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오월미술제 《등장 When Bodies Appear》가 5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오월미술제는 ‘파시즘에 대항하는 여성’을 주제로, 오월미술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전면적인 주제로 다룬다. 이번 미술제는 5·18의 기억을 오늘날 다시 대두되는 파시즘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연결한다. 특히 증언자로 공적 역사에 등장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탄핵 정국에서 광장과 거리의 중요한 주체로 나타난 2030 여성들의 정치적·사회적 실천 방식에 주목한다.

© 작가, 오월미술제
LeeHyeonJeong_BreathHeart_Installation_2026 © 작가, 오월미술제
LeeHyeonJeong_DriftingFamilyLee_Installation_2026 © 작가, 오월미술제
2026 오월미술제가 주목하는 여성적 운동은 고정된 성별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만들어 온 연대, 돌봄, 상호의존, 공존의 감각이며, 혐오와 배제, 폭력과 위계의 질서에 맞서 생명을 지속시키는 구성적 지혜이자 미시윤리적 실천이다. 이번 미술제는 이러한 여성적 운동을 파시즘에 대항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감각으로 제안한다.
제1전시관 〈발화〉는 5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 천주교광주대교구청 브레디관의 지하와 3층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서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주 4.3사건, 대구 10월 항쟁, 데이트 폭력과 온라인 성착취 등 과거사와 현재에서 국가와 사회가 가해 온 다양한 젠더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단체인 〈5·18 열매〉와 예술가가 연대한 〈열매 예술프로젝트〉가 주요하게 소개된다.
열매 예술프로젝트에서는 1980년 당시 피해 장소를 찾아 46년 동안 그 공간과 시간의 증언자가 되어준 식물과 오브제를 스캐노그래피로 시각화한 김미련의 〈풍경의 좌표_광주〉, 4미터가 넘는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공동체적 몸짓으로 확장하는 방정아의 〈우리들의 강강술래〉, 피해자들의 구술을 담은 종이 쪽지를 관람자들이 마이크로 낭독하는 김현주×조광희의 〈세 개의 시간〉 등이 선보인다. 또한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협업자들의 소리를 모아 퍼포먼스 기록과 함께 편집한 흑표범의 영상 〈안새와 박새〉, 모티브 뜨개질로 시민들과 함께 이어가는 김희련의 시민참여작 〈우리 지금 만나고 있어요〉 등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젠더폭력과 여성의 목소리를 시각화한 정정엽의 연작들, 지문을 모티브로 제주 4·3의 흔적과 기억을 표현한 박소연의 작업 등 총 23명의 작가와 〈5·18 열매〉 단체의 아카이브 영상, 피해 당사자 작품이 신학교 기숙사였던 브레디관의 지하와 3층에서 전시된다.
제2전시관 〈회절〉은 5월 7일부터 5월 20일까지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서는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중심의 서사 속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적 운동과 관계의 윤리를 다룬다. 여기에서 회절은 빛이 장애물에 멈추지 않고, 꺾이고 퍼지고 서로 겹쳐지며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현상처럼, 돌봄과 살림, 상호의존과 약함의 연대가 차이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의미한다.
전혜옥은 60여점의 목판화 부적 시리즈를 전시하며, 이 가운데 <또라이 퇴치부>, <데이트 폭력 방지부>, <정시 퇴근부> 등 신작 8점은 QR코드를 통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선물한다. 또한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팀은 시민참여 인터랙티브 작품 <남태령 파도타기>와 <어른 김장하>의 감독으로 알려진 김현지 PD의 신작 다큐멘터리 <남태령>의 15분 편집 영상으로 참여한다.
박철우는 80년 5·18 상황을 배경으로 벽돌을 움켜쥔 위안부 소녀상을 그린 〈금남로의 돌〉, 이광의 〈어머니에게도 향하는 대문〉, 이윤엽의 판화 연작, 최재덕의 조각 〈시선으로 관통하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여성적 운동과 돌봄, 연대, 공존의 감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번 미술제는 전시장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5월 16일 오후 2시 금남로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퍼포먼스 〈Pulse: Now〉에서는 흑표범, 김희련, 임인자, 김화순 작가가 날개짓, 뜨개질, 낭독, 깃발 등으로 개인 퍼포먼스와 시민참여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작가와 시민의 몸이 함께 등장하는 이 라이브 퍼포먼스는 민주주의의 감각을 현재의 광장으로 불러내는 장이 될 것이다.
5월 15일 오후 2시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학술포럼 〈등장의 미학: 발화하고 회절하는 여성과 예술〉이 열린다. 이번 포럼은 ‘파시즘에 대항하는 여성: 구성적 지혜와 생명의 미시윤리’를 주제로, <5.18 열매>의 연구활동가 송혜림, 다큐멘터리 <남태령>의 김현지 PD, 여성학자 김은주, 철학자 양진호의 발제와 작가, 연구자로 구성된 토론자들이 여성들의 광장 정치, 돌봄과 연대의 예술적 실천을 철학, 사회학, 예술학의 관점에서 논의한다.
또한 지난해 개관해 상시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연대전시관 〈Pulse: We〉는 4월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대 전시 참여 신청을 받는다. 디지털연대전시관은 오월미술제의 전시와 연대전시를 온라인에서 확장하는 장으로,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모색한다. https://mayartfestival.com
2026 오월미술제 예술감독 김신윤주는 “이번 미술제는 오월미술제가 처음으로 여성을 전면적인 주제로 다루는 자리”라며,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타인들을 돌보기 위해 45년의 침묵을 끝내고 세상 앞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약함을 약함으로 받아들이는 시선, 다른 존재의 약함을 살게 하는 살림, 자립의 환상에 기대지 않는 상호의존, 강함이 아니라 약함으로 묶이는 연대, 같아지지 않고 다른 채로 함께 있는 공존이야말로 파시즘, 특히 미시파시즘에 맞서는 생명의 미시윤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오월미술제는 동질화의 유혹을 거부하고 서로를 돌보는 관계 속에서 새로운 차이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예술의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6 오월미술제 《등장 When Bodies Appear》는 5월 7일 오후 4시 천주교광주대교구청 브레디관에서 개막식을 갖고, 5월 27일까지 광주 일대 전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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