졌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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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athering , 2023, Acrylic on canvas, 160 x 18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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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y, 2023, Acrylic on canvas, 196 x 25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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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er, 2023, Acrylic on canvas, 160 x 18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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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Market, 2023, Acrylic on canvas,130.3 x 162.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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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 Mueck, Man in a Boat, 2002, Various materials, 159 × 138 × 425.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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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고 작품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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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Waters, 2023, Acrylic on canvas, 112.1 x 145.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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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over, 2023,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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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over, 2023,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사진촬영 =한지수 



작가는 ‘멜로우 아일랜드’를 너무나 멀고 찾기 어려워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환상 속 섬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은 달콤한 열매를 찾아 떠나지만 결코 섬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멜로우 아일랜드는 섬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관계의 성숙이라는 선물을 보상으로 주기 때문에 이 여정은 실패로 끝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자체로 무르익는다는 것이다.


설치 작품 Stopover (2023)와 더불어 이를 둘러싸고 있는 소용돌이 월 페인팅(Wall Painting)은 마치 멜로우 아일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과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 설치 작품과 월 페인팅이 어울어져 하나의 완벽한 작품으로 구체화되었다. 작가는 « 이렇게 전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규모의 작품은 처음 제작해 보았다 »라고 했는데, 지난 여름 파리 까르띠에 재단에서 선보였던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엑 (Ron Mueck)의 « Man in a boat »을 떠올리게 했다.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몽환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론뮤엑과는 달리 사이먼 고의 표류하는 인간은 그대로 멈춰 있지만 그 모습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어디로 가야 할지 인생의 기로에 놓여 깊은 고뇌에 빠졌지만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친근하다. 언제 뒤집힐지 모를 배안에서 분명 겁이 나지만 용기를 저버리기엔 분홍 돛이 밝고 희망차다.


사이먼 고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캔버스에 특별한 경험으로 연출한다. 여러 순간들을 실제와 환상을 오가며 다채롭게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Night Market (2023) 부산 광안리 민락 회 센터 야시장의 풍경이다. 미국에서 오래 거주해온 작가에게는 약간은 낯선 장면이었을 듯한데 작품 속 인물들이 침체되고 비밀을 가진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보통 인물을 그릴 때 눈동자를 잘 그리지 않는데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기에 얼굴에 시선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 한다. 반면 생선의 눈을 맑고 크게 묘사한 부분은 흥미롭다.


The Real One (2023) 작가가 언젠가 가구를 보러 갔을 때를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그때 당시를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토대로 편집하여 그린 그림이다. 거울에 반사되어 보여지는 구도를 통해 서로 할 말이 있지만 침묵하는 인물들의 상태를 암시한다. 고개를 툭 떨구고 있는 시선, 거울 너머로 상대를 바라보며 물리적 거리감에 비하여 심리적 거리감이 한층 더 멀어짐을 보여준다.


Breather (2023) 풍선이라고 하며 보통 경쾌하고 흥겨운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밝고 가벼운 풍선이 오히려 무거운 고뇌로 느껴진다. 마치 상상 속에 있는 ‘멜로우 아일랜드’ 라는 이상을 향해 가지만 잘 풀리지 않아 보인다. 또한 혼자 있다는 것, 기다림은 작가가 관계 속에서 포착하고 싶은 중요한 주제이다.


Slow Waters (2023)은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구도를 차용한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기타를 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눈을 감고 가라 앉는 침체된 분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작가는 전반적으로 낙관적 미래를 꿈꾸는 설정이라고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 우울하거나 낭만적이거나 환상적이거나 다양하게 해석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다만 작가는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기보다는 갈등의 순간을 그리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Away (2023)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200호 대작이다. 배를 타고 항해하는 그림 속 인물들은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지만 정작 어디를 가는지는 알 수 없다. 불이 나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배와 찢어진 돛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나 위험을 겪는다는 영어 관용어의 Go through fire and water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힌다. 또한 고난과 역경을 뚫고 있는 두 인물 간의 관계와 신뢰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잠을 잘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는 남자에 대해서는 현실에 대한 달콤한 도피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 Gathering (2023) 한 컬렉터의 방이다. 그녀의 꿈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다. 배경에 그려진 작품들이 진짜 가지고 있는 컬렉션인지 언젠간 가지고 싶은 컬렉션인지 헷갈린다. 꿈에서는 무엇이든 어렴풋하듯, 뒷배경의 책 제목들도 흐릿하다. 오토니엘의 작품과 아주 유사한 구슬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 컬렉터가 작품들을 수집하고 싶은 이유에 단순히 심심해서 취미 생활로 모으는 것인지, 그녀 안에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려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전체적으로 사이먼 고의 작품들은 인간관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랑, 신뢰, 희망, 절망 등의 감정을 폭넓게 담고 있으며 각자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작가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현학적인 설명보다는 관람자의 감상을 듣고 의견을 공유하는 섬세한 편이라 사이먼 고의 작품에 대해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각자의 감정선에 맞는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Mellow Island》(서정아트, 서울, 한국, 2024), 《Sparks》(Nathalie Karg 갤러리,뉴욕, 미국, 2023) 등이 있다. 단체전으로는 《DEAR CABINET》(서정아트, 서울, 한국, 2023),《Sarang: Conversation on Love》(Wellcome Collective, 뉴욕, 미국, 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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