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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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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주세페 페노네- 그림//크리스찬 마크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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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e Pompidou : Giuseppe Penone- Dessins//Christian Marclay



파리에 살면서 한 번도 퐁피두 센터를 가보지 않았다는 대만 친구를 데리고 오랜만에 퐁피두 센터에 다녀왔다.  얼마전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다녀와서인지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테이트모던과 비교가 되니 뭔가 퐁피두센터에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파리에서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미술관 중 하나이다.


게다가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한 <주세페 페노네> 의 전시를 친구와 함께 가게 되어 아주 좋은 시간이 되었다. 동행한  친구는 나의 가장 친한 외국인 친구라 내가 <봉주르 파리> 를 연재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왜 한국어 포스팅만 하냐,   프랑스어로 쓰면 나를 비롯한 많은 외국 친구들이 다 읽을 수 있을텐데"  라고 하기에  "그러기엔 내 불어가 완벽하지 않아!" 라고 했더니


" 아니야, 너의 불어는 완벽해. 다만 네가 그냥 귀찮아서 그러는 거잖아" 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마치 장미가시처럼 콕 가슴에 아프게 다가와 꽂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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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아르테 포베라 운동 (1967년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전위미술운동) 의 멤버인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의 1967년부터 2019년까지 50년에 걸친 드로잉 328점을 기증 받은 퐁피두센터에서 특별전을 진행하는데 그의  드로잉 241점을 공개한다.  사실 주세페 페노네는 우리에게는 조각가로 더 잘 알려져있는데 그의 그림 자체가 수년 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그는 항상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조각의 위치와 맥락을 구체화하며 일부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의 유일한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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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 방식과 사고 방식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전시회는 작품의 연대기순으로 방문객을 이끈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241점의 드로잉은 최초 공개일 뿐아니라  스케치 후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다양한 사고 단계를 보여주는 만큼 아주 의미 있는 전시다. 드로잉과 관련하여 선정된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 4점에 작가 소유의 조각 2점이 추가되어 나무, 점토, 돌, 나뭇잎 등 소중한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페노네의 작품이 좋은 이유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편안하고 고요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인데, 아마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시가 가미된 작가의 ​​철학적 성찰 덕분인 듯하다. 대부분의 드로잉에서 작업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동시에 기록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는 글과 시적 요소가 많은데 이를  작업에 녹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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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 광산, 잉크, 수채화, 안료 뿐만 아니라 프로타주, 콜라주, 지문을 찍는 접착 테이프를 사용하여 아이디어를 가장 잘 전달하는  작가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매우 다양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각과 조각가는 같은 숨결을 공유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싶었다.  



주세페 페노네 에게 드로잉은 사람의 몸짓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몸짓을 기록하고 형태를 드러내는 방법이다. 조각에 비해 그림은 선으로 전체  윤곽선을 만들며 볼륨이 생기기 때문에 식물의 몸짓(Gesti vegetali) 을 다룬 그림이 매우 많다. 이 표현력과 안정성을 모두 결합할 수 있는 움직임을 표현한 조각의 경우, 같은 선이 모형에 3차원으로 재현되기에 처음에는 작가의 지문 자국이 남을 점토로 만든 다음 청동으로 성형한다고 한다. 일단 자연에 설치되면 이 조각은 초목이 그 안에 웅크리고, 형태와 결합하고, 움푹 패인 곳에 정착하여 실체를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주세페 페노네의 조각들이 까르띠에 재단이나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 정원 속에 설치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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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페노네를 보러 왔지만 그래도 상설전과 특별전을 안보고 갈 수 없어서 피곤해하는 친구를 이끌고 둘러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설전은 갈 때 마다 새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면 매번 기억력을 잃고 봤던 것을 또 보면서도 새롭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ㅎㅎ


퐁피두에서 제일 큰 전시실에서 진행중인 ‘크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 회고전도 감상하러 갔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찬 마클레이' 의 작품이 파리에서 진행된 것인데  이 전시는 연대기적 경로를 따르지 않고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의 논리를 전개하는 친화력과 메아리의 네트워크에 따라 작품들이 혼합, 전환 및 변형되어 있다. '크리스찬 마클레이' 는 소리와 이미지 전환 기술의 요술쟁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처음 접한 작가이다. 사실 너무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여서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내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전시긴 했지만 다양한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것이 분명하다. 




크리스찬 마클레이는 1955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미국계 스위스 예술가인데 사운드와 비주얼로 작업의 전체 범위를 포용할 수 있는 파노라마를 보여주는 작가라고 한다. 40년 동안 음악가이자 시각 예술가이자 공연가였기 때문에 소리, 이미지 및 이들의 다중 연결을 유쾌하게 탐구해 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펑크 미학의 기호 아래 배치되고 뒤샹/워홀/존 케이지 혈통의 실험적인 음악 환경에 몰입한 그의 작업은 처음에는 사운드 우주, 특히 그가 모든 방향으로 반죽한 바이닐 레코드와 그의 커버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80년대 초 역사를 만든 공연에서 최초의 "턴테이블리스트" 중 한 명이었다. 콜라주, 편집, 단편화, 복제 및 기존의 전환에 능숙하며 도발과 유머를 포함하여 그 어떤 것도 금지하지 않는다. 소리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는 그는 사진, 비디오, 그림, 시안, 석판화와 같은 시각 예술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했다. 


크리스찬 마클레이는 80년대 초반, 제네바의 보자르,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예술 대학에서 공부하고 아방가르드와 플럭서스를 접하면서 바이닐 레코드 작업을 많이 했다.  그는 작품을 위해 바이닐 레코드 조각을 자르고 조립하고 접착하여 이상한 소리를 내지만 여전히 재생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녹음된 것과 다른 소리를 내게끔 레코드를 긁고, 부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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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말부터는 비디오 설치가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매체였다. 이번 회고전에서도 12점의 비디오 설치를 볼 수 있다. 그의 콜라주 작업을 대표하는 비디오인 Telephones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재미있고 매혹적이며 무엇보다도 전화기, 배우들이 전화를 거는 장면, 벨이 울리면 전화를 거는 장면, 소리를 지르거나 수화기에 대고 속삭이는 장면 등을 매우 잘 구성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대화를 만든다.  또한 곡선형 벽에 10대의 스마트폰을 통해 익명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상 생활 스냅에서 촬영한 400여개의 소리와 이미지의 조합을 보여준다. 독특하고 신선하긴 했지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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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출구 직전에 멈춰서 문 앞에서 잠시 영상을 보았는데 이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어 처음으로 공개되는 최신 비디오 설치 작품이었다. 수백 장의 영화 추출물을 몽타주하여  등장인물들이 문을 통해 들어와 공간을 건너고 또 다른 문을 열어 떠나는 비극 코미디 속으로 관객을 유도한다. 영상실 내외부에 사람이 많아서 그냥 빠르게 보고 지나쳐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퐁피두에 오면 항상 찍는 포토부스에서 친구랑 사진도 찍고 나왔다. 사실 친구랑 작품들을 보며 감상보다는 수다에 집중한 감이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는 다소 부족했지만 현대미술은 원래 이해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방식대로 해석하는게 중요하지 않냐며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관을 나왔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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