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이재원 개인전 《자율주행 Drifting Autonom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체의 비의식적 감각과 자율적 작동을 조각의 언어로 탐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조형, 조각을 중심으로 작업 중인 이재원은 단순한 형태의 구축이 아닌, 의식보다 앞서 작동하는 감각의 작용을 물질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지속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구체적인 신체 경험에 내재해 있는 비의식적 층위의 발견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재원 개인전, 《자율주행》, 2025, 전시전경, 2025. © 작가, 아트센터예술의시간
6. 이재원, 〈반영된 서스펜스 Eyes〉, 2025, PETG, 레이져프린트, UV클리어, 90x90x160cm © 작가,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이번 개인전의 제목이자 전시의 주요 개념으로 자리한 ‘자율주행’은 우리 몸에 축적된 경험을 통해 발현되는, 스스로 작동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걷기, 말하기, 응시하기와 같은 일상의 행위는 의식 이전의 자율적 메커니즘 속에서 이루어진다. 작가는 의식적 상태에서 무의식의 행동만이 남게 되는 현상을 ‘자율주행’ 상태로 은유하며, 이 때의 우리의 경험을 ‘서스펜스 상태’로 포착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우리의 의식 기저에 놓인 무의식적 신체 경험을 가시화하는 ‘서스펜스 조각’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인간과 비인간, 신체와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고 감각과 사유의 해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드러내고자 한다.
아트센터예술의시간 2층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반영된 서스펜스 Reflected Suspense〉 작품 시리즈는 미생물, 세포, 신체 장기 등을 연상시키는 3D 프린트 조각 표면에 숲, 성당, 교차로, 작업실 등 작가의 일상 풍경을 덧입힌 조형 작업이다. 이 작품들은 이번 전시의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으로, 작가는 어그러진 풍경의 조각들을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기억, 현재와 과거의 시간층이 뒤섞인 불안정한 표면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일그러지고 변형된 이미지들은 익숙한 장소의 반영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시간의 기억’을 반사하며 관람자의 직관을 교란시킨다. 이러한 간극은 조각의 표면을 통해 감각의 지연과 인식의 중첩을 체험하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영상으로 선보이는 작품 〈시속 10km의 자율주행: 신동아 to 예술의시간〉은 전시 공간까지 달려오는 영상을 1인칭의 시점에서 원테이크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작업했으며, 전시장에서는 서보모터가 부착된 프로젝터를 통해 움직이는 영상 설치 작업으로 선보인다. 작품을 비추는 카메라는 마치 고개를 움직이듯 방향을 바꾸며 화면을 이동시킨다. 이에 따라 영상은 삼차원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비춰낸다. 움직이는 영상은 관람자의 시선을 끊임없이 전환시키며, 무의식적 감각의 흐름이 공간 속에서 재현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한다.
이재원은 2019년 개인전 《리토폴로지》 이후, 이미지의 물질성과 신체 감각을 매개로 한 조형적 언어를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서 기술과 신체가 맞닿는 감각의 생태계를 조각적 실험으로 제시하며, 인간 경험의 ‘비의식적 데이터’를 탐구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전시 《자율주행》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신체의 자율적 움직임을 다시금 감각하게 만든다. 익숙함의 표면을 벗겨내고,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틈에서 ‘생각 이전의 신체’를 조형으로 번역하는 이재원의 시도는, 오늘날 기술사회 속 인간 감각의 진화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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