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세이두-파테 재단: 로저 코르보의 시선 - 영화 사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본문 바로가기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633_4636.jpg
 


제롬 세이두-파테 재단: 로저 코르보의 시선 - 영화 사진

본문

2025년 10월 23일 - 2026년 1월 31일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 L’œil de Roger Corbeau - photographies de cinéma

제롬 세이두-파테 재단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대형 영화·음반·장비 기업인 파테의 역사적 유산을 보존·복원하고 영화 상영, 전시, 문화 행사를 통해 영화 역사를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1896년 설립 이후 파테가 보유한 비영화 자료와 1929년까지 제작·배급한 영화들을 모았고 영화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연구 센터이기도 하다. 재단의 뛰어난 아카이브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료를 추가하며 여러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무성영화 목록 외에도 풍부한 시각 자료와 광고물, 인쇄물, 영화 장비와 소품, 각종 오브제, 서적과 정기간행물, 그리고 파테의 창립 이후 행정·법률 자료를 포함한다.

971217601aa77c33486254db8504a59b_1764079095_2691.png
971217601aa77c33486254db8504a59b_1764079097_8513.png 
ⓒ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Photo: Han Jisoo 

재단의 컬렉션은 1896년 에밀과 찰스 파테가 파테 프레르(Pathé frères)를 설립하면서 시작된 예외적인 유산이다. 건물 2층과 3층에서는 파테 및 이 그룹에 속했던 80여 개 회사의 아카이브를 보관한다. 건물 최상층 유리 지붕 아래 연구 및 자료 센터가 있으며, 영화사 연구자, 학생, 일반인 모두 예약을 통해 파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시청용 좌석과 방대한 서적 컬렉션을 제공하며 재단 웹사이트의 컬렉션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많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971217601aa77c33486254db8504a59b_1764079105_7664.png 
ⓒ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Photo: Han Jisoo 

현재 로저 코르보(Roger Corbeau, 1908–1995)의 사진을 조명하는 전시를 통해 그의 시선을 다시금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로저 코르보는 20세기 프랑스 영화 사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동하며 다양한 감독들의 작품 현장을 기록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영화와 배우에 매료된 그는 현장의 순간과 배우들의 표정을 담은 사진으로 영화의 미학을 시각화했다. 흑백 사진으로 출발한 그는 이후 색채 사진에서도 뛰어난 감각을 발휘하며 강한 대비와 깊은 음영, 독창적인 구도로 수많은 배우들을 장엄하게 포착했다. 약 50년에 걸친 경력 동안 그는 150편에 가까운 영화와 관련한 사진을 남겼고 영화의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프랑스 영화사와 배우 초상 사진의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971217601aa77c33486254db8504a59b_1764079112_5649.png
ⓒ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Photo: Han Jisoo 

로저 코르보는 마르셀 파뇰(Marcel Pagnol)과 함께 경력을 시작했으며, 장 르누아르(Jean Renoir)의 Toni, 막스 오퓔스(Max Ophüls)의 De Mayerling à Sarajevo, 마르셀 블리스텐(Marcel Blistène)과 자크 페이더(Jacques Feyder)의 Macadam, 웰스(Orson Welles)의 M. Arkadin와 Le Procès, 클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의 Violette Nozière 등 다양한 영화의 미학적 세계에 기여했다. 또한 코르보의 사진은 당시의 세트, 연기, 제작 환경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도 평가된다.


971217601aa77c33486254db8504a59b_1764079119_7889.png
ⓒ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Photo: Han Jisoo 

로저 코르보는 감독의 연출이나 서사에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의 스틸 사진을 통해 작품의 시각적 정체성을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의 표정, 조명, 세트의 분위기를 가장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했고 그 이미지들은 포스터, 보도자료, 프로그램 북 등 다양한 홍보 매체를 통해 외부로 확산되며 영화가 어떻게 기억되고 소비될지를 결정했던 것이다. 결국 코르보는 영화의 제작 과정 뒤편에서 작품이 어떤 얼굴로 대중에게 남을지를 결정짓는 시각적 기억을 구축한 인물이자 프랑스 영화사의 기록을 형성한 사진가로 자리한다.


971217601aa77c33486254db8504a59b_1764079130_3188.png
ⓒ Fondation Jérôme Seydoux-PathéPhoto: Han Jisoo 

처음 방문한 제롬 세이두-파테 재단의 전시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녁 시간대라 실내가 어두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밝은 낮 시간에 다시 와서 천천히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로저 코르보의 사진들은 20세기 프랑스 영화사와 배우들의 얼굴을 기록한 귀중한 자료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전시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사진의 교차점, 배우의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자 한 작가의 세심함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전시를 통해 프랑스 영화사 속 인물과 시선을 잠시나마 따라가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전체 236 건 - 1 페이지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774_3745.jpg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