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개인전 《고요한 침묵 속에서》
갤러리자인제노, 2025.08.26 ~09.10
본문
도시의 소란스러운 소음과 과도한 시각적 자극 속에서 고요한 울림을 전하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8월 26일부터 9월 10일까지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화가 김정환의 개인전 《고요한 침묵 속에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흑백 회화의 정수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먹과 여백이 빚어내는 깊은 사유의 세계로 초대한다.
김정환, 묵음(黙吟 Poetry with Silence)25-08-07, acrylic and silica sand mounted on linen, 162 x 130cm, 2025 © 작가, 갤러리자인제노
김정환, 묵음(黙吟 Poetry with Silence)25-08-01, acrylic and silica sand mounted on linen, 117 x 91cm, 2025 © 작가, 갤러리자인제노
김정환, 현묵(玄默, In Quiet Silence)25-05-15, acrylic and silica sand on korean paper mounted on canvas, 91 x 73cm, 2025 © 작가, 갤러리자인제노
김정환의 작품은 단순히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을 넘어선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검은 먹은 '존재'와 '비존재', '발화'와 '침묵'이 교차하는 공간이며, 시간의 흔적이 쌓인 '퇴묵(退墨)'의 깊은 호흡을 담아낸다. 반면,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닌 비어 있음으로써 충만해지는 불교적 '공(空)'의 개념을 상징한다. 이처럼 대립되는 두 요소는 서로 상생하며, 동양의 사유와 서구의 조형 언어가 만나는 독특한 현대 회화를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침묵의 미학을 강조한다.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내면의 소리이며,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언어이다. 김정환은 이를 ‘묵음(默吟)’이라 부른다. 말 없는 시(詩), 보이지 않는 언어로서의 묵음은 화면 위에서 존재와 무(無)의 철학적 울림으로 전환된다. 먹의 번짐과 흔적은 통제에서 벗어난 자연의 작용으로, 삶의 우연과 무상(無常)을 드러내는 동시에 관조와 수행의 시간을 선사한다.
김정환 작가는 서예의 정신과 수행의 과정을 회화로 확장하며, 흑과 백을 넘어 형과 무형, 어둠과 빛, 유와 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은 동양의 정신성과 서구의 미니멀리즘 형식을 아우르면서도, 물질적인 탐구를 넘어 존재론적인 깊이를 담아낸다. 그 결과, 관객들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사유와 감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깊은 울림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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