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예술학교: 돌의 몽상-로제 카유아의 시와 광물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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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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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예술학교: 돌의 몽상-로제 카유아의 시와 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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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 2026.03.29
L’École des Arts Joailliers: Rêveries de pierres - Poésie et minéraux de Roger Caillois 


보석예술학교는 2012년 반클리프 아펠의 후원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파리, 홍콩, 상하이, 두바이에 네 곳의 상설 거점을 두고 있으며, 설립 이래 유럽·아메리카·아시아·중동에서 순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제적으로 보석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보석 예술에 관한 전문 지식을 장인과 업계 종사자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대중에게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광물학, 장신구의 역사, 제작 기술, 미술사에 이르기까지 보석을 둘러싼 지식의 전 층위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축해왔다.  보석을 문화·과학·미학의 교차점에서 해석하는 현대적 연구·전시 기관으로 진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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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적 작가이자 사상가로, 문학·철학·사회학·인류학·과학을 가로지르며 사유의 경계를 확장한 인물이다. 신화·놀이·전쟁·자연 현상처럼 인간과 세계의 구조를 이루는 보편적 질서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의 저서 《놀이와 인간(Les Jeux et les Hommes, 1958)》에서는 놀이를 사회를 조직하는 핵심 원리로 분석해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동시에 광물과 ‘이미지를 품은 돌’에 매혹되었고, 그 사유는 과학적 관찰과 시적 언어를 결합한《돌의 문자(L’Écriture des pierres, 1970)》에 담아내며 정점을 이뤘다. 문학과 과학, 이성과 상상력 사이를 끊임없이 왕복한 그의 작업은 1971년 프랑스 아카데미 선출로 공식적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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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저명한 에세이스트이자 사회학자, 종교사 연구자이며 자연과학의 열렬한 애호가였던 로제 카유아는 약 60여 권의 저작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늘날 20세기의 위대한 잊힌 지성으로 남아 있다. 르네상스의 사상가들(레오나르도 다빈치)이나 독일 낭만주의의 인물들(노발리스, 괴테)을 연상시키는, 지식을 가로지르는 능력을 지닌 희귀한 유형의 박식한 작가였던 그는 인간과학의 역사 속에서 사유를 전달하는 매개자이자, 동시에 제약된 시인이었다. 특히, 돌에 대한 열정은 그를 순수한 사변적 사고에서 해방시키고 시적 글쓰기가 풀려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미학적 돌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힌 그는 1952년부터 1978년까지 광물 컬렉션을 체계적으로 구축했으며, 이는 당대에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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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는 평생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간직했다. 책보다 자연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우선하던 시간이었다. 그는 관념의 세계와 현대미술을 덧없다고 판단하며 점차 경계하게 되었고, 1950년대부터는 도전과 체념의 방식으로 돌을 하나의 피난처 같은 대상으로 삼았다. 돌은 말하지도 설명하지도 않지만 카유아에게는 인간의 지식이나 책보다 오래된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질서를 지켜온 존재였다. 그는 그 침묵과 지속성에서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감정이나 사상에 휘둘리지 않고 돌처럼 자연의 법칙에 자신을 맡기며 살아가는 태도를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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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가 돌에 매혹되기 시작한 계기는 1942년, 브라질 순회 중 선물로 받은 한 점의 석영이었다. 이후 이 석영은 브라질 세관에 의해 압수되었고, 그는 이를 ‘잃어버린 보물’의 이미지로 간직하게 된다. 본격적인 수집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1952년경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는 주로 상점을 통해 표본을 구했다. 특히 칼세도니류(마노, 오닉스, 벽옥), 세프타리아, 수지상 무늬를 지닌 석회암은 그의 새로운 글쓰기의 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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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는 성질이 전혀 다른 여러 광물을 겹쳐 배치하며 기이한 키메라적 형상을 창조했다. 수집가는 자연에 무언가를 덧붙임으로써 스스로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사고였다. 이 작품들은 또한 1930년대 초현실주의자들이 전개한 오브제에 대한 사유, 특히 앙드레 브르통이 말한 ‘조각에 통합된 오브제’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앙드레 브르통은 일상 사물을 단순한 도구나 장식이 아닌, 작품 안에 통합해 새로운 의미와 상징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유아도 자연을 단순한 소재가 아닌 창작자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재료로 활용하며, 수집과 예술의 경계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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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는 돌을 바라보는 여러 접근 방식을 동원했다. 서로 전혀 다른 문화들이 돌에서 산, 얼굴, 괴물의 형상을 투사해왔음을 분석하는 한편, 사물이나 현상 사이의 유사성을 지나치게 믿고, 상상을 과잉 투사하게 만드는 경향을 경계했다. 즉, 돌이나 자연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산, 얼굴, 괴물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비유적 상상에 속아 현실과 혼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그는 글을 쓸 때 역사가처럼 정확하게 관찰하고 시인처럼 자유롭게 상상하는 사이를 오가며,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되 그것이 단지 마음속 투사라는 사실은 항상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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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카유아는 돌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면서 우울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이미지들도 함께 다뤘다. 병들거나 피부가 벗겨진 몸, 영혼의 형체, 유령 같은 모습은 그의 수집과 사유가 가진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돌은 죽음에도 변하지 않는 존재로서, 그에게 인간이 얼마나 덧없고 일시적이며 교체 가능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는 거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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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마지막 책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 책은 《영적 사유를 이끄는 돌들(Pierres anagogiques)》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되며, 2023년 비시(Vichy) 미디어테크에서 원고가 재발견되었다. 대부분 미공개였던 이 글들은 돌을 통해 정신이 신성한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하며 그의 마지막 사유를 보여주는 시적·광물학적 유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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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로제 카유아가 수집한 돌들은 인간의 손길 없이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우연히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돌 자체의 형태와 색채는 이미 충분히 완전하고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배열하며 사유의 장으로 확장한 카유아의 관찰과 감각, 기록의 힘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돌 자체의 신비와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것을 보고 느끼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호기심과 사유가 얼마나 큰 예술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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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École des Arts JoailliersPhoto: Han Jisoo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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