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호 개인전 《남겨진 것들을 위한 풍경》 개최
갤러리소헌 & 소헌컨템포러리, 2026. 10.2. - 11.13.
본문
어디인지 모를 야생의 대자연 속에서 이름 모를 유적지를 닮은 도상과 흔적,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사색하는 인간. 관람객은 흑백으로 그려진 스산하고 신비로운 풍경 속을 거닐며 낭만을 곱씹어본다.
대봉동 갤러리소헌에서는 10월 2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신진 작가 문준호의 개인전 《남겨진 것들을 위한 풍경》을 개최한다. 두껍고 거친 마티에르와 흑백의 콘트라스트가 뚜렷한 대작 회화 작품들과 실리콘 혼합물로 만들어진 조각 설치가 전시장을 채운다.

문준호, 곡예하는 바위, 2026, Silicone on canvas 162.3x130.3cm

문준호, 남겨진 바위, 2026, Silicone on canvas, 60.6x60cm

전시전경
독특한 질감과 색채는 작가 문준호가 사용하는 특수한 재료 때문이다. 그는 붓과 물감으로 그려내는 전통의 회화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캔버스나 우드에 실리콘 혼합의 특수 재료를 활용하여 드로잉의 용도로 사용한다.
실리콘은 모래에서 규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화합 유기물로 의료용에서부터 산업현장까지 폭넓게 현대사회에서 사용되는 재료이다. 인체에 무해하며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에서도 형태가 쉽게 변하지 않고 무독성 소재로 안전성으로 각광받으며, 반영구적이다.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재료로서 작가가 만들어내는 인공적 자연회화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마티에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이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인공적 재구성'의 의미에도 적합하다.
문준호 작가는 숲, 빛, 폭포, 강 등이 포함된 낭만적 자연을 게임이나 주변에서 접할 수 있었던 실제의 장소, 자신의 의도하여 찾아낸 그럴듯한 이미지들을 편집하고 합성하여 작가의 심상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그 자연 의 풍경속에 오랜 시간의 세월이 지났기에 그 시간의 흐름에 닳고 희미해진, 무너져가는 인공물의 이미지들 선택하여 같이 담아낸다. 이는 유적지의 풍경일수도 있고, 폐허의 풍경일 수도 있고, 인간의 삶의 흔적이 지나간 버려진 것들이 자연과 융화되어버린 모습이 되기도 한다.
거칠어 보이지만 말랑하고, 묵직하지만 가벼운 이중적인 재료의 속성은 작가의 손끝에서 웅장하고 두꺼운 마티에르로 표현되는 거대한 파도가 되고 무채색 스펙트럼이 만들어내는 깊이 표현이 인상적인 숲속 햇살이 되어 태어난다.
전시의 작품 평론을 쓴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출품작 중 작품 [남겨진 바위](2026)에 대해, “기념비 앞 관객과 같은 자세로 있는 사람은 사라진 지 오래된 것을 바라보는 살아있는 존재다. 이름 모를 유적지는 삶이라는 무대의 유한성을 일깨운다. 공간과 시간의 좌표가 불분명한 문준호의 풍경은 낭만주의적이다. 아득한 시간대와 광활한 공간이 배경인 낭만주의에서 폐허는 자주 등장하여, ‘낭만적 폐허’라는 관용어도 생길 정도다. 문준호가 자연풍경을 기본 배경으로 한다는 점, 여기에 잃어버린 과거 문명의 도상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낭만적이다. 대자연의 야생성을 배경으로 한 문명, 그 앞에서의 숭고함과 무력감의 연출은 우울부터 신비에 이르는 감상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관람자는 작가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유토피아 풍경에서 사색을 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과거 문명의 흔적과 도상들을 발견하며 낭만적인 감상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실리콘 덩어리들이 얽히고 섥혀 레이어로 쌓아올려진 독특한 마티에르와 사실적 표현에 감탄하기도 하며 우리 시대 새로운 풍경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문준호 작가는 사실적 구상화에 강한 계명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2024년 2024년H-EAA 호반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대상을 수상하고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수상작가 그룹전 당시 놀라운 스케일과 재료의 감각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6 안국문화재단 주최 AG신진작가대상 선정작가 우수상 수상을 하였다. 현재는 평면을 넘어서 입체와 설치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일상 속의 인물들을 포착한 순간을 드로잉 기록해 실리콘 회화속에 도입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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