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개인전 《언어 없는 춤》 개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2025. 8. 30.(토)부터 10. 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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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오는 8월 30일(토)부터 10월 2일(목)까지 김원진 개인전 《언어 없는 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원진은 직접 경험한 질병 서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단순히 아팠던 기억이 아닌 삶과 삶의 기억을 아우르고 있던 언어와 감각, 기억과 시간의 체계의 흔들림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길을 발견하는 여정을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한다.
김원진,《언어 없는 춤》, 2025, 전시전경,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2층 © 작가, ACAM
김원진,〈바깥으로부터의 스윙〉, 2025, 메트로놈 구조, 모터, 복합재료, 15×20×15cm © 작가, ACAM
예술의 시간 2층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총 세 개의 조형 설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트로놈을 활용한 작품 〈바깥으로/부터의 스윙〉은 바깥에서 안으로, 안에서 다시 바깥으로 흔들리는 움직임을 통해 충격의 시작과 평정을 찾으려는 시도의 과정을 보여준다. 김원진은 이 작품에서 병을 받아들이는 시작점, 죽음의 단순성과 삶의 복잡성이 교차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전시장 안쪽 전반에 자리한 대형 설치 작품 〈닿아가는, 기울어지는, 미끄러지는〉은 치료와 회복의 시간을 다룬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병실의 침대 위에서 이어진 수많은 손길, 돌봄의 촉각들을 가라앉은 세계를 다시 열어주는 경험으로 풀어낸다. 만져지는 동시에 만져지는 감각, 피부라는 얇은 막을 통해 세계와 이어지는 관계는 하나의 피난처처럼 표현된다. 얇고 연약한 막 위에는 기억의 파편과 시간이 봉합되어 있으며, 김원진은 그것을 꿰매며 새로운 현재를 살아낼 준비를 한다. 작품 속 막 위에 새겨진 수많은 손의 흔적은 동시에 언어가 되고, 기억이 되고, 결국 춤으로 변한다. 그 몸짓은 침묵 사이에서 다시 태어난 언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쫓았지만 쫓아오는, 잃기 일기〉는 가장 깊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담아낸다. 차가운 불빛 아래 좁은 침대 위에서 겪은 시각과 청각, 촉각의 파편들이 화면을 채운다. 기계음, 신호, 소리, 안구의 움직임, 따라갈 수 없었던 시선들 등, 이 모든 것이 겹쳐진 궤적 속에서 희미하지만 꺼지지 않는 빛들로 재현된다. 이 빛은 고통의 흔적을 새기면서도 동시에 잃어버린 기억을 불러내고, 다시금 삶을 붙잡으려는 힘을 보여준다.
김원진에게 이번 전시는 언어와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기억은 언제나 뒤섞이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번 전시 《언어 없는 춤》은 김원진이 그간 천착해 온 언어와 신체, 기억의 관계에 관한 연장선에서 이어지며, 특별히 이번 전시는 극한의 경험을 통과한 몸과 언어의 부재를 다시 사유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전시 《언어 없는 춤》은 갑작스레 찾아온 질병과 회복의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언어와 기억의 한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에 관한 확장적인 물음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고백을 넘어 모두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을 자아낸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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