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 미로 개인전 《조각의 언어(Sculptures)》 개최
타데우스 로팍 서울, 2025. 11. 21. - 2026.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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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출신의 거장 호안 미로(1893–1983)의 개인전 《조각의 언어》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다. 2016년 세종문화회관, 2022년 마이아트뮤지엄 이후 3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미로의 개인전으로, 그의 생애 말기에 집중된 조각 실험을 조명한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청동 조각을 중심으로, 작가가 일상 사물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호안 미로, 별을 지닌 소녀, 1977, 48 x 33 x 40 cm, 청동, © 작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

호안 미로, 별을 지닌 소녀, 1977, 48 x 33 x 40 cm, 청동, © 작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

호안 미로, 형상, 1976, 205 x 62 x 38 cm ,청동 © 작가, 타데우스 로팍 서울
미로의 조각은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후기 작품들은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이 결합된 ‘조각적 별자리’로 평가된다. 민속 공예품, 해안 식물, 돌, 나뭇가지 등 마요르카에서 수집한 자연물은 그의 손끝에서 조합과 변형을 거쳐 초현실적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시인 자크 뒤팽이 “미로 조각의 순도가 가장 높게 드러난 시기”라고 평한 이유다.
전시장에는 1940년대 제작된 작은 청동 조각들과 함께, 세계적 사진가 어빙 펜이 1948년 촬영한 미로의 초상도 소개된다. 옥상에서 조각과 나란히 선 모습, 유기적 조형물을 품에 안고 렌즈를 응시하는 장면은 예술가와 작품의 긴밀한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로는 1920년대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시인들과 교류하며 조각적 사고를 확장했고, 1930년대 ‘발견된 오브제’를 활용한 실험을 선보였다. 1950년대에는 도예가 조셉 로렌스 아르티가스와 협업하며 조각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후 조각은 그의 예술 세계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매그 재단에 설치된 〈미로의 미로〉는 그 정점을 이룬다.
이번 전시에는 마요르카 작업실에서 제작된 다수의 청동 조각이 포함된다. 작가는 자연 속에서 우연히 시선을 사로잡는 사물을 발견한 뒤 본능적으로 배열해 ‘시적 충격’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나뭇가지, 조약돌, 플라스틱 파편까지 일상의 오브제들은 청동으로 주조되며 시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조각으로 완성됐다.
야외 중정에 설치된 대표작 〈여인과 새〉(1982)는 22m 높이의 바르셀로나 조각 〈Dona i Ocell〉(1983)의 중요한 선행작이다. 원시적 여성상과 초승달 모양의 새는 지상과 천상을 잇는 상징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시 공간은 한국 한옥의 차경 개념을 반영해 설계됐다. 한지 구조물 사이로 드러나는 조각들은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흐리며, 미로가 추구한 ‘자연과 혼동되는 조형’이라는 이상과 맞닿는다. 한국적 미감과 카탈루냐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미로 조각의 영적 본질을 재확인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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