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개인전 《바람의 속삭임》 개최
아트센터예술의시간, 2025. 11. 29. (토)- 2026. 1. 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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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이희경의 개인전 《Desir Angin: 바람의 속삭임》을 개최한다. 영상과 드로잉을 기반으로 작업해 온 이희경은 한국 사회에 정주 중인 아시아 이주민들의 삶과 배경을 오랜 기간 리서치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특히 아시아 이주 여성들의 이동과 그 뒤에 남은 다층적 흔적에 집중하며, 이를 설치, 드로잉, 영상 매체로 드러낸다. 작가는 개인의 미시사에 잠재된 문화·역사의 흔적과 사회적 레이어가 만나 형성되는 정체성의 구조를 탐구하며, 개인이 경험하는 이주, 이동의 경험을 ‘삶의 모양새’이자 ‘되돌아가지 않는 실천’으로 제시한다.

전시 《Desir Angin: 바람의 속삭임》은 제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곳곳에 위치한 동굴들에서 출발한다. 근대식민시기에 군사적 목적으로 조성된 동굴들은 영토 확장을 목적으로 수많은 이들의 강제 동원을 비롯하여 수탈 자원의 운반이 이뤄졌던 곳으로, 현재는 관광지로 변모하여, 그 역사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다. 이희경은 이 동굴들을 ‘구멍이자 통로’로 바라보며, 구조적 폭력의 잔재가 남은 공간에 다시 들어가 생계를 꾸리는 이주 여성들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물과 음료를 판매하고, 가이드로 일하며, 작은 바람 같은 기회를 따라 섬과 도시를 오가는 이들의 이동은 제도적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또 다른 생존 방식이며, 현실을 가로지르는 감각적 실천이다.
전시장에는 낯선 억양과 익숙한 언어가 뒤섞인 목소리가 배경처럼 흐른다. 이 언어는 관광객의 귀에는 바람과 새소리처럼 들리는 동시에, 이주자에게는 생존을 위해 단순화된 문장으로 바뀐 삶의 언어이다. 작가는 이주 여성이자 노동하는 여성의 목소리의 재해석해 선보인다. 익숙하지만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말, 공중에 떠다니는 억양의 잔향은 전시장 전체를 가로지르며, 관객에게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이희경은 《둥글지 않은》(더레퍼런스, 2023), 《너의 이름을 부를 때》(보안여관, 2022) 등을 통해 이미 이주와 정체성의 문제를 꾸준히 다뤄 왔다. 이번 전시는 그 연구와 탐구의 결을 심화시키며, 역사와 노동, 자본과 관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을 구축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Desir Angin: 바람의 속삭임》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동의 경험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감각적, 구체적 현실로 다시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전시는 2026년 1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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