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
국제갤러리 K2, 2025. 9. 2. –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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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가 기획한 특별전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가 국제갤러리 K2와 (투게더)(투게더)에서 개막하며 젠더, 퀴어, 교차 정체성을 탐구하는 다층적인 서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생까지 한국의 젊은 여성, 퀴어 작가 11명/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고정된 범주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다시 써 내려가는 존재들의 복잡하고 유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몸'과 '장치', 억압의 구조를 질문하다
《오프사이트 2》는 아트선재센터 건물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인근의 국제갤러리 K2와 (투게더)(투게더) 두 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처럼 전시가 미술관 밖으로 확장된 것은 '장소성'의 의미를 신체로까지 넓혀 해석하기 위한 시도다. 전시는 신체를 권력, 젠더, 역사, 트라우마가 새겨지는 장소, 즉 수행성의 장소로 이해하며, 젠더 이분법에 포섭되지 않는 비규범적 정체성과 실천에 주목한다. 이성애 중심적 질서를 교란하고 재구성하는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참여 작가들은 물리적 도구를 넘어 사회를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개념인 **'장치'**를 통해 고정된 규범 체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카메라를 통한 관계 탐구부터 사회가 강요하는 틀을 전복하는 실천에 이르기까지, 억압의 구조를 질문하는 다양한 매체가 활용된다.
11인의 작가, 정체성의 지형도를 그리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국제갤러리 K2에서는 곽소진의 영상 <만지기, 구름에서 땅까지>(2025)가 인공 번개와 손을 통해 통제와 유희가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장영해의 <I want to die because I want to touch aono / I want to hold aono so badly I could die>(2021)는 신체에 각인된 성차 강박적 리듬에 의문을 던지며, 문상훈의 <손>(2019–2025) 연작은 레즈비언 연인들의 사진을 통해 '손'이라는 신체 부위의 정서적, 성적인 의미를 투영한다.
이 외에도 한솔은 미술 대학 건물을 장애물 레이스 무대로 삼아 '미술하기'의 의미를 탐구하며, 루킴은 마포대교 글귀를 가져와 신체 부위를 밧줄로 파편화하여 사회적 기호와 몸을 재구성한다. 조현진은 조각들의 긴장감을 통해 짜임과 지탱의 실험을 선보인다.
야광의 <침입자>(2024)는 한국의 오래된 금기에서 출발해 퀴어함의 범주를 질문하고, 홍지영은 자동 필름 카메라로 개인적 삶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성재윤은 트랜스 남성성을 자화상과 스냅 사진으로 기록한 연작 <더 가이 데이즈>(2025)를 선보인다.
이어진 (투게더)(투게더)에서는 하지민의 <니콜라스의 십자말>(2025)이 십자말 풀이 형식을 빌려 이름과 젠더, 관계의 경계를 탐색하며, 윤희주의 <실리 힐리 밀키 쇼>(2023)는 가상 세계로 도피한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가상 모두에 내포된 상실과 착취의 논리를 드러낸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교란되는 삶의 움직임
이번 전시는 하나의 이야기로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들의 목소리가 얽히고 공명하는 장이다. 정체성, 젠더, 퀴어성, 신체, 장소, 그리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고유한 서사는 젠더와 퀴어, 존재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억압된 구조와 경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삶의 움직임을 포착한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는 관람객들에게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만드는 강렬한 감각의 지형도를 그려낼 전망이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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