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형 그랑 팔레: 영원한 무하(Alfons Maria Mucha)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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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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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형 그랑 팔레: 영원한 무하(Alfons Maria Mu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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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Immersif: Éternel Mucha


2023년 3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아르누보의 대표 주자이자 포스터, 광고 예술의 선구자인 체코 예술가 알폰스 무하를 그랑 팔레의 몰입형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랑 팔레 몰입형 전시관은 처음 가보게 되었는데, 내가 자주 가는 ‘오페라 바스티유’ 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어 괜히 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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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 예술 사조는 1895년 독일의 미술품 상인 지그프리트 빙(Siegfried Bing)이 파리에 문을 연 메종 드 아르누보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이 사조는 현대 사회의 격변 속에서 탄생한 탐험과 혁신의 미학이었다. 이후 예술은 모든 것(문 손잡이같은 일상적인 사물까지)에 표현되었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게 된 것이다.


 1900년 아르누보는 회화, 조각, 그래픽 아트, 건축, 장식 예술 등 모든 예술 분야에서 유럽 전역을 휩쓸었고 곡선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 유기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이 작품들을 특징짓는 요소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무하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귀여운 아트 상품들도 아주 많아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전시장에 입장하기 전 굿즈들을 먼저 구경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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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르누보 사조에서 알폰스 무하는 당대 유럽 최고의 예술가였다. 벨 에포크(Belle Époque)가 시작될 무렵, 자연을 확대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고양하는 그의 스타일은 상당히 매혹적이었고 다양한 작품과 사물에 자신의 스타일을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참고로 벨 에포크는 1871년부터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전까지 프랑스의 황금 시대이자 프랑스인들이 평화와 행복의 안식처로 기억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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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는 아르누보 거장 무하가 남긴 유산을 몰입감 넘치는 전시장에서 인터랙티브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전시회는 알폰스 무하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화려했던 그의 민족적 정체성 슬라브의 서사시를 비롯한 그의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엄청난 크기의 스크린에서 초고화질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무하의 작품들을 보니 정말 벨 에포크 시대로 빠져들 것만 같았고, 관객들의 몰입을 위해 누워서 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쿠션 센스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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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의 작품에는 평화와 민족적 차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이상이 응축되어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화가는 전쟁 중 학살의 잔인함과 대비되는 희망,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보편적 가치를 묘사한다. 무하는 슬라브 민족의 역사적 사명은 인도주의와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예술은 영적 욕구에 대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이라고 주장하며 이미지에는 인간 바람을 가시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여겼다. 허무맹랑한 주술적 사고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크게 와닿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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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거리 예술에서 만화, 영화, 타투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창의성에 영감의 원천이 된 무하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무하의 예술은 제목에서 강조되듯 "영원하다"는 것이 참 근사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의 예술은 그래픽 디자인, 일본 만화, 거리 예술, 심지어 비디오 게임에서도 매우 현대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방식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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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후각을 자극하는 장치도 인상적이었다. 향수는 사라 베른하르트가 가장 좋아하는 제비꽃과 동백꽃을 사용하여 플로럴-오리엔탈 조화를 재해석했다. 모라비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무하는 자연을 사랑했기에 산책을 마치고 야생화 꽃다발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체코 바로크 양식과 종교 건축물이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이 향수는 예술가의 어린 시절, 야외 생활과 교회의 영적 생활의 두 사이를 담아냈다. 향기 체험이라는 굉장히 독특하고 기발한 전시였는데 독자들과 공유할 수 없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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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무하는 사라 베른하르트(Sarah Bernhardt)의 희곡 지스몬다 (Gismonda) 포스터를 제안하며 우정을 쌓아갔다고 한다. 사라 베른하르트는 지난 4월 쁘띠 팔레에서 진행했던 대규모 회고전을 보고 온 터라 반갑게 느껴졌다. 지난 전시에서 보았던 포스터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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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전시는 세련미와 우아함, 현대성의 아이콘인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역시 좋은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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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콘크리트 전시 공간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어린이 관람객들이 전시 보고 느낀 감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귀여운 장소도 있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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