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경찰청 박물관: 파리 경찰청 중앙수사대, 사법 보호의 주춧돌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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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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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경찰청 박물관: 파리 경찰청 중앙수사대, 사법 보호의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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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8일 – 2025년 11월 22일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 Les Brigades centrales de la préfecture de Police, pierres angulaires de la protection judiciaire



파리 5구 경찰청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1667년 루이 14세가 경찰 총감부(Lieutenance générale de police)를 창설한 시점부터 현대까지 경찰의 역사를 따라가며, 특히 1800년 2월 17일 보나파르트가 경찰청(Préfecture de Police)을 창설한 사건과, 범죄 변화에 대응하면서 과학적·기술적 수사 방식을 발전시켜 온 제도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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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박물관의 소장품은 5구 경찰서 지하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으며,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데 주요 유물을 엄선해 300㎡ 전시 공간에 전시하고 있다.  17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파리 경찰 역사를 제복, 무기, 회화, 판화, 조각, 사진, 포스터, 경찰 장비, 증거물, 깃발 등 2,000점이 넘는 다채로운 유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17세기 이래 파리 경찰청이 공공 질서 유지, 행정·사법 경찰의 연속성 보장, 시민들의 안전과 구조를 담당해온 다양한 직무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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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수 세기 동안 파리 경찰이 다뤘던 굵직한 범죄 사건들도 조명한다. 1610년 라바이약(Ravaillac)에 의한 앙리 4세 암살 사건, ‘독약 사건(Affaire des Poisons)’, 1835년 주세페 피에스키(Giuseppe Fieschi)의 루이 필리프 국왕 암살 미수 사건, 부모 독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올레트 노지에르(Violette Nozière) 사건, 그리고 앙리 데지레 랑드뤼(Henri-Désiré Landru)와 페티오(Petiot) 박사의 범죄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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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마지막 공간은 2020년에 개관된 경찰 과학기술 전시실로, 그 기원부터 현대까지의 발전을 다룬다. 1879년 알퐁스 베르티용(Alphonse Bertillon)은 신체 계측을 통한 범인 식별 기법을 고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파리 경찰청 내에 세계 최초의 과학수사 연구소, 즉 사법 신원 확인 서비스를 창설했다. 그는 정면·측면을 함께 촬영하는 인류학적 범인 사진법, 범죄 현장의 정밀 사진 격자 기록법, 합리적 파일 관리 체계 등을 도입했다. 그의 식별 체계인 ‘베르티용식 식별법(bertillonnage)’은 곧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 채택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1970년까지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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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현재 창설 60주년을 맞은 수사·개입대(Brigade de Recherche et d’Intervention, BRI)와 50주년을 맞은 조직범죄 단속대(Brigade de Répression du Banditisme, BRB)를 기념하여, 파리 사법 경찰의 7개 중앙 수사대를 조명하는 기획 전시가 진행중이다. 전시는 마약, 성매매, 중대 범죄, 개방형 교정 환경에서의 범죄자 관리 등 사회적 주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 경찰이 어떻게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수사대를 창설하며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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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전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가이드 투어와 각 중앙 수사대 주제별 강연에 참여할 수 있다. 안내에 따르면 현직 수사대장이나 BRI, BRB, 범죄 수사대(Brigade Criminelle, BC), 마약 수사대(Brigade des Stupéfiants, BS), 성매매 단속대(Brigade de Répression du Proxénétisme, BRP), 미성년 보호대(Brigade de Protection des Mineurs, BPM), 법 집행 단속대(Brigade d’Exécution des Décisions de Justice, BEDJ)에서 근무한 경찰관들이 초청되어 이 상징적 수사대들의 역사, 발전 과정, 임무를 직접 설명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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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참고로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현직 경찰관이 아닌, 경찰의 세계와 역사를 대해 공부한 도슨트가 진행한 강연이었고, 그녀는 열정적으로 각 수사대의 제도와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맥락 속에서 풀어주었다. 덕분에 낯선 전문 용어나 제도의 흐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듣다 보니 경찰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이며, 범죄와 질서의 대립은 결국 사회가 스스로를 지켜내려는 방식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5658e9bdc2b571ff4a21e5af4b250849_1757772185_5428.jpg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파리 경찰청 박물관을 찾으면서 경찰청 내부에 이렇게 작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경찰서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위압감 때문에 들어가기 전부터 다소 위축되고 긴장되기도 했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 발을 들이는 듯한 묘한 압박감이 있었으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무겁기만 할 것 같던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고 밀도 있는 자료들이 펼쳐졌다.겉으로는 무겁고 권위적인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도시의 어두운 역사와 그것을 추적해온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경찰이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 도시의 질서를 기록하고 감시해온 존재라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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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 musée de la préfecture de PolicePhoto: Han Jisoo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프랑스 과학수사의 기원이 이곳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었다. 19세기 후반, 알퐁스 베르티용이 신체 측정과 사진 기록을 활용해 신원을 식별하고 범죄 현장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려 했던 시도가 이미 제도화되었다는 점은 놀라웠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해방 이후 1950년대 국립과학수사원이 세워지며 비로소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게 본다면 프랑스는 한 세기 이상 먼저 과학수사의 길을 닦아놓았던 셈이다. 경찰의 권력과 무게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적 노력과 사회적 긴장 그리고 진실을 향한 열망까지 느낄 수 있던 박물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법과 질서의 역사 역시 하나의 문화유산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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