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개인전 《Fragments of Flavor: 풍미의 파편》 개최
갤러리한결, 2026. 7. 9. - 7. 16.
본문
미각과 기억을 시각으로 번역한 공감각적 회화 선보여
맛은 혀끝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감각은 오히려 기억 속에서 더욱 깊고 선명하게 남는다. 특정 음식의 맛은 정확한 조리법이나 이름보다 색채와 질감,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형태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이러한 '사라진 감각의 흔적'을 회화로 탐구해 온 성은 작가가 개인전 《Fragments of Flavor: 풍미의 파편》을 오는 7월 9일부터 16일까지 갤러리한결에서 개최한다.

Sweetness Bitterness, 2026, Mixed media, 17.9 x 17.9cm(4 panels) ⓒ 작가, 갤러리한결

Starting with the Four Basic Tastes Sweet, 2025, Mixed media, 91 x 91cm ⓒ 작가, 갤러리한결

Sweet Gustatory Cube Series, 2026, Mixed media, 24.2 x 24.2cm ⓒ 작가, 갤러리한결
이번 전시는 2026 갤러리한결 신진작가 창작지원 선정작가전으로 마련됐으며,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기억과 감각, 그리고 미각의 흔적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신작들을 선보인다.
성은 작가에게 유년기의 맛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감각의 원형이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미각은 시간이 흐르며 변형되고 축적되어 현재의 감각과 기억을 형성하며, 이는 작품 속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로 재탄생한다.
전시장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선과 작은 색면이 화면을 구성한다. 얼핏 정돈된 기호처럼 보이는 이 요소들은 기억 속에 흩어진 감각의 파편들이 잠시 머무는 지점을 상징한다.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 등 미각의 다양한 경험은 하나의 이름으로 고정되지 않고 서로 스며들며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낸다. 관람객은 이러한 화면을 통해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시각으로 맛을 경험하는 공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색채를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물질적 사건'으로 확장한 점이다. 성은 작가는 아크릴 물감과 겔 미디엄, 모래 등을 활용해 화면에 다양한 두께와 입자를 형성하며 감각의 밀도를 구현했다.
매끈하게 이어지는 선과 거친 질감, 얇게 퍼진 색면과 두텁게 쌓인 물성은 서로 다른 감각의 리듬과 속도를 만들어낸다. 어떤 색은 시선을 빠르게 통과하고, 또 다른 색은 화면 위에 깊게 머물며 긴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캔버스는 정적인 평면을 넘어 감각이 시간 속에서 축적되고 변화해 온 흔적을 담아내는 기록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전시 서문을 맡은 김규태 연구자는 "이번 전시는 사라진 맛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맛이 남긴 감각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라며 "성은은 맛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다시 감각되는 조건을 회화의 표면 위에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풍미와 감각을 새롭게 떠올리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앞에서 색채와 질감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잔상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전 잊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현재와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한편 성은 작가는 2025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이번 개인전은 갤러리한결의 2026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선정 이후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감각과 기억, 물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번 전시는 동시대 회화가 감각의 영역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전시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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