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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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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재단: 일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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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5일 - 2026년 8월 23일 
Fondation Cartier: Exposition Générale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컬렉션은 1984년 재단 설립과 함께 출범했으며,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형태를 폭넓게 조명하며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2025년 10월, 파리 중심지 팔레 루아얄 광장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열었다. 1855년에 지어진 오스만 양식 건물로 내부는 장 누벨이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했다. 그는 높이를 따라 11단계로 조절 가능한 다섯 개의 플랫폼을 설치해 전시 공간의 부피·수직성·빛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건축 자체가 시각예술·사진·영화·퍼포먼스·공연·과학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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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팔레 루아얄 광장 신관에서 열리는 개관전 Exposition Générale에서는 까르띠에 재단이 선정한 100여 명의 작가 작품 약 600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재단의 역사와 고유한 정체성, 예술적 유산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난 40년간의 현대미술 흐름을 되짚는 자리다. 컬렉션 공유를 통해 과거 백과사전식이나 민속학적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동시대적 표현을 포괄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속에서 공존하는 현대성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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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그래서 이번 전시는 ‘전시를 통해 성장해온’ 살아 있는 컬렉션의 성격을 드러낸다.컬렉션을 관통하는 네 개의 큰 방향축을 중심으로, 재단이 지지해 온 폭넓은 예술적 실천을 소개한다.  첫 번째 축은 ‘건축적 실험실(Architectural Machines)’ 이다. 모형, 드로잉, 파편, 설치 등이 도시 환경과 대화를 이루며 건축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비판적 해석을 보여준다. 두번째 축으로는 인간 중심주의의 한계를 묻고 위협받는 생태계를 돌아보게 하는 ‘자연으로 존재하기(Être Nature)’ 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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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또한 창작을 실험하고 기존 경계를 허무는 공간으로 바라보며, 예술·공예·디자인이 서로 만나고 섞이면서 어떻게 새로운 표현 방식, 조형 언어를 만들어내는지를 ‘사물을 만드는 법(Making Things)’ 부문에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Un 현실 세계(Monde Réel) 은 기술, 허구, 과학적 지식을 결합한 예술 실천을 통해 세계를 읽고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을 탐색한다. 이 네 축은 인간과 비인간의 형태, 다양한 문화, 기술, 그리고 전통적 미술 위계를 벗어난 실천들을 엮어내며 현대 창작의 새로운 지도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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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일반 전시’ 라는 전시 제목은 까르티에 재단이 자리 잡은 건물에서 19세기 말 루브르 백화점이 개최했던 ‘Expositions Générales’에서 따온 것이다.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이 건물은 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전시의 장소로 재해석되어 왔다. 이는 건물의 변모와 그에 맞춰 발전한 공간 연출 방식 사이에 깊은 연속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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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건물의 역사는 근대 건축의 사용 방식과 감수성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전시 연출사이기도 하다. 1855년부터 1880년까지는 만국박람회 방문객을 위한 그랑 호텔(Grand Hôtel)로 운영되었고, 1880년부터 1977년까지는 루브르 백화점(Grands Magasins)으로 점차 전환되며, 살롱 공간을 상업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당시 백화점은 박물관을 관람하듯 방문하는 새로운 도시적 경험을 제공했다. 이어 1977년부터 2018년까지는 루브르 데 장티케르(Louvre des Antiquaires)로 재편되어, 진열장이 이어지는 상점 구조 속에서 장식미술과 골동품 전시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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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이번 개관전은 까르티에 컬렉션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를 따라 걷다 보면, 현대미술이 가진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매체와 장르, 시각예술에서 건축과 과학적 사유까지 포괄하는 작품들이 공간 곳곳에 놓여 있어, 많은 것을 담아보려는 의지가 눈에 띄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작품 사이의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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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dation CartierPhoto: Han Jisoo 
 

까르티에 컬렉션의 흐름 속에서 동시대의 고민과 실험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관람자는 작품과 공간, 시대와 창작자의 맥락 사이를 오가며 새롭게 연결된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얼굴을 경험하는 즐거움과 함께 앞으로 이 공간이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더 정교하게 이어줄지 기대하게 된다. 개관전으로서 다양한 실험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재단이 펼쳐갈 전시 언어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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