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기술 공예 박물관: 운전 면허증?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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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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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기술 공예 박물관: 운전 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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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es Arts et Métiers : Permis de conduire ?



이번 학기에는 ‘문화 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을 수강중이라 교수님과 박물관 방문이 꽤 많다.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하는데다 아무래도 대학원생들이다 보니 박물관의 기획전시 담당 큐레이터가 직접 나와서 설명해주고 전시 기획에 대한 팁을 주는 시간인 만큼 유익하고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게다가 입장 티켓도 VIP로 들어가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고 <봉주르 파리> 독자들을 위한  포스팅도 하나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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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공예 박물관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물품 보관함은 거의 다 고장 나 있더라는 아이러니 ㅋㅋ 


 


오늘 소개할  기술 공예 박물관을은 예술 및 공예의 일부인 과학 기술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1794년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 및 산업 박물관이고 과학 지식과 기술 진보에 따라 그들의 컬렉션은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현재 이 박물관은 거의 80,000점의 물품과 15,000점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고 다루는 주제도 과학 도구, 재료, 건축, 통신, 에너지, 역학 및 운송 등으로 아주 다양하다. 


상설전은 생 마르탱 데 샹 교회 (Saint-Martin des Champs) 의 수도회안에 마련되어 있다. 이 수도회는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박물관을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보았을 때는 웬지 교회같다고 생각만 했는데, 진짜 교회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놀라웠다. 프랑스 혁명 당시  이 곳은 기술의 "사원"으로 봉헌되었기에 박물관으로 사용중인데 물리학 캐비닛, 시계 컬렉션, 직조기, 전신기, 비행기, 자동차 등등의 다양한 기술 혁명사를 엿볼 수 있었다. 적인 개조 프로젝트를 거쳐 2000년에 재개관한  기술 공예 박물관은 특히 교육 활동, 회의 및 임시 전시회를 통해 광범위한 대중 대상의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술 및 산업 유산의 역사 분야에서 중요한 문서 자료 또한 제공한다.  현재는 운송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컬렉션을 바탕으로 이동성에 집중하고 있고 더 나아가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큐레이터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 자동차에 미래가 있습니까? » 였다. 더 이상 자동차를 신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자동차가 어떤 모습일지,  모빌리티에 대한 요구 사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제조업체, 공공 기관 및 시민이 현재 모델을 변환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알아보자는 것이 이 전시 의 기획의도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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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 면허증? »이라는 전시 제목에서부터가 나 같은 장롱 면허 소지자에게는 흥미롭고 신선한 전시의 주제였다. 우선 전시장에 들어가면 자동차의 추억속으로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전시 관람은 미니어처 자동차 쇼로 시작되는데,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상징하는 추억의 자동차  장난감 모형을 30개 정도 볼 수 있다. 큐레이터의 말로는,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부모님 세대 혹은 조부모님 세대가 탔던 자동차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같은 자동차를 잘 모르는 관객에게도 귀여운 모형들은 흥미도 끌었고  뒤에 배경으로 나오는 영상물들에서 실제로 사용된 자동차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고보니 영화속에서 보았던 자동차들도 있었다.


그리고 전시실을 이동하면 멋진 주유소와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멀티미디어 기기와 자유로운 접근 조작을 통해 자동차 작동 방식, 엔진 분야의 최신 혁신을 알 수 있다. 또한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충돌 테스트, 첨단 타이어, 운전 보조 장치 등의 연구 사례도 알아볼 수 있다.  아무튼 자동차 연구원과 제조업체는 운전자를 지원하고 도로 안전을 개선하며 엔진을 최적화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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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언급하고 있었는데, 공해, 사고 또는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모습을 영상물 투사를 통해 도로처럼 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도로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약간 어지러웠다. ㅋㅋ 그런데 더 웃겼던 ( ?)것은 1995년에는 공해와 위험성으로 교통 파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요 근래 연금 개혁, 정년 연장 반대 파업이 지속되고 있어서 교통 파업이 심각한데 28년 전에도 프랑스의 파업은 한결 같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의 마지막 부분은 역시나 미래의 자동차로 인간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디자이너가 상상한 컨셉카, 화려한 하이퍼카, 드론을 닮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영화관의 헤드라인 자동차 등등 학창시절 과학의 날에 한 번쯤 그려봤던 미래의 자동차가 고퀄리티로 전시되고 있었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도안들이 실현되어 가고 있는 지금의 과학 기술이 참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전시가 끝나면 나만의 자동차를 스티커로 남길 수 있어 전시회의 추억까지 가져고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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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에게 전시를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는데, 국립 박물관인 만큼 특정한 타겟보다는 모든 시민들에게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기획자들이 방문객을 위해 하나하나 다 생각하고 디테일을 심어 둔다는 것에 대해  크게 감동을 받았다.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는  나도  곳곳에 숨어있는 기획자들의 노력들을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가버렸던 적이 많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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