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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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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롤랑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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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and-Garros 2025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 , 파리 외곽 포르트 도틸(Porte d'Auteuil)에서는 테니스의 성지라 불리는 롤랑가로스(Roland-Garros) 스타디움에서 대회가 열린다. 1891년 ‘프랑스 클레이 코트 선수권 대회 (Championnats de France sur terre battue)’로 시작해 1925년부터 ‘프랑스 국제 대회 (Internationaux de France)’로 명칭이 바뀌고, 1928년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이 건설되면서 프랑스 테니스의 황금기가 펼쳐졌다. 특히 1968년 프로 대회 전환은 롤랑가로스의 위상을 크게 높이며 ‘그랜드슬램’ 4대 대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경기장은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비행기조종사 롤랑 가로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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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가로스는 ‘클레이 코트((terre battue)’로 유명한데 테니스 코트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땅이자 신체적으로 가장 고되고 섬세한 기술을 요구한다. 클레이 코트의 등장은 본래 실용적인 필요에서 비롯되었다. 1880년 프랑스 칸(Cannes)에서 렌쇼(Renshaw) 형제가 무더위로 고통받던 잔디 코트 위에 테라코타(Terracotta 구운 흙)를 가루로 뿌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기술은 진보했지만 기본 원리는 지금까지 유지된다. 코트 표면은 다섯 겹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위에 얇게 깔린 붉은 벽돌가루는 이 대회의 상징과도 같다. 이 흙은 공의 속도를 늦추고 바운드를 불규칙하게 만들어 선수들의 기술과 체력을 극한으로 시험한다. 따라서 롤랑가로스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그랜드슬램’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같은 클레이 코트의 제왕이 탄생하는 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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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Han Jisoo  

1928년 개장한 롤랑가로스 경기장은 총면적 8.5헥타르, 20개 코트가 자리 잡고 있다. 필리프-샤트리에(Philippe-Chatrier)와 수잔 렝글렌 코트(Suzanne-Lenglen) 등 두 개의 메인 코트에서는 무수한 전설들이 피어났고, 그 역사를 품은 경기장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대회 기간 내내 혼합복식, 청소년 경기, 휠체어 테니스, 레전드 선수 경기 등 다양한 매치들이 펼쳐지며 한층 다채로운 스포츠 축제로 다가온다.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세기와 전설, 그리고 인간 한계의 도전을 품은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선수들의 숨결과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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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Han Jisoo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경기를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어느 곳에서든 열기가 넘쳤고, 후원사들이 마련한 문화 행사와 체험 부스도 풍성해 관람의 즐거움을 배가 되었다. 혼합복식은 남녀가 함께 호흡하며 펼치는 경기답게 전략과 팀워크의 미묘한 조화를 보여주며 짧은 순간에도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긴밀한 협력은 테니스가 단순한 개인 스포츠를 넘어 함께 만드는 과정임을 상기시켰다. 청소년 경기는 신선한 에너지와 패기로 가득했는데  성장해가는 선수들의 가능성은 이 대회의 미래이자 희망이 공존하는 현장의 중요한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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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Han Jisoo  

특히 휠체어 테니스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선수들은 한 손으로 휠체어를 힘차게 밀면서 다른 한 손으로 라켓을 휘두르는데 그들의 경이로운 움직임과 전혀 예상치 못한 체력과 운동신경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스포츠가 가진 본질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강인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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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Han Jisoo  

2025년 롤랑가로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치 프랑스 파리가 아닌, ‘롤랑가로스’라는 작은 마을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경기장이라는 기능적 공간을 너머머 경기 중간 중간 퍼지는 선수들의 숨 소리와 흙먼지, 관중들의 속삭임과 탄성, 그리고 그 위에 흐르는 프랑스 특유의 여유와 예술적 감성은 롤랑가로스를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게 했다. 클레이 코트 특유의 고요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스포츠 축제 이상의  높은 문화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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